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빅히트 근본 of 근본' 이현의 새로운 시작 'A(E)ND'


'빅히트 1호 가수' 이현의 13년 만의 새 앨범
타이틀곡 '이쯤에서 널' 포함 6곡 수록
앨범 발매와 함께 꾸준한 활동 약속

가수 이현이 16일 세 번째 미니 앨범 A(E)ND(앤드)를 발매한다. 이현이 앨범 단위 신보를 발매하는 것은 2012년 1월 발매한 첫 정규 앨범 더 힐링 에코 이후 약 13년 8개월 만이다./빅히트 뮤직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어느 회사든 '첫 번째'는 의미가 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로 '첫 번째'가 있어야 현재도 있을 수 있으며 또 '첫 번째'에는 그 회사가 설립될 당시의 비전과 목표 철학 등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현재 대한민국 최대 엔터테인먼트사로 꼽히는 하이브의 '첫 번째 가수'는 이현이다.

2005년 빅히트 뮤직의 전신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시절부터 연습생 생활을 시작한 이현은 2007년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래 현재까지 줄곧 빅히트 뮤직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빅히트 뮤직, 나아가 하이브의 근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이현이지만 최근까지는 자의 반 타의 반의 긴 휴식기를 가져야 했다.

2023년 미드낫(MIDNATT)이라는 활동명으로 싱글 '마스커레이드'를 발표한 적이 있지만 이는 일회성 프로젝트에 가까웠고 이현이 본인의 이름으로 신곡을 발표한 건 2017년 12월에 나온 '입술자국'이 마지막이었다.

게다가 앨범 단위 활동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그 기간은 훨씬 더 길어진다. 2012년 1월 발매한 첫 정규앨범 'The Healing Echo(더 힐링 에코)'를 끝으로 무려 13년 8개월 동안 그의 디스코그래피는 업데이트되지 않고 있다.

그런 이현이 드디어 긴 휴식을 마치고 새로운 기지개를 켠다. 이현은 16일 오후 6시 세 번째 미니앨범 'A(E)ND(앤드)'를 발매하고 가수 활동을 재개한다.

또 이현은 앨범 발매 3일 후인 19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콘서트를 예고해 이번 앨범을 시작으로 더 활발한 활동의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이현과 만나 그동안의 쌓아두었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현이 이토록 오랫동안 휴식기를 가진 이유는 역시 슬럼프가 자리했다. 이현은 "슬럼프가 길었다. 3년 정도 내가 나를 못살게 굴었다"며 "나에게 영광의 순간이 있다면 에이트와 옴므 시절일 건데 그 시절에 너무 미련을 갖고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는 내 자신이 별로였다"라고 털어놓았다.

다행히 이현의 주변에는 좋은 사람이 많았다. 변함없이 믿음을 보내준 지인들 덕분에 이현은 슬럼프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현은 "내 주변에 친한 지인들이 '나에겐 네 노래가 최고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그게 진심이든 그냥 하는 이야기든 나에게 크게 와닿았다. 그런 이야기를 주변에서 해주니까 '내가 이렇게 있을 필요가 없잖아'라는 생각에 다시 곡도 쓰고 작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 그 '친한 지인' 중에는 프로듀서 피독(Pdogg)도 있었다. 피독은 이현의 이번 'A(E)ND'의 프로듀서로 참여했을 뿐 아니라 그에게 힘이 되는 이야기도 아끼지 않았다.

이현은 "사실 (피독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그런데 친구에게 들어서 그런지 피독의 '노래가 많이 늘었다'는 소리가 듣기 좋더라"라며 "얼마 전에 피독과 라디오를 같이 했는데 '계속 보컬이 발전하는 게 신기하다'고 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내가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뿌듯해했다.

그렇게 피독과 의기투합해 완성한 'A(E)ND'는 2000년 초반의 감성을 살려 익숙하지만 뻔하지는 않은 음악을 채우려고 노력했다.

이현은 "콘셉트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첫 번째 원칙을 '좋은 노래를 많이 담자'로 정했다. 과거에도 내가 음악적으로 엄청난 도전이나 실험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처음 들어도 좋은 노래를 담으려 했다"며 "타이틀곡은 '이쯤에서 널'이다. 약간 록적인 사운드가 가미된 발라드로 내가 하고자 했던 음악이다. 질리지 않게 들을 수 있을 거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빅히트 뮤직 1호 가수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현은 마음만 먹으면 더욱 다채롭고 화려한 음악을 담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현은 그렇게 했다면 오히려 자신에게 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은 "앨범을 준비하면서 장르적으로 다양하게 곡을 받았다. 댄서블한 곡도 있었고 J록 스타일도 있었다"며 "완전히 나와 어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게 내 색인가 싶었다. '너무 유행 따르는 것 아닌가', '진짜 유행은 맞나' 이런 고민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런데 내가 그동안 잘했는데 막상 (앨범으로) 안 해 본 것이 2000년대 스타일 R&B였다. 'A(E)ND'에 수록된 6개 트랙이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그 당시의 재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프로듀서 피독과 작업한 것이 딱 맞았다"고 앨범의 방향성을 알렸다.

