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영수, "웃음 뒤에 숨은 눈물과 의리, 책으로 담았다"


'연예비사, 남기고 싶은 이야기' 연예인 정치인 비하인드
오는 30일(화) 서울 대방동 공군호텔서 북콘서트도 진행

행복 전도사로 정평이 나 있는 방송인 엄영수가 최근 자신의 첫 저서 연예비사,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발간한 엄영수가 오는 30일(화) 오후 서울 대방동 공군호텔 그랜드볼륨에서 북콘서트를 갖는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엄영수는 코미디언 후배들이 존경하고 선배들이 인정하는 '행복 전도사'로 정평이 나 있다.

엄용수는 선후배들한테 개그계에서 두루 신망이 두텁다. 이는 그가 평소 코미디 가족들한테 보여준 헌신과 봉사의 행적이 켜켜이 쌓인 덕분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원로 코미디언 송해도 생전에 "내가 진짜 사랑하고 아끼는 코미디 후배는 엄용수"라고 칭찬했을 정도다.

최근 자신의 첫 저서 '연예비사,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발간한 엄영수가 오는 30일(화) 오후 서울 대방동 공군호텔 그랜드볼륨에서 북콘서트를 갖는다.

이 책에는 그가 조선일보 미주판에 연재했던 칼럼을 토대로, 연예계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구술 기록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연예계 비하인드는 물론 유명 정치인들과 교류하며 경험한 비화들을진지하고 흥미진진하게 엮어냈다.

단순한 웃음을 넘어 눈물과 감동, 그리고 연예계 선후배들에 대한 따뜻한 의리와 애정도 듬뿍 담겨 있다. 방송 무대보다 행사 무대에서 더 큰 진가를 발휘해온 엄용수를 미리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엄영수의 첫 저서 연예비사에는 그가 조선일보 미주판에 연재했던 칼럼을 토대로, 연예계의 알려지지 않은 비하인드를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구술 기록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생각나눔

<다음은 '연예비사,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발간한 엄영수와 일문일답>

-첫 저서를 발간하셨습니다. 소감부터 들려주세요.

책을 내는 계획은 오래전부터 염두에 뒀던 일입니다. 이렇게 늦을 줄은 몰랐습니다. 사실 저는 방송보다는 현장에서 대중을 직접 만나며 살아온 사람이에요. 그런데 신문 연재를 하면서 '이걸 책으로 엮으면 더 많은 분들이 오래 기억해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이번 책은 웃음만 담은 게 아니라, 제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연예계의 뒷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습니다. 독자들이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는 30일(화) 오후 5시30분 서울 대방동 공군호텔 그랜드볼륨에서 진행될 엄영수의 북콘서트에는 코미디언 선후배들은 물론 조영남 우연히 박일서 현당 등 가수, 그리고 자신이 단장으로 있는 연예인축구단 'NO1' 회원들이 대거 참석한다.

-책에는 '연예계 비하인드'가 담겼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인가요?

우리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건 늘 화려한 모습이잖아요. 하지만 그 뒤에는 피눈물 나는 연습, 또 인간적인 갈등, 때로는 서로 의리를 지키기 위해 감수한 희생이 있습니다. 한때 정상에 섰지만, 지금은 만나기 어려운 연예계 인물들도 많아요.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구술을 들으며 기록한 것들이라 생생합니다. 책을 읽다 보면 '아, 저분한테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하고 놀라실 거예요. 웃기다가도 눈물이 나는, 반전이 있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애썼습니다.

그의 '연예비사'에는 자신의 탄생 에피소드부터 김형곤 조영남 서세원 김정렬 남진 홍수환 김흥국 등 연예계 선후배들과 엮인 기막힌 사연들이 담겼고, 고 김대중 전대통령과 권노갑 등 출신지가 다르고 손해를 봐가면서도 끝까지 인간적 의리를 지킨 그의 삶도 들여다볼 수 있다.

-해학과 반전은 선생님의 개그 스타일과도 닮아 있습니다.

맞습니다. 저는 늘 무대에서 '반전'을 준비해요. 빠른 말재간, 성대모사 같은 기술도 있지만 결국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가 제 무기죠. 신문 연재할 때도 가독성이 높았다고 하더군요. 그게 아마도 제 말투와 화법이 글 속에 묻어났기 때문 아닐까요? 글이지만 마치 제가 옆에서 떠드는 듯한 느낌을 드리고 싶었어요.

