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배우 강태오가 로맨스와 코미디를 다 잡았다. 자유분방한 망나니 같은 모습부터 진지함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무게감 있는 연기로 인물의 입체감을 살리는 것은 물론 두 가지 캐릭터 소화를 요구하는 영혼 체인지 연기를 통해 설렘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면서 '사극 장인'의 면모를 증명하고 있다.
강태오는 지난 7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극본 조승희, 연출 이동현)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웃음을 잃은 세자 이강(강태오 분)과 기억을 잃은 부보상(봇짐장수와 등짐장수를 통틀어 이르는 말) 박달이(김세정 분)의 영혼 체인지 이야기를 그린 로맨스 판타지 사극 드라마다. 현재 6회까지 방영됐다.
강태오는 극 중 겉으로는 까칠하고 제멋대로인 듯 보이지만 내면에는 사랑했던 빈궁(김세정 분)을 잃은 깊은 상처를 품은 왕실의 후계자 세자 이강 역을 맡았다. 이강은 아버지를 대신해 정사를 돌보는 대리청정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상의원 안에 개인 옷방을 차려놓고 화려한 복식과 미모 가꾸기에 몰두하는 등 사치와 향락에 빠져 지내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강의 방탕함 이면에는 왕실의 후계자로서 무게감과 상실의 고통을 감춘 채 살아가는 외로움, 뜨거움 복수심이 자리한다. 그러던 중 이강은 죽은 폐빈과 똑 닮은 부보상 박달이를 만나며 영혼이 뒤바뀌는 뜻밖의 사건을 겪는다.
강태오는 첫 회부터 곤룡포 색상 디테일에 집착하며 멋에 죽고 멋에 사는 왕실 최고의 맵시꾼 면모를 전하며 웃음을 선사했다. 정사를 돌보는 일은 뒷전인 채 대신들의 싸움을 강냉이를 먹으며 지켜보는 가볍고 자유분방한 망나니 같은 모습을 코믹하게 그리며 재미를 자극했다.
슬픔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진중함도 드러냈다. 사랑하는 세자빈을 잃은 아픈 상처를 눈물이 맺힌 눈빛과 아련한 표정으로 표현했고 세자빈을 향한 그리움을 애틋한 감정으로 그려냈다. 빈궁을 잃게 만든 좌상 김한철(진구 분)을 향한 원망과 자신의 무력함에서 비롯된 분노 등 복잡다단한 내면은 밀도 높으면서도 절제된 감정 연기로 담아냈다.
빈궁을 닮은 박달이와 엮이면서부터는 애틋한 설렘을 자극했다. 박달이를 바라보는 아련한 눈빛과 표정, 나지막한 읊조림으로 그리웠던 빈궁을 떠올리는 섬세한 감정을 전달했고 이강이 느끼는 미련과 애틋함을 자연스럽게 녹였다. 박달이를 향한 걱정과 관심, 애틋함 등 다양한 감정을 세심하게 그리며 시크하면서도 섬세한 동시에 애절한 캐릭터의 다채로운 면면을 살렸다.
진가는 박달이와 영혼이 뒤바뀐 영혼 체인지 연기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뜻밖의 사건 이후, 박달이와 영혼이 바뀌게 돼 박달이의 영혼이 든 이강이 경악하고 낙담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살려 시선을 사로잡았다. 또한 박달이 특유의 능청스러운 충청도 사투리와 눈을 동그랗게 뜨는 습관, 천진난만한 표정과 말투를 똑같이 소화하며 1인 2캐릭터 연기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동시에 한층 깊어진 애틋함으로 로맨스도 잡았다. 강태오는 이강과 박달이의 영혼이 뒤바뀐 상태와 원래의 몸으로 돌아온 순간의 균형을 잡아 이강과 박달이의 영혼이 든 이강이 느끼는 감정의 흐름을 밀도 있게 풀어나갔다. 또한 위기를 함께 헤쳐 나가며 박달이를 향한 마음을 깨닫는 이강의 짙어지는 감정을 절절한 눈빛과 표정으로 그려 여운을 남기며 두근거림을 자아냈다.
강태오는 지난 2019년 방영된 KBS2 드라마 '조선로코-녹두전'에 이어 '사극 장인'의 면모를 다시 한번 발휘하고 있다. 작품에서 조선판 로맨티스트 차율무 역을 맡은 그는 동주(김소현 분)만을 바라보는 따뜻한 사랑꾼에서 반정을 꾀하는 능양군(훗날 인조)으로 흑화한 반전 캐릭터로 안방극장에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이 외에도 강태오는 JTBC 드라마 '런 온', tvN 드라마 '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감자연구소', KBS2 '드라마 스페셜 2021-딱밤 한 대가 이별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특히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는 훈훈한 외모와 인성을 겸비한 이준호 역으로 '국민 섭섭남'에 등극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작품마다 탄탄한 연기력과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준 강태오의 연기 내공은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에서 발휘되고 있다. 자유분방한 모습과 더불어 무게감 있는 진지한 모습으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하고 영혼 체인지를 통해 두 가지 캐릭터를 뚜렷하면서도 섬세하게 그려내는 표현력이 극의 몰입감을 높이고 있다.
그야말로 강태오는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를 통해 다채로운 변주를 보여주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고 있다. 극에 활력과 재미를 불어넣는 그가 남은 회차에서 보여줄 활약에 기대가 모인다. '이강에는 달이 흐른다'는 매주 금, 토요일 밤 9시 4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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