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인터뷰] '애마' 이하늬, 남다른 열정 그리고 자신감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 役 맡아 열연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현재를 사는 우리도 공감할 것"

배우 이하늬가 넷플릭스 애마 공개를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배우 이하늬가 둘째 아이가 언제 태어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애마'와 관련된 스케줄에 최선을 다하며 뜨거운 열정을 불태웠다. 물론 이와 같은 행동에는 주연 배우로서의 책임감도 있었지만 그보다 더 큰 작품을 향한 각별한 애정과 이유 있는 자신감이 깊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하늬는 지난 19일 온라인을 통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극본·연출 이해영)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만삭의 몸으로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작품에 진심인 것을 잘 느끼게 했던 그는 이날도 "뱃속의 아기와 함께하는, 저의 타임라인에서 너무 소중한 드라마"라고 의미를 되새기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2일 공개된 '애마'는 총 6부작으로,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희란(이하늬 분)과 신인 배우 주애(방효린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독전' '유령' 등을 연출한 이혜영 감독의 첫 시리즈 연출작이다.

먼저 이하늬는 '애마'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그는 "2025년을 살아가는 인간이자 여자 그리고 배우로서 너무 반가운 작품이었다. 드디어 이런 이야기를 무해하고 건강하게 웃으면서 할 수 있게 됐다는 걸 느꼈다"며 "80년대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는 폭력과 억눌린 부분에 투쟁하는 역사의 한 조각이 담겨있다. 지금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좋아졌지만 저마다의 투쟁을 또 해야될 때가 있지 않나. 80년대를 소재로 다루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도 공감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하늬는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당대 최고의 탑배우이자 더 이상의 노출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새 영화 애마부인의 주연 캐스팅을 거절하는 희란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시리즈 애마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는 모습. 박헌우 기자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당대 최고의 탑배우인 희란은 '더 이상의 노출 연기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새 영화 '애마부인'의 주연 캐스팅을 거절하는 인물로, 누구에게나 까칠하지만 옳고 그름은 확실히 따질 줄 아는 화끈한 성격의 소유자다.

이를 만난 이하늬는 당대 서울 사투리를 완벽하게 구현하며 시대적 분위기를 제대로 살렸고, 화려한 의상부터 헤어 스타일과 액세서리 등을 완벽하게 장착하며 당대 스크린을 풍미했던 탑배우의 아우라를 제대로 발산했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때 실제로 서울에서 썼던 사투리가 있더라고요. 지금의 제가 봤을 때는 비음을 쓰는 과장된 톤이라고 느껴졌고 이를 기억하는 세대도 아니라서 어떻게 잘 녹일까 감독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공식 석상에 선 여배우일 때와 매니저에게 원래 톤으로 돌아와 말하는 현실감 있는 어투를 잘 버무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준비했어요."

의상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았다는 이하늬는 "레퍼런스를 수도 없이 찾았고 예전 옷을 그대로 입는 등 정말 많은 옷을 입었다. 옛날에 엄마나 고모가 입었던 것 직각 어깨의 옷이나 투피스 등도 찾아오셨다. 장면이랑 맞게 셋업 하면서 디테일하게 준비했다. 지금 입어도 전혀 위화감이 없고 예쁜 옷들이 많아서 유행은 돌도 돈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회상했다.

자존감이 높고 모든 걸 이룬 희란은 더 이상 노출을 안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80년대를 새롭게 살아보려고 한다. 그러나 '애마부인' 조연 에리카 역을 맡으면서 노출을 강요당하고 폭력적인 상황에 놓인 그는 이에 투쟁하고 용감하게 자신의 것을 쟁취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변모해 나간다.

