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전소미, 혼란 속에 피운 꽃


11일 미니 2집 'Chaotic & Confused' 발매
혼돈 혼란 속에 발견한 전소미의 이야기
하이틴 이미지 지운 고뇌와 성장 담겨

전소미가 11일 2번째 미니 앨범 Chaotic & Confused를 발매했다. 전소미는 혼돈과 혼란을 주제로 한 앨범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더블랙레이블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전소미가 하이틴 스타 이미지를 넘어 아티스트로 성큼 나아갔다.

전소미는 11일 2번째 미니 앨범 'Chaotic & Confused(카오틱 앤 컨퓨즈드)'를 발매했다. 전소미는 혼돈과 혼란을 주제로 한 앨범 속에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고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냈다.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다섯 트랙과 다채로운 사운드, 폭넓은 스펙트럼의 보컬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비롯한 비주얼 등 모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결과다.

앨범의 주제는 혼돈과 혼란이지만 그 결과가 드러내는 바는 말끔하다. 도전과 변화 그리고 성장이다. 스터터 하우스, 포스트 펑크, 뉴 디스코, 하이브리드 팝, 감성적인 알앤비까지 다양한 장르 속 신선함을 넘어 파격적이기까지 한 사운드에 잘 녹아 들었고 여기에 허스키한 톤부터 청아한 음색까지 다채로운 톤으로 이야기를 능숙하게 끌고 간다.

앨점 전반에 혼란과 희망이 공존한다. 첫 트랙 'Escapade(에스커패이드)'에서 "Give me 좀 더 높은 떨림/Give me 중독적인 결핍", "우린 어지러울 만큼 벼랑 끝에 서 있는 듯해"라면서도 "세상이 널 질투할 만큼 우린 더 뛰어야만 해", "영원하지 않을, 우린 완벽해 it's our escapade(그건 우리 무모한 장난)"이라며 대담하게 나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Escapade'는 덤덤하고 거칠면서 시크한 톤으로 시작해 격앙된 감정을 발산하는 보컬이 불안한 청춘의 심리를 말하지만 질주하는 듯한 느낌의 사운드 구성이 해방감을 안긴다. 이는 전소미가 이 앨범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갈 것인지를 보여준다.

앨범의 주제는 혼돈과 혼란이지만 그 결과가 드러내는 바는 말끔하다. 도전과 변화 그리고 성장이다. 다양한 장르 속 신선함을 넘어 파격적이기까지 한 사운드에 잘 녹아 들었고 다채로운 톤으로 이야기를 능숙하게 끌고 간다. /더블랙레이블

2번 트랙 'EXTRA(엑스트라)'에서 툭툭 내뱉는 보컬로 "어느새 내 자리에 드리운 네 그림자/이젠 더 이젠 더 안 할래"라며 소외된 감정과 외로움을 표현하면서도 묵직한 보컬로 "넌 너밖에 몰라"라고 외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존재감을 잃어버린 '엑스트라'에서 벗어나 스스로가 주인공이 되는 순간의 '탈피 과정'을 연상케 한다.

이는 전소미가 앨범 수록곡 중 작사 지분이 가장 많다고 했던 3번 트랙 'Chaotic & Confused'에서 더 도드라진다. 이 곡은 기타의 잔잔하고 상큼한 구성으로 시작해 폭발하는 듯한 구간의 대비는 예측 불가능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재치 있게 표현한다. 더불어 전소미는 "목이 쉬어라 내 자신과 결투 중"이라고 선언하며 당당히 "비뚤어진 꿈"이라고 말한다.

타이틀곡 'CLOSER(클로저)'는 그 집약체다. 이 곡은 션 킹스턴의 'Beautiful Girls(뷰티풀 걸즈)'를 샘플링해 관능적인 무드와 대비되는 강렬한 에너지로 표현한 곡이다.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곡이지만, "So sweet and bitter(달콤하면서도 써)"라는 가사처럼 남들의 시선에 갇힌 아름다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느껴진다.

특히 원곡 'Beautiful Girls'에서 개구진 톤으로 부른 "You're way too beautiful girl(넌 너무 아름다워)"를 몽환적인 톤의 "Call me your beautiful girl(나를 너의 아름다운 여자라 불러줘)"라고 바꾼 대목이 재미있다. 세상이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최면에 걸린 화자처럼 비춰진다.

그 화자는 혼란과 단절 그리고 전복을 암시하는 듯한 테크노 사운드를 접목한 구간 이후 마치 다른 사람처럼 당당하게 "아름다워. 우리가 바로 이런 모습이야"라고 외친다. 곡은 사랑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나를 발견한 뒤 새로운 감정 혹은 영감이 솟아나고 하나가 되는 과정의 아름다움이 느껴진다.

전소미는 하이틴 이미지부터 시작해 점차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서 변화의 폭이 꽤 크지만 그래도 전소미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설득력이 생기는 이유다. /더블랙레이블

뮤직비디오에서 뭔가에서 벗어나려는 듯한 격정적인 몸짓, 예쁜 얼굴에서 마치 해파리 같은 기괴한 물체가 피어나거나 빨간 액체가 눈에서 흐르는 모습, 마지막에 두 화자가 마주 앉아있는 모습 등은 전소미가 담아내려는 이미지를 좀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

나를 찾아가는 여정은 마지막 트랙 'DELU(델루)'에 이르러 자기확신으로 뻗어나간다. 전소미는 마치 혼란을 끝낸 듯한 맑고 단단한 보컬로 "소문내는 type 그 입 다물어", "It was nice to know you/Go find your little Cinderella/Anyone but me(널 알게 돼서 반가웠어/너의 신데렐라를 찾아 가/나 말고 누구든)"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전소미는 작사, 작곡은 물론 비주얼과 퍼포먼스 등 여러 가지 크리에이티브에 종합적으로 참여했다. 이렇게 완성한 앨범은 치열한 고뇌 속에서 발견한 나 자신과 그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이고 이는 곧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아티스트의 솔직한 고백이자 성장기다.

이 앨범이 더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건 각 곡에 묻어난 그의 몸부림이 그가 지나온 과정을 떠오르게 만들어서다. JYP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을 뽑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탈락한 후 Mnet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듀스101' 참가와 짧았던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I.O.I) 활동 그리고 새로운 소속사 더블랙레이블에서 솔로 가수로서 새 출발.

지금은 가장 핫한 기획사지만 당시의 더블랙레이블은 테디를 필두로 한 프로듀서 중심의 레이블이었다. 전소미는 이곳의 실력 있는 뮤지션들 사이에서 점차 성장했다. 밝고 상큼한 하이틴 이미지부터 시작해 점차 새로운 시도를 이어간 그 과정이 억지스럽지 않았다. 이번 앨범에서 변화의 폭이 꽤 크지만 그래도 전소미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설득력이 생기는 이유다. 전소미는 훌륭하게 자신만의 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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