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K팝에서 국적의 의미가 희미해진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그룹이 아닌 솔로로 그것도 아시아도 아닌 지구 반대편 멕시코에서 K팝 스타를 꿈꾸며 한국을 찾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다.
18일 데뷔 싱글 'SKATE TO STAGE(스케이트 투 스테이지)'을 발매하고 정식 데뷔한 아이사(AISA)는 이 '흔치 않은 일'의 주인공이다.
2년 전 한국에 여행을 왔을 당시 촬영한 길거리 인터뷰 영상이 무려 962만 조회수(4일 기준)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은 아이사는 이후 다시 한국을 방문하던 도중 비행기에서 우연히 마주친 현재 소속사 대표의 스카우트 제안을 받아들여 K팝 가수의 길에 발을 들였다.
이를 위해 아이사는 올해 2월부터 한국에 숙소를 마련하고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며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받았고 8개월의 노력 끝에 데뷔 싱글 'SKATE TO STAGE'를 완성했다.
그렇게 탄생한 'SKATE TO STAGE'의 타이틀곡 'Every Piece Of Me(에브리 피스 오브 미)'는 단순한 데뷔곡에 그치는 것을 넘어 아이사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곡을 자기 목소리로 노래해 세상에 내보인 음악이다.
3일 <더팩트>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참석한 아이사는 녹음을 마친 곡을 처음 들었을 때 기분을 두고 "솔직히 긴장도 됐고 녹음이 끝나고 나니까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는 생각에 아쉬움도 있었다"며 "또 조금 어색하기도 했다. '이게 내 목소리구나' 싶어서 그랬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물론 어색함은 잠깐일 뿐 '처음'이 주는 감동은 컸다. 아이사는 "최종 결과물을 듣는데 믿을 수 없을 만큼 너무 좋았다. 꿈을 이룰 수 있어서 기뻤다"고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첫 음악에 만족감을 보였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이사는 이번 데뷔 전까지 전문적인 음악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가 완전히 음악과 무관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 그가 10여 년간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해 왔기 때문이다.
아이사의 데뷔 싱글의 타이틀이 'SKATE TO STAGE'로 정해진 이유다. 또 피겨 스케이팅은 '빙상 예술'이라고 불릴 정도로 음악과 안무가 중요한 스포츠다. 덕분에 피겨 스케이팅 경험은 아이사의 데뷔에도 큰 도움이 됐다.
아이사는 "멕시코에서 가수를 목표로 트레이닝을 받은 적은 없지만 피겨 스케이팅 경험이 이번 앨범을 준비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됐다"며 "예를 들어 춤을 배우는 것이 어렵긴 하지만 피겨 스케이팅 경험이 도움이 됐다. 둘이 다른 종목이지만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면에서 비슷하다. (피겨 스케이팅을 할 때도) 나는 퍼포먼스를 좋아했다. 이런 경험이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는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재미있는 점은 오랜 피겨 스케이팅 경험 때문인지 아이사가 평소 좋아하는 음악도 이와 어울리는 장르가 많다는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을 묻자 아이사는 "R&B와 클래식, 올드 뮤직을 좋아한다. 그리고 샹송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클래식이나 샹송은 실제 피겨 스케이팅에도 자주 쓰이는 장르다.
이와 더불어 아이사가 좋아하는 또 하나의 장르는 당연히 K팝이다. K팝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애초에 '가수 아이사'로 데뷔를 할 생각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아이사는 "K팝도 매우 좋아한다. 나뿐만 아니라 멕시코에서 K팝 팬이 많이 있다. K팝 가수가 멕시코에 오면 큰 공연장도 다 채운다"며 "멕시코에서 트와이스 콘서트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모든 것을 쏟아내는 모습을 보며 위대하다고 느꼈다"고 K팝에 애정을 드러냈다.
아이사의 가수 데뷔는 멕시코에서도 반길 만하다. 과거 '프로듀스101' 등에 출연했던 사무엘이 멕시코계 혈통이긴 했지만 실제 국적은 미국이었고 순수 멕시코 출신이 K팝 가수로 데뷔한 것은 아이사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또 멕시코 음악 신은 여자 가수보다 남자 가수의 활약이 더 눈에 띄는 편으로 재능 있는 여자 가수의 등장은 아이사의 고국 멕시코에서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소식이다.
이에 K팝 가수로 성공해 금의환향하면 어떨 것 같냐고 묻자 아이사는 "그렇게 되면 정말 대단할 거 같다"며 웃어 보였다.
이어 그는 "멕시코 사람들은 남녀노소 모두 음악 듣는 것을 좋아한다. 다만 전반적으로 남자 보컬에 더 잘 어울리는 레게톤이나 강렬한 비트 위주의 음악을 특히 좋아하다 보니 남자 가수가 많은 편이다"라며 "하지만 멕시코에도 재능을 가진 여자 가수가 많다. 내가 만약 유명해지면 이런 재능 있는 가수들이 더 활약할 수 있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도 한다"고 커다란 포부를 밝혔다.
이 포부를 이루기 위한 첫걸음인 데뷔는 이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일례로 아이사는 아직 팬과 직접 만날 수 있는 이벤트 등을 진행한 적이 없다.
이에 아이사도 "하루빨리 팬과 만나고 싶다. 그래서 시간이 될 때마다 소셜 미디어로 라이브를 많이 한다"며 "가끔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으면 너무 행복하다"고 팬과 만나고 싶은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지만 아이사는 급하게 서두르기보다 차근차근 과정을 밟아 나갈 계획이다.
아이사는 "연말에 크리스마스가 있으니 겨울 스페셜 앨범을 준비 중이다"라며 "또 팬을 위한 깜짝선물도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덧붙여 호기심을 키웠다.
더불어 아이사는 "팬과 만나면 연예인과 팬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공감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고 싶다"며 "팬들의 다양한 인생에 대해서도 알고 싶다. 그럼 팬에 대해서 더 깊이 교감하고 서로를 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며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우연이 인연이 돼 K팝 가수라는 뜻밖의 길을 찾은 아이사지만 내재된 예술혼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일이다.
아이사 역시 데뷔를 계기로 자신의 내면에 있는 예술의 혼을 불태우고 싶다고 밝혔다. 아이사는 "일단 다양한 음악으로 팬과 만나고 싶고 또 내 정규앨범을 꼭 만들고 싶다. 기회가 된다면 연기도 하고 싶다"며 "내 내면에 예술적 감성이 많다. 이것을 모두 다 증명하고 싶다. 그렇게 아티스트로서 경력을 쌓고 싶다"고 희망했다.
이어 덧붙인 아이사의 최종 목표는 일견 거창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또 소박했다.
아이사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당연히 K팝 가수로서 나를 세계에 알리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 내 예술적 장점을 잘 발휘하고 싶다. 그래서 다른 아티스트에게도 좋은 선례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아이사의 데뷔는 이미 그 자체로도 누군가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충분한 예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