물론 이현도 빅히트 뮤직을 비롯한 하이브 레이블 소속 아티스트의 트렌디한 음악을 보고 자극을 받은 적은 있다.

이현은 "꽤 오래전에 '트랜디한 음악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한 적은 있다. 그때는 정국같이 노래해야 하나 싶었다"며 웃었다.

하지만 이현은 그것은 자신의 길이 아닌 것을 금방 깨달았다. 이현은 "보컬은 각자의 색이 있다. 억지로 할 수는 있지만 그게 내가 가야 하는 길인가라는 의문은 남을 수밖에 없다. 내 팬들이 바라는 음악도 그렇고 나는 나의 길을 가려 한다"고 힘을 줘 말했다.

더불어 그는 "레트로라고 해도 여러 장르가 많이 파생된다. 'A(E)ND'가 2000년대 재해석이라고 해서 올드하다는 느낌은 없다"며 "또 과거 내 음악과도 듣다 보면 차이를 알 수 있을 거다"라고 자신했다.

가수 이현은 빅히트 뮤직 1호 가수다. 그는 이번 앨범의 발매를 계기로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가 멋있는 선배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빅히트 뮤직

'A(E)ND'는 이현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앨범이기도 하다. 특히 네 번째 트랙 'Tree Of Life(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런 내용을 깊게 담고 있다.

이현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이 끝과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나무 끝에서 꽃이 떨어져야 새로운 꽃이 피는 것처럼 끝과 시작이 다르지 않다는 깨달음 같은 것이다. 그래서 앨범명이 'A(E)ND'다"라며 "그리고 'Tree Of Life'는 내가 다시 시작한다면 저 꽃이 떨어지더라도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서 벗어난다기보다 집착하지 않으려 한다. 알다시피 내가 그동안 긴 휴식기가 있었다. 나의 새로운 시작은 자주 무대에 서고 자주 음악을 내서 존재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게 나에게 시작의 의미 같다"며 "이것이 커다란 물결을 만들지 않더라도 잔잔하게 오랫동안 이어져 멋있는 음악하는 선배가 되고 싶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사실 이현이 지금까지 빅히트 뮤직의 소속으로 있던 시간과 '1호 가수'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너무 아이돌 중심으로만 운영되는 회사의 방침에 조금 섭섭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현은 오히려 지금이 더 재미있다고 대꾸했다.

이현은 "회사가 K팝 위주로 간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못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히려 난 지금이 좀 더 재미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회사 안에 배울 수 있는 점이 많다. 다행히 내가 인복이 좋아서 주변에 좋은 친구가 많고 피독에게도 많이 배우고 있다. 그래서 다른 곳을 갈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며 "또 이제 나는 빅히트 뮤직에서 '번외'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더 부담 없이 자유롭게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나는 회사 내 다른 아티스트나 프로듀서와 작업할 수도 있고 회사 외부 사람과 작업을 해도 유일하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재미있고 여기 있는 것이 좋다"고 말하며 웃었다.

일례로 이번 'A(E)ND'에 수록된 '우리의 중력'에 프로미스나인의 송하영의 피처링 참여는 그가 하이브를 떠나 어센드로 이적한 이후 이뤄진 것이다.

이현은 "회사 내에 아티스트 중에는 잘 어울리지 않아 고민했는데 누가 프로미스나인 이야기를 해서 송하영이 생각났다. 다른 회사로 이적한 이후였는데 다행히 송하영도 흔쾌히 응해줬고 너무 잘 나와서 다행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A(E)ND'에서 딱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현의 자작곡은 수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자작곡'은 이현이 새 앨범을 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린 또 하나의 이유기도 하다.

이현은 "'A(E)ND'에서 작사는 참여했는데 작곡은 못 했다"며 "사실 작사·작곡·노래 모두 '이현'이라는 이름으로 채운 앨범을 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이것이 오랫동안 새 앨범이 나오지 못한 이유기도 하다. 자작곡을 주변에도 들려줬는데 별 반응이 없더라. 결국 좋은 결과물도 안 나오고 나 자신의 한계도 느껴서 다른 곡으로 나왔다"고 씁쓸하게 답했다.

다만 이현의 자작곡이 세상에 나올 일말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현은 "작업한 곡은 내 컴퓨터에 저장돼 있다. 그중에 그나마 살아남은 것이 있긴 있다. 어쩌면 그건 나중에 나올 수도 있다"라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 웃음을 안겼다.

이현은 빅히트 뮤직 내에서 독특한 자신의 입지를 이용해 보다 자유롭고 자기 색이 강한 음악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빅히트 뮤직

자작곡이 세상에 나온다고 해도 이는 나중의 일이고 이현은 'A(E)ND' 앨범 활동과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것에 더 힘을 줄 예정이다.

"솔직히 앨범 작업 하나로도 벅차다"라고 너스레를 떤 이현은 곧이어 "그동안 내가 사람을 넓게 사귀는 것에 인색했는데 이제는 다른 음악하는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조금씩 변화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이 생기게 노력하려 한다. 앞으로 조금 더 많은 움직임이 있을 것 같다"고 덧붙여 '두 번째'에서 '세 번째'로 넘어오기까지의 기다림과 같은 일은 더 이상 벌어지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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