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정경호 "'보스'로 얻은 것? 조우진·박지환"


식구파의 정통 후계자이지만 탱고 댄서가 꿈인 강표 役
"꼭 같이 해보고 싶었던 배우들…오랜만에 만난 친형제들 같았죠"

배우 정경호가 영화 보스 개봉을 기념해 <더팩트>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더팩트|박지윤 기자] 출연을 결심한 이유도, 작품을 끝내고 남은 것도 다 함께한 동료들이었다. 그렇게 배우 정경호에게 배움의 현장이자 선물 같은 영화가 된 '보스'다.

정경호는 지난 3일 개봉한 영화 '보스'(감독 라희찬)로 추석 극장가에 출격할 준비를 마쳤다. 이에 앞서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혼자 보면 재미없고 팝콘을 먹으면서 많은 사람과 함께 보는 맛이 있는 영화"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작품은 조직의 미래가 걸린 차기 보스 선출을 앞두고 각자의 꿈을 위해 서로에게 보스 자리를 치열하게 양보하는 조직원들의 필사적인 대결을 그린 코믹 액션 영화다. '바르게 살자'(2007)를 연출했던 라희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정경호는 식구파의 정통 후계자이지만 단 하나의 목표인 탱고 댄서를 향해 직진하는 강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하이브미디어코프

먼저 정경호는 '영화를 어떻게 봤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찍을 때보다는 웃음이 덜했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꺼내 관심을 모았다.

"저에게는 코미디보다 순태가 가족을 지키는 휴먼 드라마가 더 세게 왔어요. 가족을 지키는 한 남자의 고군분투기 같았어요. 그래서 같이 찍고도 우진이 형에게 '잘 봤다'고 했죠. 조폭 영화라기 보다는 배꼽 빠질 정도는 아니지만 훈훈하게 웃고 나올 수 있는, 가족끼리 보기 좋은 영화인 것 같았어요."

이어 이번 작품을 택한 결정적인 이유로 재밌는 대본과 평소 호흡을 맞춰보고 싶었던 배우들과의 만남을 꼽은 정경호다. 자신이 가장 늦게 캐스팅됐다고 밝힌 그는 "제가 하겠다고 한 첫 번째 이유는 조우진 박지환 이규형이 다 출연한다고 해서였다. 꼭 같이 해보고 싶었다"고 힘주어 말했다.

"우진이 형은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스타일로 연기를 하는 배우예요. 또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작품을 향한 책임감이 굉장히 투철하셨어요. 저도 늘 최선을 다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는데 우진이 형이 애정과 책임감을 갖고 해내는 걸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지환이 형의 살아있고 날 것 같은, 제가 하지 못하는 연기의 표현들도 현장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죠."

식구파의 정통 후계자인 강표는 차기 보스 자리를 약속받고 수감생활을 하다가 그곳에서 탱고의 매력에 흠뻑 빠져 댄서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인물이다. 그는 식구파의 보스가 죽고 조직의 2인자이지만 중식당의 주방장으로서 전국 맛집을 평정하는 게 목표인 순태(조우진 분)와 보스 자리를 두고 치열한 쟁탈전이 아닌 양보 전쟁을 벌인다.

"꿈을 좇아가는 역할 자체가 흥미로웠고 그동안 제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서 끌렸어요. 탱고를 추면서 새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와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니까 강표의 인생을 믿으려고 했고요. 누군가가 저의 큰 장점이 선한 에너지라고 했거든요. 어떤 역할을 맡아도 저만의 선을 유지하는 게 장점이라고 좋게 봐주셔서 이번에도 그 장점을 살리려고 했죠."

정경호는 보스로 조우진과 박지환을 얻었다고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하이브미디어코프

그렇게 강표로 분한 정경호는 직접 아이디어를 내며 과거 회상 장면에서 노란 머리로 등장하고 문신을 하는 등 외적 비주얼에 변화를 주며 색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 또 그는 목검을 사용해 깔끔하고 날렵한 자세로 결투에 임하다가 탱고에 빠진 후 마치 춤을 추는 듯 우아한 탱고 액션을 선보이며 신선한 매력을 발산했다.

당초 강표는 피아노에 빠지는 인물이었지만 준비 기간이 부족할 것으로 판단돼 설정을 탱고로 바꿨다고. 이후 정경호는 3~4개월 동안 탱고에 몰두하며 남다른 열정을 불태웠다. 그는 "우연히 감독님과 탱고 바에 갔고 그때 감독님이 탱고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강표가 탱고를 하는 건 어떠냐'고 의견을 냈고 대본 리딩할 때부터 춤에 몰두했다"며 "저는 음악의 피는 없고 흥만 많은 스타일"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정경호는 인터뷰 내내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조우진과 박지환을 언급하며 각별한 애정과 두터운 신뢰를 내비쳤다. 특히 그는 작품 촬영을 끝내고 함께 여행을 간 에피소드까지 들려주면서 이들의 돈독한 우정을 더욱 실감케 했다.

"오랜만에 만난 친형제들 같았어요. 친해지기 위해서 서로 노력한 게 없어요. 솔직히 힘들 때도 있었지만 다 같이 으쌰으쌰하면서 찍었거든요. 이들과 함께하지 않았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애틋해요. 저에게는 친형 같은 존재들이죠."

보스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정경호는 오는 12월까지 tvN 새 드라마 프로보노 촬영에 집중할 예정이다. /하이브미디어코프

2004년 모바일 드라마 '다섯개의 별'로 데뷔한 정경호는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로드 넘버원' '미씽나인' '슬기로운 감빵생활' '라이프 온 마스' '일타 스캔들'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영화 '롤러코스터' '대무가' '압꾸정'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꾸준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렇게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바탕으로 다양한 장르의 작품과 캐릭터를 소화하며 주연 배우로서 대체 불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정경호다. 여러 대표작과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배우로서 많은 것을 이룬 그에게도 강표처럼 이루고 싶은 꿈을 품고 있을지 궁금했다.

이 같은 질문을 들은 정경호는 "좋은 배우가 뭔지 잘 모르겠지만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도 꿈을 꾸면서 좇아가고 있다"고 겸손한 면모를 드러냈다.

어느덧 데뷔한지 20년이 넘은 정경호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꾸준함과 성실함을 무기로 우직하게 걸어 나갈 예정이다. 그는 "지칠 때도 있지만 카메라 앞에서 연기하고 사람들이 저에게 집중할 때 묘한 희열을 느끼면서 기운을 얻는다. 연달아서 판타지물을 했다 보니까 땅에 붙어 있는 인물과 일상적인 작품을 하고 싶기도 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앞서 정경호는 지난 6월 종영한 MBC '노무사 노무진'에서 유령 보는 노무사 노무진으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어 유쾌한 코믹 액션의 '보스'로 관객들과 만날 준비를 마친 그의 다음 스텝은 tvN 새 드라마 '프로보노'다. 그는 판사 출신의 공익 전담 변호사 강다윗 역을 맡아 새로운 법정 드라마를 선보일 계획이다.

"올해 '노무사 노무진'을 잘 끝내서 너무 좋았어요. 귀신을 보는 역할을 맡았지만 에피소드들은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다뤘거든요. 물론 아직도 잘 모르지만 근로 환경을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리고 '보스'로는 조우진과 박지환을 얻었죠. 이제 12월까지 '프로보노'를 잘 찍는 게 목표예요. 그다음은 아직 안 정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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