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김숙·구본승 '10월 결혼설', 가짜 로맨스'로 웃음 파는 방송


'호기심 자극' '쇼 비즈니스' 제작관행, 신뢰 잃는 자충수
리얼 표방·일회성 웃음거리 소비·사적 감정 도구화 전락

방송프로에서 커플로 탄생해 화제가 됐던 김숙·구본승의 10월 결혼설은 애초 사실과 달랐다. 방송이 리얼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출연자들의 사적인 감정을 도구화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온라인커뮤니티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커플로 탄생하면서 화제가 됐던 김숙·구본승의 '10월 결혼설 무산'은 개인사의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하기엔 여러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애초에 두 사람은 실제 연인 관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TV 예능 프로그램은 이들을 마치 결혼을 앞둔 커플처럼 포장하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방송은 짜여진 시나리오 속에서 가짜 로맨스를 부풀렸고, 대중은 그 서사에 몰입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사실과 다르다'는 현실이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또 한 번 '속았다'는 허탈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됐다.

문제의 본질은 여기 있다. 방송이 '리얼'을 표방하면서도 실제로는 출연자들의 사적인 감정을 도구화하고,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연애 예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내보내는 관행이다.

이는 단순한 오락적 장치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적지 않은 시간을 투자하며 이들의 관계 변화를 지켜보고, 가상의 설렘에 감정적으로 동참한다. 그 결과 허구임이 드러날 때 느끼는 배신감은 고스란히 대중의 몫이다.

방송사는 일시적 시청률과 화제성을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신뢰를 잃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제작 관행이 반복되면서, 대중의 감수성이 무뎌지고 인간관계 자체가 '쇼 비즈니스'의 소재로 전락한다는 점이다.

방송이 연애 코드를 자극적 포맷으로 전락시키면 출연자 역시 설정된 감정을 연기하느라 진심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된다. 김숙·구본승 사례 역시 그 전형이라고 할 수 있다. /KBS2 옥탑방의 문제아들

사랑과 결혼은 본래 개인의 삶에서 가장 진지하고 사적인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방송은 이를 일회성 웃음거리로 소비하며 '연애 코드'를 자극적 포맷으로 전락시킨다. 출연자 역시 방송이 요구하는 '설정된 감정'을 연기하느라 진심과 거짓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된다.

그 결과 시청자는 사실을 분별하기 어려워지고, 출연자는 원치 않는 오해와 루머에 휘말린다. 김숙·구본승 사례 역시 그 전형이다.

방송사가 '가짜 핑크빛 코드'를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인간 본능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관심사, 즉 사랑과 연애를 자극하는 것이 가장 손쉬운 시청률 전략이기 때문이다.

갈등과 오해,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것만으로도 시청자의 클릭과 화제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단기적 효과에 불과하다.

반복될수록 방송 전반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진정성 있는 콘텐츠를 원하는 시청자의 이탈은 가속화된다. 결국 방송은 스스로 신뢰를 깎아먹는 자해적 방식을 택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는 제작 관행을 근본적으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중을 속여 가며 만들어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한다. 출연자의 인격과 사생활을 존중하면서도 충분히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제작진이 '쉽고 빠른 길'을 포기하고, 더 정교한 기획과 진정성 있는 접근을 선택할 의지가 있느냐는 것이다.

김숙·구본승 사례가 남긴 교훈은 명확하다. 방송은 순간의 흥행을 위해 대중을 속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결국 신뢰의 상실로 돌아온다.

예능이 진정한 의미의 '리얼'을 표방하고자 한다면, 출연자의 삶을 존중하고 시청자를 존중하는 제작 태도부터 회복해야 한다. 대중은 이제 단순한 구경꾼이 아니라, 제작의 성패를 가르는 주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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