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년간 단막극의 정통을 이어온 KBS가 달라진 드라마 환경 속에서 새로운 단막 프로젝트를 꺼내 들었다. 단막극은 그동안 수많은 스타 작가와 창작자를 배출해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존재감이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KBS는 이전과 달라진 단막극 프로젝트 '러브 : 트랙'을 선보인다. 이에 <더팩트>는 KBS가 41년간 이어올 수 있던 단막극의 매력을 돌아보고 새로운 시도가 단막극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수 있을지 알아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KBS는 41년간 이어온 단막극 전통 위에 새로운 시도를 더한 '러브 : 트랙'을 선보인다. '러브 : 트랙'은 서로 다른 모양의 10가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앤솔로지로, 사랑이라는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여전히 낯선 감정을 30분 포맷에 응축했다. 특히 연애와 이별 짝사랑 가족애는 물론 노년 비혼 소수자적 사랑까지 담아 단편 특유의 유연한 형식 속에서 감정의 스펙트럼을 확장할 예정이다.
라인업에는 '퇴근 후 양파수프' '첫사랑은 줄이어폰' '러브호텔' '늑대가 사라진 밤에' '아빠의 관을 들어줄 남자가 없다' '김치' '별 하나의 사랑' '민지 민지 민지' '사랑청약조건' '세상에 없는 사운드트랙'까지 총 10편이 이름을 올렸다.
먼저 '퇴근 후 양파수프'는 지친 인생에 유일한 위로였던 양파수프가 메뉴판에서 지워진 이유를 알아내려는 남자와 요리사의 밀고 당기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이동휘와 방효린이 출연한다.
극 중 제약회사 영업사원 박무안 역을 맡은 이동휘는 <더팩트>에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재미는 물론이고 공감을 할 수 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이 작품에 굉장한 애정을 갖고 정성스럽게 쓰셨다는 거이 느껴지고 작품 자체가 따뜻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그런 애정이 담긴 작품과 함께하고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주어진 대본에 충실하려 애썼다. 대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감독님과 스태프분들이 준비를 잘 해주셔서 연기하기가 수월했다"며 "일반 장편 드라마보다 호흡이 짧다 보니 짧은 장면을 통해 시청자분들을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되기도 했지만 짧은 만큼 더 깊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방송 예정인 '첫사랑은 줄이어폰'은 2010년 전교 1등을 도맡아 온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양아치 남학생을 만나면서 본인의 꿈과 사랑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옹성우와 한지현이 호흡을 맞춘다.
극 중 작곡가를 꿈꾸는 기현하 역을 맡은 옹성우는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풋풋함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와 도시에 그 시기에 겪는 고민과 공감대가 있고 현하라는 인물이 타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마음 깊은 곳의 나인 것 같아 매력을 느꼈다"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꼭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그 말들을 통해서 현하가 어떤 사람인지 구상해나갔다. 분량과 촬영 기간이 짧아 감정선을 쌓아가는 것이 어렵기도 했지만 최대한 현하의 목적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전했다.
'러브호텔'은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은 장기 연애 커플이 폭우에 발이 묶여 우연히 들어가게 된 모텔에서 살인마를 맞닥뜨리는 이야기다. 배우 김아영과 문동혁이 주연을 맡는다.
'늑대가 사라진 밤에'는 이혼을 앞둔 위기의 사육사 부부가 탈출한 늑대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사랑의 처음과 끝을 마주하는 작품이다. 배우 공민정과 임성재가 열연한다.
'아빠의 관을 들어줄 남자가 없다'는 아빠의 장례식을 치르게 된 외동딸 수아가 10년 만난 전남친과 100일 만난 현남친 사이에서 누가 아빠의 관을 들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배우 김윤혜 김민철 권수현이 시청자들과 만난다.
'김치'는 협박 문자를 통해 아들의 비밀을 알게 된 엄마 영미의 갈등을 다룬 드라마로 배우 김선영과 김단이 나선다.
'별 하나의 사랑'은 별점 신봉자인 5성의 남자가 소개팅 앱 시스템 오류로 겨우 1점인 여자와 재난 같은 소개팅을 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배우 이준과 배윤경이 호흡을 맞춘다.
'민지 민지 민지'는 교실 구석에서 발견된 비밀스러운 낙서 '민지야 좋아해-민지가'를 두고 같은 반 세 명의 민지 중 낙서의 주인공을 찾으며 벌어지는 청춘 로맨스다. 배우 김향기 진호은 권은빈이 출연한다.
'사랑청약조건'은 아파트 청약 조건 때문에 중도금 납부까지만 함께 살기로 했던 이혼 예정 부부가 입주를 앞두고 한 달간 헤어짐을 준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전혜진과 양대혁이 열연한다.
'세상에 없는 사운드트랙'은 소설 속 가상의 음악을 매개로 소통하며 가까워지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배우 강한나와 김민규가 출연한다.
'러브 : 트랙' 프로젝트를 총괄한 제작진은 <더팩트>에 "30분 분량인 만큼 시청자분들에게 조금 더 대중적으로 접근하려 했다. 현실적이면서 공감이 가는 사랑 이야기로 다양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중적인 로맨스 드라마지만 새로운 작가와 감독이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실험해서 드라마의 폭을 넓혔다"며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온 KBS 단막극이 '러브 : 트랙'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간다. 단막극의 매력을 보다 다채롭게 느낄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첫사랑은 줄이어폰'의 연출을 맡은 정광수 감독은 "올해 단막극은 형식과 내용 면에서 과감한 리뉴얼을 시도했다. 러닝타임의 변화와 시리즈화는 더 실험적이면서도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며 "단막극의 본질은 여러한 다양성과 실험성에 있다. 창작자와 배우가 상업적 성공의 부담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용기를 가지고 도전할 수 있는 무대라는 점이 단막극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짚었다.
정효 작가는 "막이 내린 뒤 그 후에 인물들이 주체적으로 풀어나갈 이야기를 한 번 더 상상해 보게 되는 것이 단막극의 매력이다. 이건 물론 모든 장르가 해당하는 부분이지만 단막극은 볼륨이 작은 대신 상상할 여지가 더 많아 매력적"이라고 얘기했다.
'퇴근 후 양파수프'의 연출을 맡은 이영서 감독은 "'러브 : 트랙'은 30분이라는 새로운 규격안에서 사랑이라는 대주제에 대해 각자의 색깔로 이야기해 보는 기획이다. 이처럼 전에 보지 못한 신선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는 게 시청자로서도 제작자로서도 공감할 수 있는 단막극의 최대 매력 같다"며 "게다가 그런 시도의 기회가 저 같은 신인 연출자나 작가에게 열린다는 점에서 참 감사한 장르이기도 하다. 앞으로 어떤 기획의 형태로 변모하든 단막극은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선화 작가는 "장르나 소재의 구애 없이 자유롭게 다양한 이야기를 펼치고 작가와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결하게 전할 수 있는 것이 단막극의 매력"이라며 "단막극을 통해 신인 작가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주신 KBS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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