[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최근 캐릭터와 완벽히 일체화된 배우들을 두고 '~을 삼켰다'는 표현이 자주 쓰인다. 특정 인물을 그대로 흡수한 듯한 연기력을 향한 찬사다. 이 표현이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코미디언이 있으니 바로 이수지다. 심지어 단 하나의 얼굴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치밀한 관찰 위에 웃음과 연기를 더해 여러 색을 삼켜 그야말로 다채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이수지다.
이수지는 지난해 방송·OTT·유튜브를 가로지르며 하나의 '현상'이 됐다. 웃음을 만드는 코미디언을 넘어, 캐릭터에 완벽히 빙의하는 '천의 얼굴'의 아티스트로서 존재감을 확장하고 있다. 장르도, 플랫폼도 가리지 않는 변신은 그를 '카멜레온'에 비유하게 만든다.
2025년은 이수지가 대중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획득한 해다. 그는 한류와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중문화예술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웃음이 개인의 재능을 넘어 사회적 가치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2025 백상예술대상 여자 예능상' 수상은 결정적이었다. 'SNL 코리아'에서 보여준 독보적 캐릭터 소화력은 예능 연기의 정점으로 평가받았다. 같은 해 '올해의 브랜드 대상'에서는 '올해의 연예인 유튜버'와 '올해의 핫아이콘' 2관왕을 차지하며 화제성까지 입증했다.
이수지의 유튜브 채널 '핫이슈지'는 그의 카멜레온적 재능이 가장 자유롭게 발현되는 무대다. 본캐와 부캐의 경계를 허무는 공간에서 이수지는 관찰과 구현의 끝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캐릭터는 '대치동 맘' 제이미 엄마다. 몽클레르 패딩, 과잉된 교육열, 미묘한 말투까지 현실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패러디는 '대치동 고증 레전드'라는 평가와 함께 수백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웃자고 만든 캐릭터가 사회적 풍자와 공감을 동시에 끌어낸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공구 인플루언서 슈블리맘, 피부과 상담실장, 재미교포 고등학생 제니, 힙합 스웨그의 래퍼 햄부기, 에겐녀 뚜지 역시 마찬가지다. 디테일한 관찰에 방점이 찍힌 연기는 MZ세대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실제로 '핫이슈지'는 2025년 유튜브 연말 결산에서 2위에 오르며 영향력을 수치로 증명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불량연애'를 패러디한 '불량품연애'로 주목을 받고 있다. 제1양아치 (돈)카츠하라 순야로 분한 그는 코미디언 김승진 홍예슬, 가수 겸 방송인 강남과 함께 엉터리 일본어 등을 보여주며 웃음 사냥에 성공했다. 특히 '불량연애'가 비교적 최근에 공개된 콘텐츠라는 점에서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갈 뿐만 아니라 이를 웃음으로 한 단계 더 승화시킨 셈이다.
지난해 11월부터 방송 중인 쿠팡플레이 예능 '자매다방'은 이수지의 또 다른 무기인 즉흥 연기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정이랑과 함께 다방 사장으로 변신한 그는 정해진 대본보다 현장의 공기를 읽으며 상황극을 완성한다.
배우 박서준 도경수 등 톱스타 게스트 앞에서도 주도권은 이수지에게 있다. 상대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연스럽게 상황극 안으로 끌어들이며 분위기를 이끈다. 이는 수십 개 캐릭터를 소화해온 관찰력과 순발력이 결합된 결과다.
이수지의 변신은 예능에만 머물지 않는다. tvN '눈물의 여왕'에서는 감초 역할로 극의 리듬을 살렸고, ENA '신병' 시리즈에서는 유격 교관 박민주 중사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2025년 '살롱 드 홈즈'까지 이어지는 행보는 그를 단순히 '코미디언 출신 배우'를 넘어 장르를 넘나드는 연기자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공개 코미디의 침체기, 무대가 사라진 자리에 이수지는 플랫폼을 바꿔 스스로 전성기를 만들었다. 그는 백상 수상 소감에서 자신을 "웃길 때 가장 예쁘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 말은 이수지의 직업관이자 지금의 이수지를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문장이다.
이수지의 전성기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개그콘서트'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그가 이제는 TV를 넘어 OTT와 유튜브, 그리고 정극 드라마까지 집어삼키며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고의 카멜레온'임을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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