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디바' 엄정화, 32년 간 바뀌지 않은 목적지


지니TV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로 연속 흥행 성공
임세라·봉청자 역으로 활약…송승헌과 10년 만에 재회

배우 엄정화가 <더팩트>와 만나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 종영 인터뷰를 진행했다. /에일리언컴퍼니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어느덧 데뷔 32년 차가 된 영원한 디바 배우 엄정화다. 그의 목적지는 데뷔 후부터 단 한 순간도 변한 적이 없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적지를 향해 지금껏 달려왔고 앞으로도 걸어갈 예정이다. 그래서일까. 그가 출연하는 작품은 단순히 '재미'에서 끝나지 않는다. 꿈꾸는 데는 나이가 필요 없다는 걸 작품으로도 스스로도 보여주고 입증하고 있는 엄정화다.

엄정화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금쪽같은 내 스타'(극본 박지하, 연출 최영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경력 단절 톱스타 봉청자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 23일 12부작을 끝으로 종영한 '금쪽같은 내 스타'는 대한민국 최고의 톱스타가 하루아침에 평범한 중년 여성이 된 후 펼쳐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엄정화는 전성기 시절 임세라라는 이름으로 가요계를 휩쓸다 홀연히 사라진 봉청자 역을 맡았다. 25년 치 기억을 잃고 돌아온 그는 경찰 독고철(송승헌 분)의 도움으로 다시 컴백쇼를 준비하는 과정이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그려지며 호평을 얻었다.

특히 작품은 꽉 막힌 해피엔딩과 함께 4.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라는 차체 최고 시청률로 종영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엄정화로서는 '닥터 차정숙'에 이어 '금쪽같은 내 스타'까지 연이어 흥행 가도를 달린 셈이다. 이에 그는 "이번 드라마 준비하면서 과연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기대와 걱정이 반반이었다. 중년의 로맨틱 코미디다 보니 아무래도 우려가 좀 됐던 것 같다. 그런데 오히려 그 부분을 좋아해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두 작품 모두 대본을 재밌게 읽었던 만큼 연기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특히 이번 작품은 송승헌 배우와 10년 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큰 인연인 것 같아 더욱 즐겁게 촬영했어요. 좋은 사람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아요."

배우 엄정화가 지니TV 금쪽같은 내 스타에서 임세라이자 봉청자로 분해 활약하며 작품의 인기를 이끌었다. /지니TV

엄정화의 말처럼 '금쪽같은 내 스타'는 지난 2015년 영화 '미쓰 와이프'로 부부 호흡을 맞췄던 엄정화와 송승헌이 10년 만에 다시 한번 로맨틱 코미디로 재회한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주목을 받았다.

당시에도 노련한 두 사람이었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더욱더 경험을 바탕으로 한 차진 연기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줬다. 엄정화는 송승헌에 관해 "10년간 변하지 않은 건 송승헌의 외모"라며 "정말 외향적으로는 하나도 변한 게 없었다. 심지어 여전히 몸도 좋더라. 상의 탈의 장면이 있는데 매너 차원에서 보지 않으려고 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보게 됐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그나마 변한 것이 있다면 조금 더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다. 엄정화는 "이전에 비해 더 부드러워지고 마음이 넓어진 것 같다"며 "물론 날 놀리는 건 굉장히 좋아한다. 영화할 때는 이렇게까지 재밌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이번에는 긴 호흡을 같이하다 보니 승헌 씨의 진짜 성격도 많이 알게 된 것 같다. 요즘에는 승헌 씨의 장난도 즐기고 있다"고 체념한 듯한 답을 전해 한 번 더 웃음을 안겼다.

