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아이돌의 세계③] '딴 세상' 아닌 '지금 우리 곁의 이야기'


라이브 아이돌 전문 기획사도 늘어나는 중
업계에 대한 인식 개선 및 수익 모델 다각화에 노력

라이브 아이돌 전문 기획사 수소엔터테인먼트는 네키루를 비롯해 8팀의 라이브 아이돌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를 벗어나 대중적인 성공도 목표로 하고 있다./수소엔터테인먼트

'라이브 아이돌'은 홍대 인근 라이브 클럽의 대세 문화로 자리 잡있다. 하지만 '라이브 아이돌'을 향한 이미지는 여전히 일부 마니아만 즐기는 '그들만의 문화'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라이브 아이돌과 그들의 팬 그리고 관련 업계에 종사자와 직접 만나 라이브 아이돌의 현실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라이브 아이돌 업계에 전문 기획사가 생겨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6년 넘게 팀을 지속하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팬을 보유한 라이브 아이돌로 꼽히는 네키루(ねえ、聴いてる ? - 유즈 마나 라이 소하)를 비롯해 8팀의 라이브 아이돌이 소속된 수소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설립된 업체다.

물론 그전에도 전문 기획사가 존재하긴 했으나 대부분이 대중문화예술기획업에 등록되지 않은 미등록 업체거나 개인사업자인 경우가 많았다.

수소엔터테인먼트의 가치 대표는 "제대로 운영되는 라이브 아이돌 전문 기획사라고 할 수 있는 곳은 4, 5개 정도다. 정식 매니지먼트업이 아닌 곳까지 다 하면 20곳 정도 될 것 같다"며 "당연히 정식으로 등록된 곳이 아니면 매우 위험하다. 실제 과거에 계약 관련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식으로 등록된 곳이라고 무조건 안전하다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등록된 업체면 최소한의 체크는 된다"고 짚었다.

이어 그는 라이브 아이돌이 제도권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업체가 많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라이브 아이돌 본인의 의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가치 대표는 "꼭 라이브 아이돌이 아니라 어느 분야라도 시스템이 정착하려면 업계에 종사하는 모두가 같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 인식 개선이 중요하다"며 "회사도 회사지만 플레이어도 이걸 직업으로써 명확하게 임해야 하는데 아르바이트 수준의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친구들이 많다. 대외적으로 유명하지 않아도 아이돌이라는 타이틀이 멋있으니까 이것만 취하려는 거다. 또 그래서 그런 심리를 이용하려는 사람도 많고 함부로 요구하는 게 많아진다. 시스템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모두의 인식 개선이 먼저다"라고 강조했다.

이런 부분이 아직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가치 대표는 현재 라이브 아이돌 업계의 인기와 성장세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그는 "양적으로는 많이 늘긴 했다. 하지만 참여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인기가 많다' 혹은 '성장세가 크다'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참여가 쉬워서 그렇다. 참여가 쉬우니까 하는 사람은 늘었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팀은 적다. 제대로 운영되는 라이브 아이돌 팀이라면 평균 월 8회 공연을 6개월 이상 지속해야 하는데 그런 팀이 많지 않다. 회사도 그렇고 모두가 진지하게 하려는 생각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메모리아(Memoria)가 밝힌 것처럼 라이브 아이돌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런 현실 때문에 수소엔터테인먼트도 지금은 1년 단위로 계약을 하고 즉시 정산 시스템을 채용하고 있지만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가치 대표는 "라이브 아이돌은 K팝 그룹과 정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거기서부터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라이브 아이돌은 계약한 날부터 정해진 비율에 따라서 곧바로 정산을 해주는 시스템이다. 어떻게 보면 일용직 같은 시스템이다"라며 "그래서 공연을 꾸준히 해야 안정적인 수익이 발생한다. 정말 열심히 하면 한 달에 15회에서 20회까지도 공연을 한다. 나는 K팝 트레이너도 11년째 하고 있는데 라이브 아이돌의 연습량과 스케줄은 그들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걸 1년 동안 반복하면 '이제 쉬고 싶다'라는 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1년 활동하고 '나도 아이돌 해봤다'를 끝으로 그만두는 것이다. 라이브 아이돌의 수명이 1년 내외가 많은 이유다"라며 "결국 이 부분이 관건이다. 라이브 아이돌은 자기가 얼마나 공연을 해야 한 달 생활비가 나오는지를 계산하고 활동을 한다.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고 더 많은 수입이 발생해야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브 아이돌 네키루는 현재 업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으로 꼽힌다. 이들은 라이브 클럽뿐만 아니라 지상파 방송에도 출연하는 등 메이저 신에서도 인지도가 높다./수소엔터테인먼트

이를 위해 가치 대표와 수소엔터테인먼트는 라이브 아이돌의 메이저 시장 진출도 목표로 하고 있다.

