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 | 김명주 기자] '남극의 셰프'가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프로그램은 첫 방송이 되기도 전부터 사업가 겸 방송인 백종원의 방송 복귀를 향한 우려부터 민폐 논란까지 연일 잡음에 시달리며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뜨거운 감자가 된 '남극의 셰프'가 부정적인 시선을 뒤집고 프로그램의 메시지와 진정성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하며 순항할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17일 첫 방송하는 MBC·STUDIO X+U 공동 제작 교양 프로그램 '남극의 셰프'는 남극 명예 대원으로 변신한 백종원을 비롯한 배우 임수향 채종협과 그룹 EXO(엑소) 수호가 사명감 하나로 혹독한 남극 환경에 고립돼 살아가는 월동대원들을 위해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기후환경 프로젝트다.
지난해 11월을 시작으로 이미 촬영을 마친 '남극의 셰프'는 당초 지난 4월 방영될 예정이었으나 MBC는 뉴스 특보 및 조기 대선 정국으로 편성 일정이 조정됐다는 이유로 방송을 한 차례 연기했다. 다만 당시 백종원이 '빽햄(백종원 햄)' 가격 논란을 시작으로 각종 구설에 휩싸인 상태였고 이에 백종원 때문에 방송을 연기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다수 나왔다.
논란이 확산하자 백종원은 지난 5월 개인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방송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고 현재까지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다만 최근 서울 강남경찰서는 백종원의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달 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더본코리아 법인과 실무자 2명은 혐의가 인정돼 불구속 송치됐다. 바비큐 축제에서 사과주스를 농약통 분무기에 담아 고기에 살포하는 등 더본코리아와 백종원이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4건은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 처분됐다.
그러나 법적인 처분과는 별개로 리스크는 여전하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연돈볼카츠가맹점주협의회·대한가맹거래사협회·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MBC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C는 17일 예정된 '남극의 셰프' 방영 결정을 즉시 철회하고 백종원 대표와 더본코리아를 둘러싼 문제들이 실질적으로 해결될 때까지 방송편성을 보류하라"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백종원이 방송을 통한 대중적 인지도를 기반으로 가맹사업을 확대했다"며 "과도한 브랜드 확장과 과밀 출점으로 가맹점주는 폐업과 손실로 생계 위협을 호소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더본코리아는 입장문을 내고 "해당 기자회견은 더본코리아의 약 3000개 가맹점 점주 중 극히 일부인 특정 브랜드 점주의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남극의 셰프'에 드리운 그림자는 더 있다. 연출을 맡은 황순규 PD의 일문일답이 지난 3일 MBC를 통해 공개된 후 과거 보도된 남극세종과학기지 조리대원의 인터뷰가 재조명되면서 프로그램을 향해 민폐 논란이 일어난 것이다.
황순규 PD는 일문일답을 통해 "한국에서 어떠한 식재료도 가져가지 않았고 각 기지 창고에 남아 있는 식재료만으로 요리해야 했다. 매년 12월 대원들이 교대되면서 식자재도 1년에 한 번만 보급되는데 '남극의 셰프'가 방문한 11월의 부식 창고는 거의 텅 비다시피 한 상태였다"며 "얼어붙은 냉동 재료와 제한된 식재료 속에서 세계 각국 대원들에게 응원의 한 끼를 완성해 가는 과정 그리고 서로 다른 기지의 식문화를 엿보는 순간들은 '남극의 셰프'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장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 6월 한 매체는 남극세종과학기지 조리대원의 인터뷰를 전하면서 외부 방송국의 예능 방송 촬영으로 인해 기지의 식자재 부족이 심화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퍼지면서 프로그램을 향해 민폐라는 비판이 일자 결국 제작진은 지난 11일 다수의 매체에 "촬영을 가기 전 기지 측과 촬영팀 식자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기지 측에서 식자재를 별도로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고 전달받았다"고 해명했다.
이 외에도 프로그램 기획 의도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작진 설명에 따르면 '남극의 셰프'는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 '지구의 눈물'의 마지막 시리즈인 '남극의 눈물' 이후 MBC와 STUDIO X+U가 의기투합해 13년 만에 다시 남극을 찾으며 시작된 기후환경 프로젝트다. 그러나 기후환경 프로젝트와 백종원 임수향 채종협 수호가 월동대원들에게 요리를 해주는 것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아해하는 반응이 다수 나타난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 '남극의 셰프'는 명예 대원 자격으로 남극에 입성한 백종원 임수향 채종협 수호가 남극과학기지의 월동대원들을 위해 부족한 냉동 식재료로 따뜻한 한 끼를 대접하는 것은 물론 극지 업무까지 보조하며 남극 대원들의 삶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가는 과정을 보여줄 전망이다.
이와 함께 4인방이 한국의 세종과학기지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중국 우루과이 기지까지 방문하며 세계 각국 남극 대원들과 교류하는 이웃의 정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얼음 대륙의 장엄함과 동시에 기후 위기로 균열을 드러내는 남극의 현실과 기후 변화의 최전선에서 연구를 이어가는 남극 대원들의 삶을 전할 예정이다.
황순규 PD는 일문일답을 통해 백종원을 둘러싼 논란에도 방송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남극의 셰프'는 출연자가 주인공인 요리쇼가 아니다"라며 "남극이라는 극한의 환경 속에서 인간과 자연 그리고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기후환경 프로젝트이기에 그 본질적 가치를 시청자분들께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남극 기지 촬영을 위해 협력한 여러 국가 과학기지 관계자들 그리고 험난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제작에 참여한 수많은 스태프와 협력 파트너들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도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결국 방송을 보는 시청자의 판단이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논란의 한복판에서 출발하는 '남극의 셰프'가 제작진의 의도처럼 인간과 자연, 공존의 의미를 탐구하는 기후환경 프로젝트라는 메시지로 백종원의 복귀에서 비롯한 우려와 비판을 잠재우고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이목이 모인다.
'남극의 셰프'는 17일 밤 10시 50분 MBC에서 방송하고 이에 앞선 0시 U+tv와 U+모바일tv에서 첫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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