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의 힘과 현실②] "색다른 매력·참신한 작품"…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 즐기기


지난달 27일 개막…출품작 1805편으로 역대 최다 규모
오는 5일까지 CGV압구정·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

지난달 27일 CGV압구정에서 개막한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5일까지 CGV압구정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된다. /박지윤 기자

코로나19 이후 침체된 한국 영화계가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독립영화들이 신선한 소재와 놀라운 완성도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조용하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우직하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뚜렷하게 담은 올해의 독립영화들과 더 다양한 작품들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서울독립영화제를 조명하고, 그럼에도 여전히 어려운 업계의 현실도 들여다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역대 최다 규모로 돌아온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가 독립영화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들여다보며 새로운 반세기를 여는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지난달 27일 CGV압구정에서 개막식을 개최하고 9일간의 여정에 돌입했다. 25년째 사회를 맡고 있는 배우 권해효가 올해도 시작을 함께했고, 한국 최초의 여성 감독 박남옥의 '미망인'(1955)의 소실된 마지막 장면을 감독 김태양 손구용 이미랑 이종수가 각자의 영화적 상상을 더해 연출한 세 편의 단편을 엮은 '무관한 당신들에게'가 개막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진흥위원회와 (사)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독립영화 축제로,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의 전통을 계승해 금관단편영화제와 한국독립단편영화제 그리고 서울독립영화제로 이어졌다. 매년 연말에 개최되며 장르와 형식의 구별 없이 한 해의 독립영화를 아우르고 재조명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경쟁 독립영화제이자 독립영화인들이 함께 모이는 축제의 장으로서 연대와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영화의 가능성을 넓혀 가는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현주소를 조망하는 장인 서울독립영화제의 메인 슬로건은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이고, 올해 슬로건은 '영화가 오려면 당신이 필요해(For Films to Come, We Need You)'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에는 티셔츠를 비롯해 캘린더 키링 DVD 블루레이 개막 인형 스티커 등 관련 굿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과 각종 소품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 등이 마련돼 있었다. /박지윤 기자

지난해 예산 전액 삭감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서울독립영화제는 올해 예산이 4억 원 수준으로 복원돼 기사회생했고, 지난해보다 101편 늘어난 1805편(장편 215편·단편 1590편)이 출품되면서 어려운 상황에서도 독립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뜨거운 창작 열기를 느끼게 했다.

이렇게 위기를 딛고 일어난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는 한 해 동안 주목받은 독립영화부터 월드 프리미어 신작까지, 다양한 스펙트럼과 장르의 독립영화 167편을 상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더팩트> 취재진은 지난달 28일 CGV압구정으로 향해 영화제를 즐기고 있는 관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날 평일 낮이었음에도 기자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았다. 장소의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입구에 걸린 티셔츠를 비롯해 캘린더 키링 DVD 블루레이 개막 인형 스티커 등 관련 굿즈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간과 각종 소품을 들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부스도 마련돼 있었다. 관계자에 따르면 단체 관람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확실히 평일보다 주말이 더 붐빈다고.

영화 관련 학과에 재학 중이라는 20대 여성 A 씨는 "지금 '굿 럭'을 보고 나왔는데 작품이 저에게 너무 독특하게 다가왔다. 이런 걸 볼 때의 기쁨이 늘 있다"며 "사실 상업영화는 비슷한 계열이 많은데 독립영화는 볼 때마다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다"고 후기를 전했다.

친구와 함께 방문했다는 20대 여성 B 씨는 "'본선 단편경쟁 6'을 봤다. 영화를 보자마자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고 곧바로 진행되는 GV(관객과의 대화)를 통해 미처 캐치하지 못했던 걸 새롭게 알게 되면서 제 시야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를 즐긴 20대 여성 A 씨는 상업영화는 비슷한 계열이 많은데 독립영화는 볼 때마다 색다른 매력이 있어서 자꾸 찾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지윤 기자

서울독립영화제를 처음 방문했다는 20대 남성 C 씨는 "영화관에서 진행되는 영화제다 보니까 축제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영화 한 편을 보러 온 느낌이 강했다. CGV압구정의 입구가 2개로 나뉘어 있다 보니까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동선이 다소 헷갈리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생각했던 것보다 예매 경쟁이 치열해서 놀랐다.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참신한 작품들을 즐기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의 주인' '사람과 고기' 등을 재밌게 보고 독립영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10대 여성 D 씨는 "상업영화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감독의 의도를 온전히 다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어서 기뻤다"며 "또 GV나 투표 등 관객들이 체험할 수 있는 부분들도 생각보다 잘 마련돼 있어서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는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의 섹션은 경쟁 부문(본선 단편경쟁·본선 장편경쟁)과 비경쟁 부문(새로운 선택·페스티벌 초이스·기획초청·해외초청)으로 나뉜다. 이와 함께 창작자의 작업실과 토크포럼, 시네토크, 마스터클래스, 해외대담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이고 있다.

올해 새롭게 신설된 단편 제작지원 프로그램 'SIFF × 변우석: Shorts on 2025'도 있다. 사랑을 주제로 한 이번 공모에는 483편의 시나리오가 출품됐고, 심사를 거쳐 박정빈 감독의 '그녀는 항상' 이주용 감독의 '노웨어' 허지윤 감독의 '디이디임바알'이 첫해 제작지원작으로 선정됐다. 서울독립영화제는 본 프로그램을 통해 단편 창작 생태계에 실질적 동력을 보태고 신진 감독 발굴과 창작자 간 연대 강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제51회 서울독립영화제는 오는 5일까지 CGV압구정과 CGV청담씨네시티에서 진행되며 폐막식에서는 올해의 수상작이 발표되고 총 1억 2700만 원(현물 포함)의 상금과 상패가 수여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된 자세한 일정과 프로그램 구성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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