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솔로 가수로 돌아온 장우영은 할 말이 참 많아 보였다. 컴백 소감을 묻는 짧은 질문에도 10분 가까운 시간을 할애한 긴 답변을 내놓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긴 답변이 이해가 됐다. 장우영이 15일 발매하는 세 번째 미니 앨범 'I'm into(아임 인투)'는 전작 '헤어질 때'로부터 무려 7년 8개월 만에 선보이는 앨범 단위 신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작 '헤어질 때'가 발매된 2018년에는 20대 청년이었던 장우영은 이제 30대 중반의 베테랑이 됐다. 나이와 함께 쌓인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고 싶은 마음도 간절했을 것이다.
실제로 장우영은 인터뷰가 끝난 후 "내 이야기를 너무 하느라 질문을 많이 못 받은 것 같아 죄송하다. 하지만 꼭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거라 솔직히 속은 시원하다"라고 털어놓았다.
<더팩트>는 10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장우영과 만나 그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무엇인지 들어보았다.
본문에서는 최대한 축약했지만 장우영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첫 질문인 컴백 소감을 밝히는 것부터 많은 공을 들였다.
장우영은 "정확히 7년 8개월 만인 9월 15일에 세 번째 앨범 'I'm into'가 나온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는 나 자신에게도 많이 던진 질문이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생각이 많았다"며 "잘 하고 싶은 마음에 계속 머뭇거렸던 것 같다. 그리고 군 복무와 팬데믹 시기도 있었다. 그런 환경적인 요인이 지나고 나니 가장 우선 순위는 21년에 나온 2PM 컴백 앨범이었다. 그래도 앞으로는 이렇게 오래 걸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솔로 컴백에 긴 시간이 걸린 이유를 먼저 밝혔다.
이어 그는 "그래서 요즘 더 바쁘게 지내고 있다. 많이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호흡이 잘 안 될 정도로 너무 바쁜 요즘이다"며 "예전같으면 많이 예민해졌겠지만 지금은 몸은 힘들지만 계속 다음날 생각밖에 없다. 앞만 보고 달리는 시간이다. 긴장도 사치일 정도로 하루를 앨범 생각으로 가득 채우고 '어떻게 하면 부족함 없이 잘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 이 생각으로 지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우영이 이번 'I'm into'에 더 열정을 쏟는 이유에는 새롭게 구성된 스태프와 뮤지션으로는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앨범이기 때문이다.
장우영은 이번 앨범은 '괜찮다'가 아니라 '너무 좋다'는 반응이 나오는 앨범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만들기 위해 자신이 스태프들의 워라밸을 망가트렸다며 거듭 사과를 하기도 했다.
장우영은 "앨범 계획을 1년 전부터 했는데 내가 마음에 드는 음악을 찾으려고 너무 고집을 피우다가 일정이 계속 미뤄졌다. 그런데도 팀원들이 나를 믿고 기다려줘서 타이트한 일정으로 앨범을 준비하게 됐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하면서도 꼭 해보자는 말을 했다. 지금 앨범 작업을 같이한 스태프들이 나와 음악 작업을 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에도 같이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아서 억지로 밀어붙였다. 나를 기다리는 팬을 생각하면서 일정이 타이트해도 진행을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장우영은 자신의 고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을 힘들게 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꼭 필요한 작업이었다고 강조했다.
장우영은 "이 앨범을 이 스태프와 함께 만드는 것이 나에게도 회사에도 중요했다. 무엇을 하든 결국 동료와 커뮤니케이션이 우선이라서 그렇다"며 "내가 아이돌 출신의 방송인정도로 남는 게 그들에게 할 수 있는 내 최선의 대답일까 싶었다. 정말로 노래하고 춤추고 땀 흘리고 열심히 콘서트를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같이 보람을 느낄 거로 생각했다"고 이번 앨범을 세상에 선보이려했던 이유를 알렸다.
