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누가 예측했을까. 잡음으로 먼저 눈도장을 찍었던 '폭군의 셰프'가 17% 시청률을 돌파하며 '2025년 tvN의 효자'로 떠올랐고, 올해 나온 미니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까지 경신했다. 임윤아의 저력이 버티고, 이채민의 발견이 신의 한 수가 된 '폭군의 셰프'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깨고 올해 드라마 중 단연 발군의 성과를 기록했다.
tvN 토일드라마 '폭군의 셰프'(극본 fGRD, 연출 장태유)가 지난 28일 연지영(임윤아 분)과 이헌(이채민 분)의 현대에서 재회하는 꽉 막힌 해피엔딩과 함께 막을 내렸다.
지난달 23일 밤 첫 방송된 '폭군의 셰프'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총 12부작으로 편성돼 시청자들을 만났다.
1회 시청률 4.9%(이하 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기준)로 시작한 작품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2회 6.6%, 3회 7.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4회에서는 단숨에 10%대를 돌파했다. 이후 주춤할 때도 있었지만, 매주 상승세는 계속됐고 결국 최종회에서는 17.1%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이라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방송 4회 만에 2025년 tv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달성하며 '올해의 효자'라는 수식어를 거머쥐었던 '폭군의 셰프'는 결국 tvN 역대 최고 시청률 6위까지 올랐다. 뿐만 아니라 올해 방영된 전 채널 미니시리즈 중에서도 최고 시청률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폭군의 셰프'의 공개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성적표는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당초 '폭군의 셰프'는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 등으로 인기를 얻은 박성훈을 남자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성훈이 지난해 12월 소셜 미디어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AV 표지 사진을 게재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다수의 시청자들은 AV로 이미지를 잃은 박성훈이 로맨스 작품의 남자 주인공을 하는 것이 맞느냐고 질타했고 결국 박성훈은 작품에서 하차했다.
1회 방송에서는 '태평성대(太平聖代)'를 '太平聖大(태평성대)'로 잘못 기재한 한자 표기 오류로 뭇매를 맞기기도 했다. 사극 장르를 내세우면서 한자 검수가 미흡했던 데다 작품이 넷플릭스를 통해 190여 개국에 공개되는 만큼 '글로벌 망신'이라는 질타를 받으며 제작진은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초반까지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짙었던 '폭군의 셰프'다. 그러나 작품은 배우들의 열연과 케미를 내세우며 반응을 순식간에 뒤집었다.
먼저 '폭군의 셰프'를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이끈 그야말로 중심축인 임윤아의 활약이 컸다. 그는 극 중 뛰어난 요리 실력과 강단 있는 성격으로 좌충우돌 생존기를 펼쳐나가는 셰프 연지영의 주체적인 면모를 다채롭게 표현했다.
특히 '엑시트' '악마를 이사왔다' 등 코미디를 만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증명하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로맨스와 코미디를 오가며 시청자의 몰입을 도왔다.
여기에 박성훈의 빈 자리를 빠르게 채운 이채민의 '발견'은 제대로 불을 지폈다. tvN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하이라키', MBC '바니와 오빠들' 등으로 얼굴을 알린 신예이자 상대배우인 윤아보다 '연하'라는 점에서 박성훈과는 여러모로 크게 달랐다.
심지어 이채민의 합류는 다소 급하게 이뤄졌고, 이채민으로서도 작품을 준비할 기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채민의 전작들을 고려했을 때 과연 그가 첫 사극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나 이채민은 작품의 위기를 자신의 기회로 만들며 그야말로 '전화위복'을 보여줬다. 우려와는 달리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사극 연기를 어색함 없이 소화했고, 여기에 광기 어린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 이헌을 때로는 냉혹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그려내며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또한 '폭군의 셰프'의 주된 요소인 요리를 살리는 '먹방'까지 찰떡같이 살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이는 비단 이채민만의 영역은 아니었다. 주요 출연진들 모두 연지영의 요리를 먹은 뒤 감탄하는 모습을 표정으로 오롯이 표현했고, 이를 살리는 연출까지 더해져 보는 재미를 더했다.
작품의 적절한 각색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한 '폭군의 셰프'는 연산군을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의 명칭을 모두 바꾸는 등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 이 과정에서 로맨스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정치와 권력의 중심인 궁중에서 벌어지는 요리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었고 이같은 참신한 설정이 더욱더 와닿을 수 있었다. 여기에 셰프라는 현대적인 요소와 폭군이라는 고전적인 캐릭터가 만나는 구조 역시 호기심을 자극했고 시청자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안겼다.
조선의 전통 궁중 음식에 프랑스 조리기법을 더해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퓨전 요리가 실제로도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섬세하게 구현되며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된장 파스타부터 고추장 버터 비빔밥, 수비드 스테이크, 육회 타르타르, 흑임자 마카롱 등이 대표적인 예다.
결국 '폭군의 셰프'는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폭군의 셰프'가 남긴 것은 단순한 시청률 이상의 의미다. 예상을 뒤엎고 발군의 성과를 보여준 작품이라는 점에서 tvN 드라마를 대표하는 효자작으로 오래 기억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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