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강하늘의 '열일' 레이스가 어느덧 종착역에 도달했다. 올해 5개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며 그 누구보다 바쁜 한 해를 보냈던 그는 편하게 웃다가도 가슴 한편이 찡해지는 '퍼스트 라이드'로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올해의 마무리를 의미 있게 짓는다.
강하늘은 영화 '퍼스트 라이드'(감독 남대중) 개봉을 앞둔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스트리밍'과 '야당'에 이어 올해 또 한 번 극장 개봉 영화를 들고 온 그는 "3~4년 동안 찍었던 작품들이 이제 끝난다. 올해 삼청동에 오는 것도 이제 끝"이라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 29일 스크린에 걸린 '퍼스트' 라이드'는 어린 시절부터 한 몸처럼 붙어 다닌 24년 지기 사총사 태정(강하늘 분) 도진(김영광 분) 연민(차은우 분) 금복(강영석 분)이 학창 시절에 이루지 못했던 꿈을 위해 생애 첫 해외 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무엇보다 '퍼스트 라이드'는 누적 관객 수 261만 명을 동원하며 그해 극장가의 흥행 복병으로 떠올랐던 '30일'(2023)의 남대중 감독과 강하늘이 재회한 작품으로 제작 단계부터 많은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강하늘은 외모부터 성적과 집안까지, 완벽주의적 성격 빼고 모든 것이 완벽한 태정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먼저 강하늘은 남대중 감독과 재회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감독님은 너무 좋은 분이지만 대본이 별로였다면 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대본이 너무 재밌었다. 남 감독님의 대본을 읽을 때 늘 기발한 상황들이 나온다. 그러다 보니까 제 상상력도 엄청 기발해지더라. 저의 상상력을 재밌게 자극해서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두 편의 영화를 함께한 강하늘이 느낀 남대중 감독이 펼쳐내는 코미디의 매력은 무엇일까. 그는 "기발하고 현실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연기할 수 있는 게 좋다"며 "상황이 황당하니까 과하지 않고 편안한 톤으로 연기하라고 디렉팅을 하신다. 편안한 상황을 웃기게 하려면 과해야 하는데 상황이 기발하니까 그 안에서 연기하는 사람은 편안하다. 감독님이 이걸 잘 캐치하신다"고 말했다.
'퍼스트 라이드'는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24년 지기 사총사가 된 네 배우의 '찐친 케미'가 단연 돋보이는 영화다. 대학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강영석과 이번에 처음 호흡을 맞춘 김영광, 차은우를 언급한 강하늘은 "다들 성격이 너무 좋고 털털해서 친해지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처음 만났을 때 바로 무장 해제됐다"고 회상했다.
다만 코미디 영화가 어려운 이유는 자칫 연기하는 배우들만 웃기고 이를 보는 관객들은 과하다고만 느낄 수 있는 지점이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 경계했던 강하늘은 감독, 배우들과 거듭된 회의를 진행하며 딥한 장면은 너무 딥하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코믹한 분위기로만 흘러가지 않도록 중간 지점을 찾는 것에 집중했다고.
"저희의 합은 더할 나위 없었어요. 늘 회의하는 게 강점이었고 되게 많이 열려있었죠. 매 장면을 찍을 때 '어떻게 하면 재밌을까?'를 의논했고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받았어요. 저희 모두 좋아하는 순간이었고 영화에도 플러스 요인이 됐고요. 저는 한 장면에서 튀어야 하는 총량이 있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 이만큼 가져간다면 남은 친구들은 가만히 있거나 서포트를 해줘야되는데 그게 잘 맞았죠."
영화의 전체적인 톤뿐만 아니라 캐릭터에도 많은 의견을 낸 강하늘이다. 그렇게 한 작품에서 10대부터 30대까지 소화한 그는 똑 부러지는 표정과 정확한 발음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돌아있는 눈을 장착하고 때로는 재수 없지만 그렇다고 미워할 수 없는, '끝장 보는 놈'이라는 수식어를 보유한 캐릭터를 자신의 색깔로 제대로 표현해 냈다.
이 같은 감상평을 들은 강하늘은 "딱 그렇게 표현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보인다니까 막상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옥심과의 대화에서도 걱정과 위로보다 방안을 제시하는 느낌으로 바꾸면서 태정의 T(이성적) 성향을 더 드러내고 싶었다.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는 영화는 포지션이 중요한데 다른 인물들이 튀니까 저는 중심점이자 중재자가 되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3월 개봉한 '스트르밍'을 시작으로 4월 영화 '야당' 5월 지니TV 오리지널 '당신의 맛', 6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3, 7월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에 이어 '퍼스트 라이드'까지 올해 6편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난 강하늘이다.
제작되는 작품의 편수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알려진 업계 상황이지만, 강하늘은 이 같은 흐름에 전혀 영향을 받고 있지 않은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모든 배우가 자신을 선택받는 직업이라고 말하는 만큼, 강하늘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이 계시니까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그런 그에게 '그렇다면 계속 자신을 찾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제가 저를 봤을 때 편안한 느낌이 있다. 부담 없이 편안하게 볼 수 있는 게 비결 아닐까 싶다"며 "또 감독님이 시키는 걸 다 한다.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니까 이를 알아봐 주시고 찾아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저는 천의 얼굴이 아니라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분명해요. 말로 표현할 수는 없지만 제가 못하는 걸 알고 있고 엄청난 노력을 쏟기에는 잘하는 걸 더 잘 보이기 위해 쏟는 에너지도 부족하거든요. 그래서 제가 못하는 것에 손대지 않고 할 줄 아는 걸 잘하려고 노력 중이에요. 흔히 말하는 천의 얼굴이 있다면 그 사람이 모든 작품을 다 하면 되잖아요. 하지만 이 세상에 배우가 많은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제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있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올해 쉼 없이 달려온 강하늘은 차기작으로 택한 영화 '국제시장2'의 촬영이 시작되기 전까지 짧은 휴식기를 가질 예정이다. 그는 "홍보 일정을 다 소화하고 어디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라질 것"이라며 "요즘 차에서 가수 거미의 '날 그만 잊어요'를 계속 틀어놓고 있다"고 귀띔했다.
끝으로 강하늘은 "'퍼스트 라이드'는 단순히 웃기기만 한 게 아니라 즐겁고 흐뭇한 영화"라고 강조하며 "제 모든 작품의 목표는 손익분기점이다. 모두가 애써서 만들었는데 웃는 사람은 없어도 우는 사람은 없어야 되지 않나. 손익분기점은 넘어야 많은 사람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다"고 바람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