엄영수는 개그맨들의 집사로 불릴 만큼 봉사에 전념했다. 그의 저서에는 자신의 탄생 에피소드부터 김형곤 조영남 서세원 김정렬 남진 홍수환 김흥국 등 연예계 선후배들과 엮인 기막힌 사연들도 담겨 있다. /더팩트 DB

-1981년 MBC 개그 콘테스트에서 금상을 받으며 데뷔하셨죠. 당시 늦은 나이에 도전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네, 제 데뷔가 꽤 늦었죠. 사실 저는 홍익대 공과대학을 다니다가 연극에 빠져 1977년에 연극배우로 먼저 무대에 섰습니다. 이후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가 뒤늦게 개그 콘테스트에 나갔는데 운 좋게 금상을 받았습니다. 제 동기가 지금도 활발히 활동 중인 최양락 씨예요. 늦게 시작했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달려온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동료 개그맨들이 선생님을 '집사' 부르는데, 그 별명에는 어떤 사연이 있나요?

(웃음) 참 고맙고 부끄러운 별명이에요. 제가 20년 넘게 선후배들의 모임이나 행사를 챙기다 보니 그렇게 부르더군요. 사실 저는 성격이 꼼꼼하고, 또 남 챙기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봉사의 길을 걷게 됐죠. 원로 선배님들부터 후배들까지 두루 챙기려고 노력했는데, 아마 그런 모습이 누적돼 별명으로까지 된 것 같습니다.

-고(故) 송해 선생님도 생전에 특별히 아끼셨다고 들었습니다.

송해 선생님은 우리 후배들이 모두 존경하는 분이죠. 송 선생님께서는 늘 "내가 진짜 사랑하는 후배가 엄용수"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저한테는 너무나 과분한 격려이자 자랑이었죠. 선생님 곁에서 배운 건 의리와 진심이에요. 그분은 평생을 무대와 관객에 바쳤습니다. 저도 그 정신을 잊지 않으려고 합니다.

-방송보다 행사 무대에서 더 빛난다는 평이 있습니다.

방송은 한정된 시간 안에서 정해진 틀을 지켜야 하지만, 행사 무대는 달라요. 저는 그 현장에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고 소통하며 웃음을 만들어내는 걸 즐깁니다. 대통령 성대모사도 하고, 유명 스타를 흉내 내기도 하고, 때론 바둑 고수답게 머리를 굴려 순발력을 발휘하기도 하죠. 그런 즉흥성이 제 장점이라 장외 무대에서 더 진가를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것 같습니다.

연예계 비하인드는 물론 유명 정치인들과 교류하며 경험한 비화들을진지하고 흥미진진하게 엮어낸 엄영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은 한국코미디협회장 시절 엄영수 스페셜 인터뷰 모습. /더팩트 DB

-바둑 5단 실력으로도 유명하시죠. 개그와 바둑은 어떤 공통점이 있나요?

바둑도 개그도 '순간의 판단'이 중요합니다. 한 수 잘못 두면 판이 꼬이듯, 개그도 타이밍을 놓치면 망합니다. 저는 바둑을 통해 집중력과 전략을, 개그를 통해 순발력과 창의력을 동시에 키웠다고 생각해요.

-이번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저는 늘 '웃음은 최고의 복지'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웃음을 만들기 위해 누군가는 피와 땀을 흘리고 있어요. 이번 책에는 그 과정이 담겨 있습니다. 독자들이 웃음을 소비하면서도 그 이면의 인간적인 이야기를 느껴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리, 진심, 성실, 이 세 가지를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도 궁금합니다.

이번 책이 저의 첫 저서지만 마지막은 아닙니다. 앞으로도 무대에서, 그리고 글로도 더 많은 분들에게 웃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행복 전도사' 역할을 하는 게 제 남은 소명이죠. 그리고 후배 개그맨들이 더욱 존중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돕고 싶습니다. 종이신문이 사라져가는 시대, 앞으로 저는 매년 출간을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계속해갈 생각입니다.

엄영수는 현존 개그맨 중에서는 전국의 크고 작은 행사 이벤트 MC로 늘 섭외 1순위를 지키는 주인공이다. 40년 넘게 '초심'을 잃지 않고 달려온 개그맨으로서 행사 현장의 MC이자 희극인들의 집사, 행복 전도사로 남아있다.

엄용수의 첫 책은 단순한 연예계 뒷이야기가 아니라, 웃음 뒤에 숨은 인간 군상의 희로애락을 담아낸 기록이다. 오는 30일 열릴 북콘서트에서 그는 또다시 익살과 해학으로 새로운 형태의 독자들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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