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폭군의 셰프'의 기록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공개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은 작품은 많은 이들의 우려를 딛고 4회 만에 tvN 2025년 최고 시청률을 달성했다. 이에 '폭군의 셰프'가 마지막까지 기세를 이어가며 '올해의 효자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달 23일 밤 첫 방송된 '폭군의 셰프'(극본 fGRD, 연출 장태유)는 최고의 순간 과거로 타임슬립한 셰프 연지영(임윤아 분)이 최악의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인 왕 이헌(이채민 분)을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서바이벌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다.
1회 시청률 4.9%로 시작한 작품은 2회 6.6%, 3회 7.6%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더니 4회에서는 단숨에 10%대를 돌파하며 11.1%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이는 tvN이 2025년 내놓은 작품들 중 최고 시청률이라는 점에서 괄목할 만하다. 또한 지난해 '정년이' 이후 깊은 수렁에 빠졌던 tvN이 약 1년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폭군의 셰프'의 공개 과정이 녹록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이러한 성적은 더욱 뜻깊을 수밖에 없다.
당초 '폭군의 셰프'는 '더 글로리' '오징어 게임' 등으로 인기를 얻은 박성훈을 남자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박성훈이 지난해 12월 소셜 미디어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패러디한 AV 표지 사진을 게재하며 논란이 일었다. 이후 다수의 시청자들은 AV로 이미지를 잃은 박성훈이 로맨스 작품의 남자 주인공을 하는 것이 맞느냐고 질타했고 결국 박성훈은 작품에서 하차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은 배우가 이채민이다. tvN '일타 스캔들', 넷플릭스 '하이라키', MBC '바니와 오빠들' 등으로 얼굴을 알린 신예이자 상대배우인 윤아보다 '연하'라는 점에서 박성훈과는 여러모로 크게 달랐다.
심지어 이채민의 합류는 다소 급하게 이뤄졌고, 이채민으로서도 작품을 준비할 기간이 한 달 남짓에 불과했다. 냉정히 말하자면 이채민의 전작들을 고려했을 때 과연 그가 첫 사극 연기를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먼저 떠올랐다.
이에 우려가 섞인 시선도 존재했지만, '폭군의 셰프'는 기우를 딛고 성공적인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전화위복'이다.
그 중심에는 배우들의 열연이 자리했다. 먼저 이채민이 우려와는 달리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듯 날아다니고 있다. 이에 '인생캐'라는 평가가 빠르게 등장했을 정도다.
실제로 이채민은 광기 어린 폭군이자 절대 미각의 소유자 이헌을 때로는 냉혹하게 때로는 처연하게 그려내며 입체적인 인물을 완성했다. 여기에 '폭군의 셰프'의 주된 요소인 요리를 살리는 '먹방'까지 찰떡같이 살려내며 호평을 이끌었다.
작품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임윤아의 활약도 한몫했다. 극 중 뛰어난 요리 실력과 강단 있는 성격으로 좌충우돌 생존기를 펼쳐나가는 셰프 연지영의 주체적인 면모를 다채롭게 표현 중이다.
특히 '엑시트' '악마를 이사왔다' 등 코미디를 만나면 백전백승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증명하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로맨스와 코미디를 오가며 시청자의 몰입을 돕고 있다.
작품의 적절한 각색도 큰 영향을 미쳤다. 웹소설 '연산군의 셰프로 살아남기'를 원작으로 한 '폭군의 셰프'는 연산군을 비롯한 역사적 인물들의 명칭을 모두 바꾸는 등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 이 과정에서 로맨스의 비중을 크게 늘리며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특성을 강조했다.
때문에 정치와 권력의 중심인 궁중에서 벌어지는 요리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데 집중할 수 있었고 이같은 참신한 설정이 더욱더 와닿을 수 있었다. 여기에 셰프라는 현대적인 요소와 폭군이라는 고전적인 캐릭터가 만나는 구조 역시 호기심을 자극했고 시청자들에게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재미를 안겼다.
또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궁중 음식이 실제로도 시각적으로 화려하고 섬세하게 구현되며 보는 재미까지 더했다.
여러 요인이 합쳐지며 입소문까지 탄 '폭군의 셰프'다. 이는 시청률로 이미 증명됐다. 중요한 건 '폭군의 셰프'가 아직 반환점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흥행 기세를 탔다는 점이다.
즉 작품이 써 내려갈 기록의 기회는 아직 많이 남은 것. 이에 '폭군의 셰프'가 전화위복을 발판 삼아 tvN의 새로운 효자로 등극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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