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그룹 베리베리(VERIVERY)가 새 싱글 'Lost and Found(로스트 앤드 파운드)'에서 내건 키워드는 '한(恨)'이다.
이번 싱글이 전작 'Liminality - EP DREAM(리미널리티 - 이피 드림)' 이후 무려 2년 7개월 만에 나오는 신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꽤 의미심장한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싱글 타이틀인 'Lost and Found'도 범상치 않게 다가온다. 'Lost and Found'는 흔히 '분실물 보관소'로 번역되지만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라는 내포된 의미는 변하지 않는다.
'한(恨)'과 '잃어버린 것을 되찾는다'는 무겁고 진중한 주제를 앞세웠지만 정작 그 당사자인 베리베리(연호 용승 강민 계현 동헌) 멤버들의 분위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위트 있고 유머러스하게 자신들의 상황과 이번 싱글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며 이번 활동을 향한 기대감과 열망을 유쾌하게 전했다.
이런 유쾌함의 원천이 7년 차를 맞이한 베테랑 보이그룹의 관록인지, 본래부터 이런 성격인지, 혹은 그 둘 다 때문인지는 알지 못한다. 허나 한가지만큼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베리베리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자신들에게는 '보여준 것'보다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았다는 확신. 베리베리 멤버들은 가볍고 유쾌하게 말하는 와중에도 이 믿음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더팩트>는 11월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베리베이와 만나 이들의 유쾌한 '한풀이'를 들어보았다.
먼저 앞서 말했듯이 1일 발매된 이번 싱글 'Lost and Found'는 베리베리가 약 2년 7개월 만에 발매되는 신작이다. 1년에 3장의 앨범을 발매하는 일도 흔해진 요즘 K팝 업계와 비교하면 엄청나게 긴 공백기다.
이 중 동헌은 군 복무를 했다고 쳐도 나머지 4인은 그 긴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했다. 이에 베리베리 멤버들은 이 당시 방황의 시기를 겪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강민은 "방황하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뭘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마인드적으로 더 성장한 시기였다"고 말했다. 계현도 "공백기 동안 나는 이렇다 할 활동이 없었다. 그 당시 이대로 있으면 여기서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춤과 노래 레슨을 받으며 실력 향상에 포커스를 맞췄다. 지금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기초를 더 다졌다"고 털어놓았다.
가장 무기력함을 느낀 멤버는 연호였다. 그사이 군을 전역한 동헌과 강민 계현은 Mnet '보이즈2플래닛'에 참가해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연호는 공백기 초반 뮤지컬에 출연한 것을 제외하면 눈에 띄는 활동이 없었다.
그사이 연호는 먹는 것에 재미를 붙였다. 연호는 "그 시기에 많이 먹었다. 특히 저녁에 많이 먹었다"며 "그때 멤버들이 다이어트를 많이 언급했는데 당장 기약이 없으니 의지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연호의 의지에 다시 불을 붙인 건 '보이즈2플래닛'이었다. 연호는 "처음에는 그냥 멤버들을 응원하기 위해 첫 회만 보고 계속 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멤버들이 나와서 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열정에 불이 붙었다. 나도 다시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계속 방송을 지켜봤다"고 말했다.
그리고 '보이즈2플래닛'이 끝나자 연호의 눈에도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연호는 "'보이즈2플래닛'이 끝나고 이제 베리베리라는 팀이 움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지를 다지고 다이어트를 했다. 의지를 되찾은 것만으로 성공이었다. 서너 달 동안 17kg 정도를 뺐다. 동헌이 단체방을 만들어서 같이 체중을 체크하며 다이어트를 했다"고 밝혔다.
연호 의지를 되찾은 것만으로 성공이었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그가 정말로 그동안 다이어트만 한 것은 아니다. 공백기 동안 연호는 작사·작곡의 실력을 키웠고 이번 'Lost and Found'의 타이틀곡 'RED (Beggin')(레드(베깅))'의 작사와 수록곡 'empty(엠프티)'의 작곡에도 참여했다.
동헌은 "공백기 동안 연호의 작사·작곡의 실력이 많이 늘었다. 실제로 연호가 외부 작업도 하고 그랬다"며 "이번 싱글을 만들면서도 작업했던 곡을 많이 가져왔는데 좋은 곡이 정말 많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Lost and Found'는 긴 공백기 동안 베리베리 멤버들이 겪은 걱정과 두려움, 무기력함을 극복하고 발매된 싱글이다. '한(恨)'이라는 주제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다.
연호와 강민은 "그동안 팬을 못 만난 한과 이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그런 한이다"라며 "우리 팀이 '더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게 풀리지 않아서 한이었다. 이번에 그 한을 풀러 나왔고 앨범도 그런 뜻을 담고 있다. 한을 꼭 풀어보려 한다"고 강조했다.
베리베리의 한풀이 염원이 담긴 'Lost and Found'는 타이틀곡 'RED (Beggin')'을 포함해 'empty', '솜사탕 (Blame Us)(블레임 어스)'까지 3곡이 수록됐다.