가치 대표는 "지하 아이돌이 2만 팀이 있다는 일본에서도 지하 아이돌로 시작해 메이저로 성공한 사례가 퍼퓸(Perfume), 모모이로 클로버 Z(ももいろクローバーZ), 베이비메탈(BABYMETAL)까지 3개 팀뿐이다. 다만 이 세 팀의 성공 방법은 모두 다르다. 퍼퓸은 음악성을 바탕으로 정석적인 스탭업을 이루었고 모모이로 클로버 Z는 지하 아이돌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메이저에서도 성공한 사례다. 베이비메탈은 밴드와 결합해 메이저로 올라섰다"며 "우리 회사는 세 가지 모델을 다 노리면서 그중에 가능성이 높은 쪽을 따르려고 한다. 이건 우리가 선택하는 게 사람들의 반응에 따라 달라지는 거라 어느 방향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그는 "그래도 이제 조금씩 의류 광고 등 CF가 들어오고 공연 외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며 "아직은 적은 수준이지만 국내에서 서브 컬처 시장의 최상단에 라이브 아이돌이 있다. 광고 업계에서도 점차 수요가 늘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라이브 아이돌 공연장에서는 일본의 지하 아이돌 문화와 용어들이 그대로 사용되는 것도 라이브 아이돌 업계를 색안경을 끼고 보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한국 실정에 맞게 현지화할 생각은 없는지 묻자 가치 대표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의견을 내비쳤다.

가치 대표는 "사실 가장 처음 라이브 아이돌 문화를 도입할 때 이미 한글화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사람들이 K팝의 하위문화로 인식하자 차별화된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일본의 문화를 그대로 가져와서 썼다"며 "라이브 아이돌의 근원 문화가 일본의 지하 아이돌이기에 이들의 팬도 일본 문화도 좋아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일본어 사용을 줄이고 영어와 한글을 많이 쓰려고 노력은 하는데 라이브 아이돌이 K팝의 한 종류로 넘어가 버리면 기존 팬의 지지를 잃어버릴 수 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연장에서는 라이브 아이돌 하츠칸덴(H7KD - 미야미 루비 리코 요루) 등이 소속된 전문 기획사 에덴의 이민형 대표도 만날 수 있었다. 하츠칸덴은 10월 10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아이돌 페스티벌 '아이돌 킹덤 타이페이'에 참가할 정도로 실력과 인기가 뛰어난 라이브 아이돌이다. 이민형 대표에게서는 라이브 아이돌의 영입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대표는 "라이브 아이돌 전문 기획사 중에 제대로 매니지먼트 업체로 운영되는 곳은 우리 포함 3, 4군데 정도다. 표준계약서는 계약 기간이 최대 7년이라는 것이지 그 이하는 문제없다. 그래서 라이브 아이돌은 1년이나 2년 계약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직 라이브 아이돌은 일반 K팝 기획사처럼 공개 오디션을 진행하지는 않고 있다. 면접 위주로 지원자를 보고 있으며 회사와 지원자의 1대1 대면 오디션 정도는 진행할 때도 있다"며 "새로운 멤버를 캐스팅하기 위해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이용해 제안하기도 한다. 보통 코스프레나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 라이브 아이돌에도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장 흥미로운 이야기는 팬이었다. 이민형 대표에 의하면 라이브 아이돌의 상당수는 팬으로 시작했다가 직접 데뷔까지 한 경우다.

이 대표는 "내가 알기로는 현재 활동하는 라이브 아이돌의 수가 70팀 정도 된다. 인수로 보면 250명 정도인데 그중 3, 40%는 팬을 하다가 데뷔한 경우"라며 "실제로 라이브 아이돌 공연을 보면 일본 문화나 서브 컬처를 좋아해서 팬이어서 라이브 아이돌처럼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고 오는 친구도 있다. 이런 팬은 대개 데뷔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룹 하츠칸덴의 요루 루비 미야미 리코(왼쪽부터). 하츠칸덴은 10월 10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리는 아이돌 페스티벌 아이돌 킹덤 타이페이에 참가할 정도로 실력과 인기가 뛰어난 라이브 아이돌이다./에덴

호기심이 동하는 이야기다. 일반적으로 라이브 아이돌 공연장이라고 하면 남초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실제로 공연장에서 본 팬의 1/4 정도는 여자 팬이었다.

