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나는 생존자다', 이미 지난 일 아닙니다


JMS·형제복지원 등 대한민국 처참한 기억 다뤄
사과도 책임도 없는 가해자…시간이 면죄부 될 수 없어

넷플릭스 다큐 나는 생존자다가 지난 15일 공개된 가운데 네 가지의 처참한 사건을 다루며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그게 언제 적 일인데. 이미 50년도 넘은 일 아니에요?"

형제복지원을 이끌었던 원장이자 많은 피해자를 만든 가해자 박인근의 조카가 사건의 진실과 사과를 촉구하기 위해 호주까지 찾아온 피해자와 취재진에게 한 말이다.

피해자들에게는 여전히 고통인 현재의 시간인데 가해자들은 일방적으로 '지나간 시간'으로 치부하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인다. 누군가가 악행을 과거로 덮으려고 한다면, 누군가는 그 과거를 계속해서 수면 위로 끌어올려야 한다.

'나는 생존자다'가 이를 위해 다시 한번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처참한 기억 네 가지에 파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제는 많은 이들의 호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시간은 더 이상 가해자들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넷플릭스 다큐 '나는 생존자다'가 지난 15일 8부작 전편 공개됐다. 2년 전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나는 신이다'의 두 번째 이야기인 '나는 생존자다'는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네 개의 참혹한 사건, 그리고 반복돼서는 안 될 그날의 이야기를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로 기록한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조성현 PD와 제작진이 2년 간의 심도 깊은 취재를 통해 생존자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으며 모두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건 속 누구도 몰랐던 진짜 이야기를 전했다.

프로그램은 크게 4가지의 이야기로 구성됐다. 그중 에피소드 3-4화 'JMS 사건'은 취재진이 왜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라고 표현했는지를 보여준다.

'생존자'란 사람이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처했을 경우 그 과정에서 살아남은 이를 지칭하는 단어다.

앞선 제작발표회 당시 조성현 PD는 "저희를 위해 증언해 준 많은 분들은 단순히 피해자라고 부를 수 있는 분들이 아니다. 소중한 분들이고 존중받아 마땅한 분들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느꼈다. 때문에 '나는 생존자다'라는 이름을 정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즉 '나는 생존자다'는 생존한 사람들이 겪어야만 했던 지옥, 하지만 생존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깨달음을 조명하며 그곳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용기와 소중함을 강조한다.

넷플릭스 다큐 나는 생존자다가 사회적 구조에 대한 화두를 던진 가운데 단순히 과거 사건이 아닌 미래에 대한 경고를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대처를 해야 할지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다. /넷플릭스

에피소드 5-6화 '지존파 살인 사건'은 생존자들에게 같은 경험을 한 생존자가 그리고 제작진이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바로 "범죄 피해로 인해 그늘진 곳에 숨어지낼 수밖에 없는 분들에게, 살아있는 그 자체만으로 당신의 삶은 충분히 가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1-2화 '형제복지원 사건'과 7~8화 '삼풍백화점 사건'은 사회에 큰 화두를 던진다. 그래서 생존자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하는지,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하는 이들은 누구인지 경종을 울린다.

특히 우리가 또 주목해야 할 쟁점은 두 가지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예로 들면, 2024년 대한민국 정부는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이 승소한 국가 배상 소송에 항소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경찰은 형제복지원 폐쇄 후 38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

'나는 생존자다'는 내레이션 하나 없이 오직 생존자들의 목소리로만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그러나 단순히 과거를 기록하고 그날의 사건을 전달하는 다큐가 아니다. 그들이 말하는 '지옥'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때로는 다른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지옥이 펼쳐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조성현 PD는 '나는 생존자다'를 "다가올 세상과 참사에 대한 경고"라고 표현했을지도 모른다. 동시에 사회가 인간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인간의 가치가 다른 것들보다 낮아질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종국에는 지옥을 만든 이들의 가치관을 구조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하는 행동을 생각하게 만든다.

그렇게 다시 한번 되뇌게 한다. 이미 지나간 일이 아니다. 시간은 더 이상 누군가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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