강민의 말처럼 '더 사랑받기' 위해서 많은 고민과 시도를 각 곡마다 집어넣었다. 용승은 "많은 도전을 했다. 이제껏 시도하지 않은 음악 스타일을 과감하게 수록했고 멤버 개개인의 노력을 하나로 모아 싱글을 발매했다"며 "우리 작곡의 스타일도 바꾸고 안무 스타일도 프레시한 동작을 넣으려 고민했다. 직접 참여도 많이 하면서 능동적인 싱글을 만들었다. 그동안 '크리에이티브돌'이라는 수식어가 있었지만 이번은 정말 우리가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민은 "무대에서 어떤 차이가 있느냐고 하면 '한'이라는 주제가 있으니 이 한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베리베리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고 하지만 타이틀곡 'RED (Beggin')'은 많은 사람에게 익숙하게 다가가는 곡이다. 'RED (Beggin')'에는 미국의 로큰롤 밴드 더 포시즌스(The Four Seasons)가 1967년 발표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Beggin''을 인터폴레이션(기존의 곡을 재해석하거나 샘플링하는 것)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Beggin''은 2017년 이탈리아 밴드 모네스킨(Måneskin)이 리메이크한 버전이 2021년 스포티파이 글로벌차트 1위에 오를 만큼 큰 인기를 얻기도 해 더 친숙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해 계현은 "모네스킨이 곡을 리메이크하면서 더 명곡이 됐다. 그래서 더 부담감이 있었다. 이 곡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잘 만들어야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랬다"며 "리메이크가 아니라 인터폴레이션이라 사람들이 좋아할까도 많이 고민했다. 그래도 작업을 마치고 나니까 잘 나왔다고 생각했다. 멤버 목소리와 잘 어울려서 뿌듯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어 강민도 "단지 원곡의 인기와 인지도 때문에 이를 사용한 것이 아니다. 곡 제목의 의미인 '간절히 바란다'와 우리의 주제의식이 잘 맞았다"며 "그리고 요즘 샘플링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우리도 과감하게 시도해 보자 해서 넣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여러 차례 메가 히트를 기록한 곡을 사용한 만큼 베리베리는 'RED (Beggin')'도 글로벌 시장에서 사랑받기를 바랐다.
동헌은 "솔직히 글로벌 시장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며 "영화 '스텝 업'에 삽입된 매드콘(Madcon) 버전 'Beggin''도 유명하고 나도 그 영화로 이 노래를 처음 접했다. 그래서 과거 세대나 요즘 세대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이다. 'RED (Beggin')'도 모두가 공감하는 음악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RED (Beggin')'에서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은 '색'이다. 제목에 'RED(붉은색)'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이번 싱글의 콘셉트 포토 등도 모두 붉은 색을 배경으로 한다.
붉은색의 의미를 묻자 계현은 "붉은색은 강렬하고 임팩트 있는 색이다. 이번 싱글이 강렬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고 한(恨)이라는 키워드와도 잘 어울려서 썼다"고 말했다.
다만 연호와 동헌은 조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동헌은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자면 'Lost and Found'는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만든 싱글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레드'다 붉은 피에서 넘어와 이 색을 선택한 거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연호도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전제하며 "나는 빨간색을 보면 대장이라는 느낌이 든다. '후뢰시맨'이나 '바이오맨'같은 전대물을 보면 항상 레드가 센터고 대장이다. 우리가 'RED'로 K팝 시장에서 센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라고 말해 거듭 웃음을 선사했다.
연호는 농담처럼 말했지만 K팝 센터를 노리는 마음은 진심이다. 이를 위해 베리베리는 긴 공백기를 버티고 또 버텼다.
연호는 "옛날 한 선배가 '가요계는 버티면 이긴다'고 했었다. 우리는 버티는 팀 같다. 계단식으로 성장하는 팀도 있지만 우리는 묵묵히 버티면서 나아가는 팀이다. 언젠가 기회가 오지 않겠냐는 생각으로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도 "우리끼리 이야기할 때 '이런저런 기회가 있었는데 아쉽다'는 말을 한다. 그런데 이 기회도 결국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라며 "지나간 기회가 아쉽긴 하지만 이제는 진짜 잡으면 된다. 아쉬움 때문에 기죽고 싶지 않다. 스스로 의지를 많이 다지고 있다"고 의연하게 말했다.
이어 동헌은 "위와 아래를 모두 오가는 롤러코스터 같은 팀이다 그래서 조금 피로할 때도 있지만 재미있다. 이런 팀의 일원으로 있기 때문에 늘 초심을 잃지 않고 데뷔 때처럼 재미있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제 베리베리는 공백기라는 하강을 끝내고 다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단지 새 싱글이 나왔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도 확실히 달라졌다.
일단 '보이즈2플래닛'의 출연으로 베리베리를 향한 관심이 높아졌고, 그사이 소속사 젤리피쉬와 재계약도 마쳤다.
'보이즈2플래닛'에 출연했던 강민과 계현 동헌은 "자신감이 있어서 과감하게 도전했다. 무대에 나가고 경연을 하니까 정말 좋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선택지가 많이 생긴 것 같아 좋았다"며 "기회가 왔지만 아직 확실히 잡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Lost and Found'로 더 많은 사랑을 받기 위해 노려하겠다"고 다짐했다.
재계약 역시 이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연호와 계현은 "'보이즈2플래닛'에 나가기 전에 재계약을 마쳤다. 회사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향후 플랜이 긍정적이어서 재계약했다"며 "앞으로 더 다양하고 왕성한 활동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라갈 준비가 됐으니 상정하고 있는 목표도 높았다. 연호는 "1위 타이틀을 꼭 받고 싶다. 그리고 전작이 빌보드 월즈송세일즈 차트에 들어갔었는데 이번에는 좀 더 큰 차트에서 놀아보고 싶다. 국내 음원 차트에도 100위 안에 들고 싶다. 'Lost and Found'가 우리의 가장 큰 커리어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강민도 "수치적인 한계를 정하지는 않았다. 업계에서 일하는 많은 분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들고 싶다. 그런 팀이 멋있는 팀이다. 누군가 우리는 보고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계현은 "음악방송 1위를 했을 때의 감정을 다시 느끼고 싶다"며 "그리고 '보이즈2플래닛'을 하며 '더 간절하게 할 수 있는데 왜 지금까지 그러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이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더 간절하게 활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역시 베리베리는 앞으로 보여줄 것이 훨씬 더 많이 남은 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