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근면 성실함은 배우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기본이자 책임감이라고 말하는 배우 박규영이 새로운 무기 하나를 장착했다. 이제는 액션까지 잘하는 박규영이 계속해서 자신의 강점과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박규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새 영화 '사마귀'(감독 이태성)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한울(임시완 분)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신재이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사마귀'는 모든 룰이 무너진 살인청부업계에 긴 휴가 후 컴백한 A급 킬러 사마귀(임시완 분)와 그의 훈련생 동기이자 라이벌 재이 그리고 은퇴한 레전드 킬러 독고(조우진 분)가 일인자 자리를 놓고 벌이는 대결을 그린 액션 영화다.
살인청부업계라는 세계관에서 알 수 있듯 '사마귀'는 지난 2023년 3월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의 스핀오프다. '길복순'이 싱글맘과 킬러의 삶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뤘다면 '사마귀'는 각자의 목적을 향해 달려가는 세 인물의 뜨거운 액션을 선보였다.
'길복순'의 스핀오프라는 점은 박규영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길복순'을 네다섯 번 볼만큼 좋아했는데 그 이후 이야기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무엇보다 임시완, 조우진 선배님과 한 장면에 담길 기회라는 점에서 무조건 해야겠다 싶었다"고 출연 과정을 돌이켰다.
그중에서도 액션에 대한 호기심은 박규영이 '사마귀'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였다. 그간 소위 센 캐릭터를 종종 맡았던 박규영이지만, 본격적으로 액션을 드러낼 기회는 많지 않았다. 때문에 이번만큼은 한계까지 밀어붙일 수 있는 강렬한 캐릭터를 표현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는 "액션 캐릭터를 만나는 것도 배우에게 축복이라 생각한다"며 "더군다나 이번 작품은 액션이라는 장르에서도 하나의 줄기를 맡는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사마귀'는 박규영에게 여러 가지의 첫 번째 타이틀을 안겼다. 첫 액션 도전이자 첫 영화 주연을 맡아 임시완·조우진 같은 탄탄한 배우들과 나란히 서는 경험이었다.
당연히 그만큼 부담도 컸다. 박규영은 "대선배님들과 롤이 비슷한 역할이 처음인 데다 물리적으로도 '액션'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이 명확하다 보니 부담은 됐다"며 "그래도 선배님들이 현장에서 끝없이 배려해 준 덕분에 연기든 액션이든 믿고 맡기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배우 임시완은 박규영의 액션스쿨 출석률을 예로 들며 근면·성실한 태도를 치켜세운 바 있다. 이에 박규영은 "선배님께서 계속 좋은 말을 해주셔서 감사하지만, 개인적으로 특별한 무기가 없다 보니 성실함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우로서도 근면·성실 만큼은 최소한으로 지녀야 하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겸손하게 말한 박규영이지만, 실제로 그는 '사마귀' 프리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몸을 만들었다. 박규영은 "아침에 일어나 닭가슴살과 현미밥을 먹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다. 이후 다시 닭가슴살과 현미밥을 먹고 액션스쿨에서 세 시간 훈련을 받고, 집에 와서 또 같은 식단을 반복했다. 그렇게 체지방률이 7.9%까지 내려갔다. 재이라는 캐릭터의 다부진 몸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여성으로서 남성 배우들과 맞붙는 게 쉽진 않았어요. 때문에 프리 단계부터 근육량을 늘리려고 노력했고, 실제로 증량도 많이 했어요. 합이 정해진 액션이라 외우는 데도 공을 들였죠. 선배님들이 워낙 잘 맞춰주셔서 동등하게 겨룰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극 중 재이는 한울과 독고 사이에서 사랑, 열등감, 동병상련이 뒤엉킨 복잡한 감정을 드러낸다. 박규영은 특히 한울에 대한 재이의 감정선을 두고 "누구나 알고 겪어봤지만, 솔직하게 말로 꺼내기 힘든 감정"이라고 정의했다. 때문에 오히려 쉬웠단다. 카메라 앞에서 도리어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다면 보는 입장에서는 누구라도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울에 대한 열등감과 사랑을 어느 정도 드러내고 숨길지 철저하게 계산하지는 않았어요. 시나리오를 따라가면서 재이가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표현했던 게 다인 것 같아요. 미묘한 감정이었기 때문에 시선의 농도를 정확하게 하는 것보다는 매 순간 솔직하게 반응하며 재이를 완성했어요."
특히 마지막 재이와 한울 그리고 독고 세 사람의 결전 장면은 박규영에게 더욱 각별했다. 단순한 액션신을 넘어 재이가 살아온 내면의 응축된 감정을 폭발시키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재이가 어떤 인물인지 어떤 서사를 지녔는지 설명이 되는 지점이었다"고 말했다.
'사마귀'가 끝난 지금, 박규영은 '액션'이라는 새로운 무기를 발견하고 장착했다. 앞으로도 언제든 꺼내 들 용의가 있단다. 그는 "사실 과정이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내 특기 혹은 무기를 하나 더 가진 느낌이다. 덕분에 장르적으로는 닫아 놓을 필요가 없지 않나"며 웃어 보였다.
"실제로 시완 선배님도 제가 현장에서 한계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건 진짜 큰 무기'라며 '한 번쯤 더 써봤으면 한다'고 조언을 해주셨어요. 저 역시 기회가 된다면 언제든 또 도전해 보고 싶습니다."
박규영은 2025년에만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2, 3', 디즈니+ '나인 퍼즐', 이번 '사마귀'까지 연이어 장르물에 도전하면서도 연기 변신에 대한 호평까지 얻었다. 세 작품에서 각기 다른 결의 캐릭터를 맡으며 같은 배우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 만큼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박규영은 이를 두고 "이제는 '도화지 같다'는 피드백을 내 장점이라고 받아들이려 한다"며 "외적으로 제작진이 입혀주는 대로 잘 흡수가 되나 싶다"고 말했다. 물론 내적인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박규영은 "매번 새로운 감정을 직관적으로 쌓아가며 다른 인물로 살아가는 건 배우로서 가진 힘 같다.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편"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박규영은 1년간 자신을 지켜봐 준 시청자와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남겼다.
"관객에게 주어진 두 시간, 시청자에게 주어진 퇴근 후의 한 시간은 소중한 시간이잖아요. 그 시간을 제게 써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요. 그래서 앞으로도 지켜봐 줄 수 있는 작품으로 찾아오고 싶어요. 빠른 시일 안에 인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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