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캐스팅 특혜 논란부터 연기력 논란까지. 배우 정채연에게 '에스콰이어'는 순탄치 않은 길이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성장했다고 말했지만 오히려 부족한 연기력만 도드라졌다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자평과 시선이 엇갈리며 끝난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낸다.
배우 정채연이 최근 서울 강남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더팩트>와 만나 JTBC 토일드라마 '에스콰이어: 변호사를 꿈꾸는 변호사들'(극본 박미현, 연출 김재홍, 이하 '에스콰이어')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율림 신입 변호사 강효민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에스콰이어'는 정의롭고 당차지만 사회생활에 서툰 신입 변호사 효민이 온 세상에 냉기를 뿜어대지만 실력만큼은 최고인 파트너 변호사 석훈(이진욱 분)을 통해 완전한 변호사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다. 총 12부작으로 지난 7일 종영했다.
최근 '서초동'을 비롯해 법정 드라마가 잇따라 안방극장을 찾은 가운데 '에스콰이어'는 변호사의 성장 서사에 초점을 맞추며 차별화를 꾀했다. 익숙한 장르지만 차별화된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1회 시청률 3.7%(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다 10회에서는 9.1%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정채연은 "빠르게 굵게 찍었는데 무사히 잘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도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고 선배님들과 함께 호흡하며 얻은 게 많았다"며 "나도 언젠가 저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정채연이 맡은 강효민은 율림 송무팀에 새롭게 들어온 변호사다. 겉보기엔 덜렁대고 허술한 사회 초년생이지만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보다 날카로운 순발력으로 주위를 놀라게 하는 인물이다. 송무팀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겪으며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가운데 진짜 변호사가 되기 위한 고군분투를 펼친다.
정채연은 이번 작품으로 변호사 역할에 첫 도전했다. 그는 "대본에 있는 법률 용어들이 평소 쓰지 않는 말이다 보니 이해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공부하듯이 반복해서 읽고 시도해 봤다"며 "첫 시도라 용감하게 해냈다는 점에서 나름의 만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대사 전달에 치중하면서 감정과의 연결이 부족했다. 법정을 장악하는 변호사라기보다 낯선 용어를 억지로 소화하는 듯한 인상이 강했다는 게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특히 전체적인 톤이 작품의 분위기를 해쳤다. 사회 초년생 특유의 어리숙하면서도 열정적인 면을 표현하려고 하는 의도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정채연은 이를 단순한 하이톤 처리로만 풀어내 캐릭터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 작품의 톤을 흐트러뜨렸다. 전반적인 대사 처리 방식이 지나치게 가볍고 들떠 있어 법정극 특유의 팽팽한 긴장감을 무너뜨렸다.
이와 관련해 그는 "초반에 감독님과 톤에 대해 많이 얘기했다. 사회 초년생이 처음 재판에 나가 열정적으로 부딪히는 모습이라 미숙한 톤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후 상반된 모습을 대비해 보여주자는 게 포인트였다"고 설명했다.
"효민이라는 친구를 통해 모두가 한 번쯤 경험해 봤을 사회 초년생의 느낌을 살리려고 했어요. 대학 시절에는 공부만 잘하면 됐는데 사회에 나오면 아니잖아요. 사회 경험을 해보면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어요."
극 중 이진욱과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도 호불호가 갈렸다. 법정극과 인물들의 성장 서사가 중심인 만큼 러브라인 설정이 극의 몰입을 흐렸다는 반응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정채연은 "러브라인은 열려 있어야 시청자분들이 생각할 수 있고 그래야 더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게 사랑인지 존경인지 고민하게 하는 지점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저는 열린 결말로 해석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선배에 대한 존경심에 더 가까운 거 같아요. 효민이가 의뢰인들의 사랑을 지켜보긴 했지만 자기 자신의 감정에는 어리숙하고 잘 몰랐을 거예요."
이진욱과 정채연은 같은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에 몸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캐스팅 특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채연은 "억울하다기보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며 "저 역시 제안받은 작품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에스콰이어'는 최고 시청률 9.1%라는 성과를 거두며 막을 내렸지만 정채연에게 남은 과제는 분명했다. 사회 초년생의 미숙함을 표현하려 했으나 과장된 톤으로 전달했고 대사를 암기해서 내뱉는다는 느낌이 강했다. 무엇보다 성장형 캐릭터의 서사가 와닿지 않았다는 점은 차기작에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새로운 부분에 시도를 했다는 것 자체가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잘 마무리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어요. '에스콰이어'가 법률 드라마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의 삶을 다루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의뢰인을 만날 때마다 저 역시 많은 생각을 하게 됐고 배우로서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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