이어 그는 "물론 일정이 딜레이 돼 밤낮없이 일하게 만든 건 정말 미안하지만 어쨌든 뭔가를 만들어야 변명이든 핑계든 댈 수 있을 것 같아서 하지 말아야 할 일정이지만 했다"며 "어떻게 보면 사고인데 그 사고를 잘 수습했다. 그래서 내 곁에 정말 인재가 많다고 느꼈다. 사전 준비 시간이 왜 필요한지 깨달았고 앞으로는 이렇게 작업하지 않을 거다. 이번 앨범을 준비하면서 2PM 데뷔할 때 생각도 나고 그때와 또다른 고통과 희열을 느꼈다.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서 앨범을 만들 수 있었다. 내 응석을 다 받아주는 너무 좋은 팀원이 있어서 감사하다"고 함께한 팀원에게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그렇게 완성된 세 번째 미니 앨범 'I'm into'는 타이틀곡 'Think Too Much(싱크 투 머치)'를 비롯해 'Carpet(카펫)', '늪', 'Reality(리얼리티)', '홈캉스'까지 5곡이 수록됐다.
장우영은 이번 앨범의 수록곡이 장르적으로 너무 나뉘지도 너무 겹치지도 않게 싱크를 맞추는 것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장우영은 "전체적인 콘셉트가 중요했다. 무슨 이야기를 넣어야할까 생각하다가 가장 와 닿는 주제가 '무엇인가에 빠져 있는 이야기'였다. 빠진 대상이 사람일 수도 사물일 수도 있다. 그리고 처음 나온 키워드가 '생각'이었다. 그다음 편안한 '카펫'에 누워있는 내 모습을 상상하고 이성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 '늪'처럼 빠져들어가는 모습, 나에게 하는 '현실적인' 이야기, 마지막으로 '집에서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이어졌다"고 앨범을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분위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BPM은 비슷하다. 힙합을 바탕으로 그 안에 재즈 힙합, 펑크 힙합 등으로 나뉘고 가요적인 요소가 들어갔다"며 "콘서트를 앞두고 있어 다양한 음악이 필요했다. 내가 흥얼거리며 자유롭게 리듬과 그루브를 탈 수 있는 음악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중 타이틀곡 'Think Too Much'에는 래퍼 다민이(DAMINI)가 피처링 참여했다. 그리고 이 다민이가 'Think Too Much'에 참여하게 된 계기도 꽤 특이했다.
장우영은 "지인들과 사석에서 만나고 있을 때 우연히 같은 식당에서 다민이와 그 크루 사람들이 회식을 하고 있었다"며 "서로 인사를 하고 음악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성격도 좋고 생각도 너무 좋아서 나중에 같이 작업하자고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 이후 2년 동안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는데 이 'Think Too Much' 트랙을 받고 다민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막연하게 다민이가 아니면 이 음악은 원하는 느낌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년 만에 연락을 했는데 다행히 망설임 없이 참여해줬다. 이때도 일정이 촉박했는데 흔쾌히 참여해서 너무 고맙고 만족스럽다"고 다민이와의 에피소드를 밝혔다.
'I'm into'는 7년 8개월 만에 나온 앨범이기에 그만큼 나이를 먹은 장우영은 더이상 20대 청년이 아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시선들을 의식하진 않는지 묻자 장우영은 고개를 저었다.
