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90년대 인기 가수들이 각종 행사와 공연의 단골로 떠오르며 '레트로' 열풍을 부르고 있다.
지난 6월 15일 방송된 KBS1 '열린음악회'는 'Back To The 90's III(백 투 더 나인티스 쓰리)' 특집으로 기획돼 영턱스클럽, A.R.T., 야다 전인혁, K2 김성면, 자자, 하이디, 홍경민 등이 출연해 그 시절 히트곡을 열창했다.
5개월 전에 방영된 특집이고 '열린음악회'라는 프로그램의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흔히 볼 수 있는 기획의 하나' 정도로 받아들이고 넘어갈 수 있는 방송이다.
하지만 공연 업계에서 보는 시각은 달랐다. 이들은 '열린음악회'의 'Back To The 90's III' 특집을 두고 '현재 공연 및 행사의 트렌드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송'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제 최근 수년간 각종 축제나 행사장, 여러 중소 규모 공연장은 90년대와 2000년대 인기가수가 채우는 경우가 부쩍 늘고 있다. 이를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지역 축제다.
공연 기획사 관계자 A씨는 "예를 들어 지역 축제에 3~4일간 축하무대를 한다고 하면 대개 하루는 '록', 다음날은 '댄스', 다음날은 '트로트' 이런 식으로 장르에 맞춰 가수를 섭외하고 공연을 진행한다"며 "그런데 90년대 가수는 아예 '레트로'라는 별도의 카테고리를 만들어서 이들로만 라인업을 구성한다. 90년대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장르로 받아들여질 만큼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90년대 가수들이 유독 인기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관련업계에서는 관객들의 나이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70~8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이 대부분 가정을 꾸리고 경제활동의 주체가 되면서 이들이 젊은 시절에 즐겨 들었던 90년대 음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A씨는 "K팝의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10, 20대의 젊은 층을 주요 타겟으로 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그렇다 보니 40, 50대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함께 하고 익숙한 90년대 2000년대 음악을 찾게 되는 것 같다. 더군다나 40, 50대는 대부분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는 편이기에 10, 20대보다 상대적으로 티켓 비용의 부담도 덜하다"라고 말했다.
사실 90년대 음악은 이미 2014년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을 계기고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이에 당시 시작된 유행이 일시적으로 되살아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현장의 생각은 달랐다.
A씨는 "'토토가'는 '무한도전'에 출연한 가수와 '댄스 음악'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은 느낌이 강하다"라며 "반면 최근의 '레트로 열풍'은 장르나 가수가 다양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그는 "당장 '열린음악회'만 봐도 댄스가수뿐만 아니라 홍경민, 야다, K2, A.R.T. 등 장르가 다양하다"라며 "특히 90년대 가수들이 출연하는 '타임캡슐 슈퍼콘서트'가 성공을 계기로 인기가 부쩍 높아진 느낌이다.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타임캡슐 슈퍼콘서트'는 송도달빛축제공원을 거의 꽉채울 정도였다"고 말했다.
A씨는 "스페이스A, 김현정, 소찬휘 등은 요즘 지역 행사의 최고 단골손님으로 꼽힌다. Ref와 구피, 디바, 김원준, 노이즈 등도 인기"라며 "특정 가수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90년대 음악 그 자체가 유행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90년대 데뷔해 활동 중인 아티스트의 생각도 비슷했다. 1996년 데뷔한 그룹 구피(Goofy)의 멤버이자 현재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호는 <더팩트>에 "최근 1, 2년 사이에 각종 행사 등에서 섭외 요청이 부쩍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또 내가 프로듀싱을 맡은 버비도 20일 싱글 'SUGAR RIDING(슈가 라이딩)'의 발매를 앞두고 있어 구피로서도 프로듀서로서도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근황을 알렸다.
이어 박성호 PD는 "특정 가수나 노래에 초점을 맞춰 붐이 일어난 것이 아니라 이 시기의 다양한 장르와 가수들이 함께 사랑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당분간 '레트로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오랫동안 우리 음악을 사랑해 준 많은 분에게 감사하고 앞으로 구피는 물론 프로듀서 박성호에게도 많은 관심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