이를 두고 "장하다"고 표현한 이하늬는 "일제 강점기의 독립투사들처럼 시대마다 그런 인물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우리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떤 식으로든 사회의 부당함을 침묵하지 않는 희란에게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당장은 바뀌지 않을 수 있지만 지속적으로 투쟁하고 도전하는 것들이 역사로 만들어진다고 믿기에 희란을 애정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하늬(오른쪽)는 이해영 감독과 다시 한번 호흡을 맞추게 된 것에 관해 디테일한데 과감하다. 조금은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감독님과 작업하면 매직처럼 하게 된다. 또 하고 싶다고 전했다. /넷플릭스

끝없이 희란을 연구하고 들여다보고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캐릭터와 상호작용을 한 이하늬는 과감하게 투쟁한 인물을 통해 삶과 생각의 확장도 이룰 수 있었다. 전 세대가 일군 투쟁 덕분에 오늘을 무사히 살고 있다는 감사함과 다음 세대를 위한 책무감을 함께 느끼면서 말이다.

"모든 부당함을 다 말할 수는 없지만 저도 때로는 이야기해요. 관철되지 않더라도요. 지금은 살기 좋아진 부분도 있고 어떻게 보면 또 어려운 것 같아요. 아이를 낳다 보니까 제 세대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좋아졌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전 세대가 한 투쟁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처럼 우리 세상이 당면한 문제를 무시하지 않고 뭔가를 해야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늘 해요. 출산하고 더 강해진 것도 같고요. 그런 점에서 희란이 저에게 많은 영감을 줘서 특별히 애정이 가요."

이날 이하늬는 '유령'에 이어 '애마'로 다시 만난 이해영 감독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감독님은 영화를 만드는 장인이셨는데 이번에는 미치광이가 된 것 같았다.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시더라. 시리즈물에서 그런 디테일을 갖고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은데 해내시더라. 그래서 저도 제 몸을 던져서 함께 해내고 싶었다"며 "디테일한데 과감하다. 조금은 어렵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감독님과 작업하면 매직처럼 하게 된다. 또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단편 영화계에서 두각을 드러내다가 수천 명이 참여한 치열한 오디션을 거친 후 주애 역을 당당하게 거머쥔 방효린을 향한 칭찬도 아끼지 않아 훈훈함을 자아냈다.

"정말 단단했고 놀라웠어요. 하나도 헤쳐지지 않고 어떻게 그렇게 존재하지 싶을 정도였어요. 사실 효린이는 제가 어려웠겠죠. 그런데 절대 밀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어서 더 좋았어요. 물론 조심스럽게 연기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생각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욕을 마음속으로 하고 나를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했는데 정말 쌍욕을 들은 기분이었어요(웃음). 그 정도로 디렉션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체화하는 신비한 능력이 있더라고요.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진짜 애정하는 배우예요."

이하늬는 내가 오늘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넷플릭스

그 시대를 직접 경험하지는 않았지만 끝물은 얼핏 본 세대였던 이하늬는 여성이 성적으로 소비되던 1980년대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본 '애마'에 큰 반가움을 느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 발 딛고 있는 시대는 다르지만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희란을 연기한 만큼 더 깊게 공감하고 다시금 여배우로서의 삶을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으면서 풍파가 많은 세상에서 이게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진해졌어요. 그렇다 보니 작품을 선택하는 것도 너무 어려워지고 절박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배우가 되고 싶은 희란의 열망이 짠하기도 하면서 이해가 됐죠. 사실 어떠한 직업이든 부당함은 여전히 있는 것 같아요. 그 파도를 의연하게 잘 타면서 갈 것인지는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물론 그 파도에 잠식될 때도 있겠지만 적당한 파도는 잘 즐기면서 가자는 주의예요."

이렇게 '애마'로 전 세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는 이하늬는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신작 '윗집 사람들'과 넷플릭스 새 오리지널 시리즈 '천천히 강렬하게'(가제) 촬영을 모두 끝낸 상황이다. 둘째 출산을 앞두고 있는 만큼 "내년 초까지는 몸을 리뉴얼하면서 재충전하다가 차기작을 본격적으로 선택하려고 한다"고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언급한 그는 끝까지 작품을 향한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이런 이야기를 무해하고 건강하게 코미디로 승화해서 얘기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게 너무 반갑게 느껴졌어요. 투쟁은 인간이 존속하는 한 계속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애마'는 시대를 관통하는 작품이에요. 클릭하시기 전까지는 제목만 보고 성애영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요. 회차별로 보시면서 투쟁이라는 단어가 조금은 거창할 수도 있지만 '내가 오늘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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