"승헌 씨도 저에게 '선배님은 여전하다'고 해줬어요. 저희끼리 서로 칭찬하느라 보는 주변은 힘들었겠죠.(웃음) 기회만 된다면 다음 10년 후에도 만나고 싶어요. 2035년에도 저희 두 사람이 같이하는 작품을 내놓는다면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극 중 봉청자는 오랜 은둔 끝에 세상과 마주한 인물이다. 엄정화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외적인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 그는 "청자는 숨어 지내다 보니 머리 손질도 안 하고 피부 관리도 하지 않았을 것 같았다. 또 자신을 가린다는 생각에 머리도 긴 채로 늘 고개를 숙이고 다녔을 것 같다. 그래서 머리를 덥수룩하게 했다. 전반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고, 실제로 촬영장에 갈 때면 가장 먼저 일부러 '못생김 체크'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기억을 잃은 봉청자의 내면은 여전히 순수했던 20대여야 했다. 이는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을까. 엄정화는 "대본에 나온 것처럼 20대로서 사회에 찌든 것이 없이 최대한 모든 것을 대하려고 했다. 다만 아무리 기억을 잃었다고 해도 몸에 밴 세월은 있다고 생각한다. 20대 세라랑 50대 청자의 성격이 차이가 나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어린 내면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은연중에 쌓아온 세월이나 습관이 툭툭 나오는 것처럼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엄정화는 나이를 거듭해도 변하지 않는 마음이나 열망도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이를 보여줄 수 있음에 반가웠단다. 그는 "배우로서 변하지 않는 건 작품에 대한 갈망이다. 어렸을 때는 이 갈망으로 인해 불안과 괴로움이 있었다면, 요즘에는 오히려 기대가 커졌다. 당시에는 이 나이에도 작품을 하고 있을 거라 상상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앞으로를 더 기대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작품을 할수록 내가 갖고 있는 '연기에 대한 진심'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 더 할 작품이 없겠지라는 생각은 이제 하지 않아요. 로코 같은 경우도 오히려 한계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랑은 언제나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연령대든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랑이 젊은이들의 소유물은 아니잖아요. 때문에 저도 죽을 때까지 로맨스 장르를 죽을 때까지 하고 싶어요."

어느 덧 데뷔 32년 차를 맞은 배우 엄정화가 자신의 목적지는 단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고 밝히며 앞으로도 좋은 연기를 하며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에일리언컴퍼니

'닥터 차정숙'과 '금쪽같은 내 스타'가 비슷하다는 시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답했다. 엄정화는 "나 역시 기시감에 대한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좋은 책이 왔을 때는 '비슷하지 않을까'보다 '재밌겠다'는 마음이 더 앞선다"며 "작품이 귀한 지금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밝혔다.

두 작품 모두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다시 찾아가는 이야기'라는 점에 관해서는 "요즘 가장 필요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이전에는 꿈을 접어두고 세월에 순응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런 시기가 아닌 것 같다. 계속 비슷한 화두를 던져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위해 화두를 던져줄 작품이 필요한 시기"라고 짚었다.

엄정화는 여전히 다양한 장르에 대한 갈증이 크다. 그는 "유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를 많이 했지만 생활에 닿은 진지한 이야기도 하고 싶다. 특히 시대극에 꼭 도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한복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금쪽같은 내 스타'가 시청자들에게 어떤 작품으로 기억되길 바랄까. 엄정화는 "가끔 꺼내보고 싶은 드라마로 남았으면 좋겠다. 또 많은 이들이 보면서 꿈에 대해 생각해 보길 바라고, 꿈은 언제든 시작할 수 있으며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는 메시지가 닿길 바란다"고 전했다.

끝으로 엄정화의 꿈과 그 최종 목적지도 궁금했다. 어느덧 데뷔 32년 차인 그는 "목적지가 바뀐 적은 한 번도 없다"며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목적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좋은 배우라는 건 결국 좋은 연기를 하는 배우 같아요. 사실 배우는 스스로 쓰고 만들 수 있는 이야기가 없어요. 오롯이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죠. 그렇지만 그 기다림 끝에 '닥터 차정숙'이나 '금쪽같은 내 스타'를 만날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어떤 이야기도 해낼 수 있을 만큼의 깊이를 지닌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리고 연기를 사랑하는 마음만큼은 늘 퇴색되지 않은 채 언제든 기회를 잡아 빛을 발할 수 있게 스스로를 잘 다져가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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