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과 K드라마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며 관련 전시와 체험 콘텐츠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제 관객은 카메라 앞에서 춤을 추고 드라마 속 장면을 직접 재현하며 참여형 관람자로 변신한다. <더팩트>는 이러한 흐름 속에 등장한 K콘텐츠 체험 전시의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변화하는 관람 문화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반짝이는 조명 아래 무대에 오르고 카메라 불빛을 받으며 노래를 부른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곳의 주인공은 나다. K팝과 K드라마의 세계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직접 스타가 돼보는 체험형 콘텐츠가 새로운 문화로 떠오르고 있다. 관객은 더 이상 공연을 바라보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무대의 한가운데 서는 참여자로 변화하는 중이다.
단순히 포토존에서 사진을 남기는 수준을 넘어 스타의 업무를 실제로 경험해 보는 몰입형 프로그램으로 진화한 것이다. 메이크업부터 안무, 녹음, 촬영까지 전 과정을 압축한 교육 프로그램은 새로운 여가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실제 아이돌을 꿈꾸지 않아도 무대에 서보는 경험 자체를 즐기는 문화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중 대표적인 공간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하이커 그라운드다.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이 공간은 XR(확장현실) 스튜디오를 활용해 실제 아이돌이 서는 무대를 정교하게 재현했다. 방문객은 자신만의 뮤직비디오를 촬영할 수 있으며 무대 배경은 우주선 지하철 코인세탁소 등 다양한 콘셉트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다양한 소품 대여 서비스도 제공돼 완성도 높은 영상을 제작할 수 있다. 특히 조명과 색감도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
10대 여성 A 씨는 "직접 조명 아래에서 춤추니까 진짜 데뷔한 기분이다"라며 "친구들과 함께 챌린지를 찍으러 여기 왔다. 배경이 다양해서 재미가 있다"고 전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 40대 여성 B 씨는 "딸이 아이돌을 꿈꿔서 체험하러 왔다. 어른도 재밌었다"며 "조명과 배경이 워낙 실감 나서 마치 콘서트 무대에 서 있는 것 같다. 영상을 담아갈 수 있는 시스템도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비슷한 열풍은 전시 분야로도 번지고 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청와대 사랑채에서는 K드라마 체험 러브챕터 전시가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이곳은 K드라마의 명장면을 그대로 재현한 공간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전시다. 관람객이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가며 드라마 속 서사를 체험하도록 설계돼 있다.
전시는 챕터별로 구성돼 있으며 파트2에서는 인기리에 종영한 '폭싹 속았수다' '사랑의 불시착' 등 다채로운 K드라마의 장면이 소개된다. 또한 '이번 생도 잘 부탁해'의 촬영지인 울산 울주 나사해수욕장, '무인도의 디바' 속 경북 상주 맥문동 솔숲 등 실제 드라마 촬영지를 미디어아트로 구현해 가상 투어를 즐길 수 있다. 관람 후에는 간단한 설문조사 참여를 통해 K드라마 OST가 수록된 NFC 키링을 기념품으로 받을 수 있다.
러브챕터 전시를 찾은 관람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드라마 속 하루를 즐기고 있었다. 10대 남성 C 씨는 "'폭싹 속았수다'를 정말 좋아했는데 그 장면이 나오니까 색다른 경험"이라고 얘기했다.
30대 여성 D 씨는 "좋아하던 드라마를 이렇게 전시로 관람하니까 더 특별한 것 같다"며 "무료 관람인 점도 좋다. 가족 단위로 와서 즐기기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K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서비스들도 함께 확산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벤트 요소들이 다양해질수록 해외에서 입소문이 나고 더 많은 관광객이 우리나라를 찾게 될 것"이라며 "결국 이러한 체험형 콘텐츠가 관광 산업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하 평론가는 "기획 자체가 호기심을 자극하는 만큼 실제 콘텐츠의 완성도도 그 기대를 충족시켜야 한다"며 "이벤트의 외형뿐 아니라 내실까지 꼼꼼히 다져야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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