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모호한 소음 기준에 허덕이는 야외 공연…관련 규정 정비 필요


야외 공연 관련 명확한 소음 규정 부재
공연 업계·관객·주민 모두 불편 가중…관련 규정 정비 필요

대규모 야외 페스티벌이나 공연과 관련한 명확한 법령이 존재하지 않아 공연업계와 관람객·지역주민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더팩트DB

[더팩트ㅣ최현정 기자] 실외에서 개최되는 음악 페스티벌과 이를 즐기는 관람객이 해마다 늘고 있지만 모호한 소음 관련 규정으로 인해 공연계와 지역 주민·관람객이 모두 불편을 호소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어 관련 법령의 정비가 필요해 보인다.

2013년부터 인천 연수구 송도달빛축제공원에서 매년 개최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 야외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매년 개막과 폐막에 불꽃놀이를 펼치는 전통이 있었으나 펜데믹 시기를 지난 이후부터는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올해도 드론쇼로 대체됐다. 또 2023년까지는 명맥을 유지하던 심야 공연 역시 2024년부터는 자취를 감췄다.

펜타포트뿐만 아니라 올해로 26회차를 맞은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오후 10시 이전에 모든 공연을 마치는 타임테이블을 발표했으며 서울 난지공원에서 열리는 렛츠락페스티벌은 오후 9시에 모든 공연을 마친다.

이같은 상황의 배경에는 모두 급증한 민원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민원의 절대 다수가 소음과 관련된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환경소음·진동관리법에는 야외 페스티벌이나 공연과 관련해 별도로 규정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야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소음 기준인 주간 65dB(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야간 55dB(오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심야 45dB(오후 10시부터 오전 7시까지)을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애초에 야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을 염두에 두고 정한 소음 기준이 아니다 보니 현실에 맞지 않거나 지역 주민과 불필요한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중 공연 연출자들이 가장 자주 언급하는 문제가 소리의 측정 위치와 측정 시간이다. 예를 들어 창문을 닫은 실내 공간과 창문 밖의 공간의 측정치는 당연히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불필요하거나 악성 민원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행정력 낭비로도 이어진다.

또 관객의 함성이나 박수 등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측정치가 높아지는 경우를 고려하지 않고 최대값을 기준으로 소음여부를 판단하면 현실적으로 공연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일정 시간 이상의 측정값에 평균을 내는 방식으로 측정을 해달라는 것이 공연 연출자들이 요구하는 내용의 골자다.

야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에서 발생하는 민원은 소음 관련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는 관련 법령이 명확하지 않아 벌어지는 오해나 갈등도 존재한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무소음 DJ 파티를 즐기는 관객들./장윤석 기자

관람객의 입장에서도 주간·야간·심야에 따라 스피커의 음압이 달라지니 불만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야외 페스티벌의 헤드라이너는 오후 9시 전후로 무대에 오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장 힘을 줘야 할 무대를 가장 작은 소리로 관람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이외에도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이 지속되는 날이 길어지자 해외에서는 오후 6시에 페스티벌을 시작해 다음날 오전 6시에 마치는 등의 새로운 시도도 나오고 있으나 현재 국내 공연 환경에서는 언감생심이다.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 고기호 부회장은 "당연히 지역 주민의 거주 환경은 보장돼야 하고 공연업계에서도 무조건 편의를 봐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단지 명확한 기준이 없어 서로 불편과 불만이 쌓이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 업계의 요구"라고 밝혔다.

이어 고기호 부회장은 "실제로 공연을 개최하면 주변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는 바가 분명히 있다"며 "협회에서도 서로 상생이 가능한 방안을 찾아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고양시에서는 CJ라이브시티가 계획한 K컬처밸리 사업이 무산되자 시민들이 이를 반대하는 집회를 열거나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대규모 공연장으로 인해 유동인구가 늘어나고 상권이 활성화되는 것을 지역 주민도 바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고기호 부회장은 "사실 공연장의 소음 관련 분쟁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편들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고 개선해 나가자는 의미"라며 "예를 들어 최근 영국에서는 기존 공연장 주변에 새로 아파트나 주택을 짓게 되면 건설사가 방음 대책을 세우고 책임을 지는 정책을 발표했다. 더불어 특정 지역에 야외 영업과 운영시간 연장을 허용해 나이트 라이프와 음악·공연 업계 활성화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기준을 확실히 정하고 머리를 맞대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공연 환경을 만들 수 있을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K팝의 위상이 날로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코첼라나 글래스톤베리 롤라팔루자와 같은 세계적인 음악 페스티벌의 등장을 바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야외 페스티벌과 공연에 관한 규정을 정비하고 기준을 세우는 것부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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