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명확한 계기가 필수' 달라진 역주행의 조건


'역주행' 시작 계기 명확한 곡 늘어나
레거시 미디어의 유명 IP와 결합 시너지 커

가수 화사의 Good Goodbye는 19일 열린 제46회 청룡영화제 축하공연을 계기로 역주행에 성공해 각종 음원차트 1위에 올랐다./KBS Entertain 유튜브 채널 캡처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역주행의 조건'이 달라지고 있다.

26일을 기준으로 멜론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음악 플랫폼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곡은 화사의 'Good Goodbye(굿 굿바이)'다. 10월 15일 발매된 이 곡은 11월 19일 방송된 제46회 청룡영화제에서 화사가 축하공연으로 펼친 것을 계기로 역주행을 시작해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하고 있다.

해마다 역주행에 성공한 곡이 등장하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지만 화사의 'Good Goodbye'를 비롯해 최근 역주행 사례를 들여다보면 과거와 확연히 다른 점이 눈에 띈다. 바로 역주행이 시작된 계기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것이다.

역주행이라는 말을 처음 만들어낸 EXID의 '위아래' 이후 대부분의 역주행 곡은 이른바 '입소문'을 타고 소셜 미디어에 확산되면서 서서히 순위를 올리는 형태가 많았다. 꼭 입소문이 아니라 각종 챌린지 영상이나 인터넷 밈(meme)으로 인기를 얻은 사례도 그 근원지는 결국 대부분이 소셜 미디어나 커뮤니티 등이다.

불특정 다수가 동시다발적으로 이용하는 소셜 미디어의 특성상 이런 곡들은 역주행이 시작된 시점이 정확히 언제인지 특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일례로 '위아래' 역시 '직캠'을 통해 역주행이 시작됐다는 설과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들이 '위아래' 댄스를 따라 추면서 확산됐다는 설을 두고 의견이 나뉘고 있다.

그리고 정확한 시작 계기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특징은 바이럴 마케팅의 좋은 타겟이 됐다. 실제 '위아래'의 성공 이후 수많은 곡이 우후죽순 '역주행'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했고 그 근거로 특정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의 반응을 들곤 했다.

문제는 이처럼 바이럴 마케팅이 일반화되자 사람들이 정말로 해당 곡이 역주행을 한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의도적인 마케팅인지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에 사람들은 점차 음원차트 순위나 소셜 미디어의 언급 빈도 등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게 됐고 정말로 모두가 인정할 만한 역주행 곡은 손에 꼽을 만큼 드물어졌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자 최근 역주행 곡은 점차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역주행의 계기'가 분명하게 드러난 곡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우즈와 화사다.

가수 우즈(WOODZ)의 Drowning 역시 2024년 10월 5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 - 국군의 날 특집 무대라는 명확한 역주행의 계기가 있다./KBS 레전드 케이팝 유튜브 채널 캡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화사는 제46회 청룡영화제 축하공연이 역주행의 계기가 됐고, 우즈 역시 2024년 10월 5일 방송된 '불후의 명곡 - 국군의 날 특집'이라는 분명한 계기가 있다.

이처럼 역주행이 시작된 계기가 명확하니 사람들 역시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고 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우즈의 소속사 한 관계자는 'Drowning(드로우닝)'이 한창 화제가 모으고 있을 당시 "회사 차원에서 별도의 마케팅은 하고 있지 않다. 아무래도 정성을 다해 무대하는 모습을 좋게 봐 준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흥미로운 점은 화사와 우즈 모두 역주행이 시작된 계기가 방송사 프로그램이라는 점이다. 때문에 '콘텐츠를 직접 선택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 뉴미디어나 소셜 미디어에 지친 소비자가 자체적으로 큐레이팅을 해주는 레거시 미디어로 다시 몰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다만 홍보 마케팅 전문가들은 아직은 레거시 미디어의 재부상으로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홍보 마케팅 업체를 운영 중인 A씨는 "역주행에 확실한 계기가 필요해졌다는 의견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레거시 미디어에 나와서 이 곡들이 역주행에 성공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화사와 우즈의 사례는 '청룡영화제'와 '불후의 명곡'이라는 메가IP와 결합돼 발생한 시너지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화사와 우즈 이전에도 방송을 통해 주목받은 곡들은 존재하지만 이들 모두 'Drowning'이나 'Good Goodbye'만큼의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다만 A씨는 역주행의 '계기'를 만든다는 측면에서는 레거시 미디어가 유리한 측면은 있다고 봤다.

A씨는 "어떤 곡이 재조명될 계기를 만들어준다는 측면에서는 메가 IP를 보유하고 있는 레거시 미디어가 유리한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며 "다만 역주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기나 화제성, 참여도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방송 IP와 결합한 시너지는 '소스 제공' 정도로 보는 편이 적절할 듯하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화제를 모았다고 해도 사람들이 접하고 확산되는 곳은 소셜 미디어"라며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좋은 노래 같다. 밈으로 사용되기 좋은 곡이든 따라부르기 좋은 곡이든 듣기 좋은 곡이든 일단 곡이 좋아야 작은 계기로도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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