장우영은 "내가 갖고 있는 연차와 경험치, 사람들이 보는 시선에서 나는 자유롭고 싶다. 한끝 차이인데 너무 과하거나 지나치게만 하지 말자는 생각이다"라며 "아이돌이라는 명분으로 딥한 사랑이야기도 할 수 있고 정말 철 없는 이야기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갇히지 않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의 눈치를 덜 봐야 한다. 내가 갇히면 할 수 있는 이유보다 하지 못하는 이유가 많아진다"고 주위 시선을 의식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역시 장우영의 이런 마인드가 강하게 반영됐다. 장우영은 "이번 앨범도 사진이 공개되기 20분 전까지도 검토하고 수정했다. 내 스스로 많이 내려놓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만족감은 충족해야 해서 타이트하게 진행됐다"며 "스태프들을 못 믿은게 아니라 믿으니까 그런 것이다. 나도 내가 징글징글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옆에서 줄다리기를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 긴장감을 느끼는 것 같다. 마음 속으로 '괜찮아요'가 아니라 '너무 좋아요'가 나오고 싶으니까 더 그렇게 했다. 나도 힘들고 함께 하는 사람도 힘들었지만 결과물이 너무 마음에 든다"고 다시 한번 스태프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장우영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팀원과 작업을 진행한 이유는 '자신의 팀'이라는 생각때문이다. 더군다나 장우영은 JYP엔터테인먼트의 대외협력이사 직책을 맡고 있는 임원이다. 자신의 위치에 책임감이 더 들 수밖에 없다.
장우영은 "JYP엔터테인먼트에 오래 있으면서 신뢰와 믿음은 두꺼워지는데 (윗사람과) 대화는 줄어든다. 에전에는 박진영과 대화가 필요했던 일들이 이제는 내 옆의 팀원과 이야기를 해도 충분히 진행된다. 그런 시스템이 구축됐다"며 "그래서 내가 위에 있는 사람들과 습관처럼 이야기하고 '내가 다 정리했으니까 신경 안 써도 된다'라고 하면 너무 별로라고 생각한다. 시스템이 구축됐으니 바로 옆의 사람을 챙겨야 한다. 그래서 박진영이나 윗 사람들과의 대화를 (일부러) 줄였다"고 생각와 의식의 변화를 털어놓았다.
공교롭게도 인터뷰가 진행된 10일 바로 전날에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진영이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에 선임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 소식을 두고 장우영은 순수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장우영은 "깜짝 놀랐다. 박진영이 대단한 건 알고 있고 리스펙트 하지만 어떻게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었는지 모를 정도다.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엄청난 용기라고 생각한다"며 "박진영과 이야기하면 '축하드립니다'라는 인사보다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셨어요'라는 말이 먼저 나올 것 같다. 나는 지금 말하는 것만으로도 떨린다. 그정도로 엄청난 일이다. 박진영이니까 할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오랜 스승이자 동반자인 박진영을 향해 리스팩트를 표현했다.
7년 8개월 만의 솔로 활동과 JYP엔터테인먼트 임원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장우영 앞에는 늘 남아있는 숙제가 또 있다. 바로 2PM의 컴백이다. 마침 같은 2PM 멤버이자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인 준케이도 1일 새 앨범 'Dear my muse(디어 마이 뮤즈)'를 발매하고 컴백한 바 있어 2PM의 완전체 컴백에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이에 장우영은 "지금 내 최애곡은 준케이가 최근 발매한 신곡 'R&B ME(알 앤드 비 미)'다"라고 수차례 강조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솔로 활동을 잘 하는 게 2PM에게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내왔다. 온전히 나의 연습과 준비로 잘 해서 2PM이라는 이름과 다른 멤버에게 누가 되지 않는 게 내가 해야 할 역할인 것 같다"며 "다만 2PM 멤버들이 모두 너무 바쁘니까 자주 모이지는 못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단톡방에서 농담을 주고 받고 있다. 뗄 수 없는 관계고 아무리 각자 솔로가 바빠도 (2PM이) 마음 안에 있을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새로운 음악과 새로운 공연으로 찾아갈 수 있도록 늘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가능한 빠르게 2PM의 완전체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다.
끝으로 지금 장우영의 시간은 몇시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고, 여기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결하면서도 명확했다.
장우영은 "내 시간은 항상 오후 2시에 멈춰있다. 가장 뜨거운 시간이고 계속 뜨겁고 싶다"고 답했다. 시간은 장우영의 열정에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