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여름, 영화관은 도심 속 피서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영화관에서 혼자 또는 친구 연인 가족 등과 함께 쾌적하게 영화를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여름을 슬기롭게 보내는 방법 중 하나다. 하지만 고물가 시대 팍팍한 주머니 사정에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영화를 보는 일이 언감생심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래도 방법은 있다. 보다 저렴한 푯값으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작은 영화관으로 가면 된다. 돈 걱정은 덜면서 시원하게 특색 있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영화관들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명주 기자] 독립·예술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별세계도 있다. 더숲아트시네마는 만 원 대의 가격으로 상업 영화관에서 보기 어려운 작품들을 관람하고 서점 갤러리 카페 먹거리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작지만 강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있는 더숲아트시네마는 지난 2016년 노원문고에서 개관한 독립·예술 영화 전용 상영관이다. 최근 이곳을 찾은 <더팩트> 취재진은 보다 저렴한 티켓값으로 다양한 독립·예술 영화를 감상하며 영화 관람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더숲아트시네마만의 특색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더숲아트시네마는 독립·예술 영화를 중점 상영하는 곳으로 푯값은 평일 성인 10000원이다. 청소년은 8000원이고 조조할인을 받으면 7000원에 표를 살 수 있다. 주말에는 성인은 1만 1000원에 청소년은 9000원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주말 조조는 8000원이고 만 65세 이상은 경로 우대를 받아 평일 주말 상관없이 6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다. 티켓은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구매 가능하고 지하 1층 매표소에서도 예매할 수 있다.
상영관은 총 2관으로 지하 1층의 1관은 42석, 지하 2층의 2관은 40석을 보유하고 있고 상영 시간표는 매주 화요일마다 홈페이지에 업데이트된다. 이날 1관에서는 영화 '수연의 선율' '할머니의 외출' '장병기 단편선' '여름이 지나가면' '추적' 'THE(더) 자연인'이, 2관에서는 '아임 스틸 히어' '독립군: 끝나지 않은 전쟁' '내 말 좀 들어줘' '스탑 메이킹 센스' '어글리 시스터' 상영이 예정됐다.
관객 중에서는 이곳에서 독립·예술 영화를 보기 위해 먼 거리에서 온 이들이 많았다. 오후 2시 30분 무렵 영화 '여름이 지나가면'을 보기 위해 1관 앞에 비치된 소파에 앉아 기다리던 50대 여성 장 모 씨는 "'여름이 지나가면'을 보려고 남양주에서 왔다"며 "원래 독립·예술 영화에 관심이 있기도 하고 큰 영화관에서 보는 것보다 싸게 볼 수 있어서 온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오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역시 '여름이 지나가면'을 예매한 30대 여성 A 씨는 "(이 영화를) 근처에 상영하는 곳이 몇 곳 없어서 이수역에서 여기까지 왔다"며 "영화업계에 종사하고 있어서 독립·예술 영화에 관심이 많은데 대형 멀티플렉스에 비해 저렴하게 볼 수 있고 독립·예술 영화 상영관이라고 하기에는 볼거리가 많아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더숲아트시네마 이호준 프로그래머는 "노원구는 인구가 되게 많은 지역이지만 근처에 독립·예술 영화를 볼 수 있는 곳이 한 군데도 없는 곳이었다. 다양한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서 시민들에게 제공하고 싶다는 취지에서 개관했다"며 "최대한 다양한 한국 독립 영화를 상영하려고 한다. 현실적으로 상영되기 어려운 작품들을 최소한 소개라도 할 수 있는 장이 되자는 차원에서 넓은 스펙트럼의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켓값을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었다. 가격을 올릴 수 있는 기회는 있었지만 갈수록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민들의 문화 소양이 증진되는 데 보탬이 되고 싶었다"고 전했다.
더숲아트시네마에서는 독립·예술 영화 마니아들의 취향을 저격할 다양한 이벤트들을 하고 있다. 독립·예술 영화들을 다양하고 깊이 있게 톺아보자는 취지 아래 영화 상영이 끝난 후 감독과 함께 진행하는 관객과의 대화(GV) '숲톡', 특정 주제 아래 여러 영화들을 상영하는 기획전, 이상용 평론가와 함께 영화를 보고 강연을 듣고 이야기를 나누는 '씨네모어'를 진행하고 있다.
A 씨는 "독립·예술 영화와 관련된 이벤트들을 하면 아무래도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씨네모어' 같은 경우는 평론가가 함께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독립·예술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평론가의 시각에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지난 9일 이뤄진 영화 '더 납작 엎드릴게요' '숲톡'에 참여했다는 50대 남성 B 씨는 "독립·예술 영화에 관심이 많다 보니까 이곳을 한 달에 3번 정도는 와서 다양한 이벤트에 참여하는 편"이라며 "여기서 하는 이벤트들은 대형 멀티플렉스에서 하는 것과는 다른 소박하고 가족 같은 느낌이 있어서 좋다"고 흡족한 마음을 전했다.
이호준 프로그래머는 "최근 진행한 '공포는 여름을 찢어'라는 기획전을 통해 상영한 '큐'라는 영화는 매회 상영 시 좌점율이 50% 이상 나와서 꽤 잘 된 기획전이었다. 영화 '무서운 집'을 상영할 때는 작품에 나온 토스트를 직접 만들어 상영 후에 3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도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며 "다양한 소위 '힙'(유행)해보이는 이벤트들을 많이 하면서 10~20대 관객이 많이 늘었다"고 들려줬다.
더숲아트시네마에서는 영화 외에도 즐길 거리가 많다. 1관이 위치한 지하 1층과 2관이 있는 지하 2층에는 서점 갤러리 카페 베이커리 음식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서점에는 신간부터 소설 고전 에세이 등 다양한 책이 구비돼 있고 갤러리에서는 초대 개인전을 진행한다.
카페와 베이커리에서는 커피와 샌드위치를 비롯해 다양한 음료와 빵을 팔고 음식점에서는 파스타와 필라프 등을 판매한다. 그야말로 복합 문화 공간적 성격을 갖는 이곳은 영화를 보러와 그 이상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곳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에 대해 20대 대학생 손 모 씨는 "근처에서 살아서 일주일에 네 번은 온다. 책 읽고 커피 마시기 좋다"며 "주변에 이렇게 영화관 카페 서점 갤러리를 합친 문화공간은 여기밖에 없다"고, B 씨는 "카페도 있고 갤러리도 있고 일반 영화관이 아닌 복합 공간이다보니까 색다른 느낌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곳에 처음 왔다는 70대 남성 윤 모 씨는 "아는 사람이 지하에 영화관도 있고 빵도 팔고 커피도 파는 신기한 곳이 있다고 해서 왔다"며 "더우니까 쉼터도 되고 시간만 되면 쉬었다가 갈 수 있는 공간인 것 같다. 다음에도 또 올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앉아 있던 70대 여성 김복순 씨는 "넓고 시원하고 다른 데는 이런 곳이 없다. 최고"라고 거들었다.
여름철이라 영화 관람객과 이용객이 더 늘었다는 이호준 프로그래머는 "시민들에게 문화에 대한 경험을 넓혀주기 위한 취지로 영화관뿐만 아니라 서점과 갤러리 등을 함께 아우르는 공간을 만들게 됐다"며 "독립·예술 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곳으로 운영의 어려움은 있다. 하지만 관객들이 영화를 다 보고 나올 때 비로소 영화가 다시 한번 머리에서 재생되면서 여러모로 곱씹어보고 자신의 삶이나 세상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경험을 주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더숲아트시네마는 서울 노원구 노해로 480에 위치해 있고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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