공연장을 찾은 여성 팬 A씨는 <더팩트>에 "K팝에도 여덕이 있지 않나. 그것과 똑같다. 라이브 아이돌의 무대를 보는 것도 즐겁고 공연 이후 직접 대화를 하면서 공감을 쌓는 것도 즐겁다. 또 대부분의 공연장이 홍대 합정 신촌에 몰려 있어 편하게 다녀갈 수 있는 점도 장점이다"라고 말했다.

A씨의 말처럼 라이브 아이돌의 공연장은 모든 무대가 끝난 뒤 일명 '물판(물품판매)'이라고 부르는 이벤트가 함께 진행돼 멤버들과 직접 교류할 수 있다. 해당 이벤트에서 '체키'라고 부르는 특전을 구매하면 라이브 아이돌과 즉석 사진을 촬영하거나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혹자는 이런 이벤트 때문에 라이브 아이돌은 선정성과 상업성이 강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하는데 A씨의 의견은 달랐다.

A씨는 "나는 K팝 콘서트도 자주 다니는데 공연을 보는 것 자체는 다를 게 없다. 솔직히 나도 처음에는 라이브 아이돌에 편견이 있었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응원 문화가 다를 뿐 무대 위에서 공연하는 아이돌을 보고 같이 교감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팬과 아이돌이 서로 존중해주는 느낌이라 더 매력적이다. 무대 위에서는 아이돌이지만 무대 아래서는 평범한 사람으로 대해주는 점이 그렇다"며 "K팝 그룹의 멤버가 찐팬을 알아보고 팬 사인회에서 아는 척하는 것과 같은 친밀감이라고 보면 좋을 것이다. 막상 길 가다가 라이브 아이돌을 알아봐도 아는 척 안 하는 게 이쪽 관행이다"라고 덧붙였다.

수소엔터테인먼트의 가치 대표도 "솔직히 '모든 라이브 아이돌이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고수익을 노린 누군가가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선정적이거나 상업적인 이벤트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라며 "하지만 그런 선정성이나 상업성은 꼭 라이브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어디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다만 라이브 아이돌은 어떤 좋지 않은 사례가 나오면 '그럼 그렇지'라는 식으로 업계 전체로 결부시키는 분위기가 있다. 게다가 무작정 지하 아이돌만 그렇다고 우기면 어떻게 대응할 수가 없다. 그런데 실제로 대다수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렇기 때문에 라이브 아이돌은 더 조심하고 인식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다행히 라이브 아이돌을 건전하게 즐기는 팬층이 점점 늘고 있다는 시그널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팬 중에는 남녀노소의 다양한 연령층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휴가를 나온 군인이나 심지어 외국인 팬도 보였기 때문이다.

콜롬비아에서 왔다는 B씨는 <더팩트>에 "한국에 거주한 지 10년째고 직업은 기타리스트 겸 작곡가다. 한국 친구의 권유로 처음 라이브 아이돌 공연을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라며 "현장의 분위기가 너무 활기차고 즐겁다. 다른 곳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재미가 있다. 그래서 계속 오고 있다"고 말했다.

B씨의 대답은 편견 없이 즐기면 라이브 아이돌의 공연은 확실히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는 주장의 뒷받침이 됐다.

더불어 취재 도중 우연히 공연장 주변에서 인디 레이블 모던보이엔터테인먼트의 김신우 대표와 만나 그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김신우 대표는 지금의 라이브 아이돌 업계가 30년 전 인디 신의 탄생과 겹쳐 보인다고 했다.

김 대표는 "라이브 아이돌은 인디처럼 새로운 신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며 "아직은 자리를 잡아가는 상황이지만 꼭 대형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가야 아이돌로 성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깨는 사례가 라이브 아이돌 중에서 나오면 라이브 아이돌은 물론이고 K팝의 시장도 더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30년 전 인디가 태동하던 걸 보는 느낌이다"라고 평했다.

그 말처럼 라이브 아이돌은 현재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라이브 아이돌의 앞에는 계속 서브 컬처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하나의 대중문화로서 'K팝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의 갈림길이 놓여 있다.

도착지가 어디가 될지는 시간이 알려주겠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확실하다. 라이브 아이돌은 이제 더 이상 '딴 세상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 곁에 있는 문화 현상이다.

[라이브 아이돌의 세계①] 홍대를 점령한 라이브 아이돌

[라이브 아이돌의 세계②] 내가 라이브 아이돌이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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