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씨네리뷰] '좀비딸', 또 해낸 조정석


좀비를 소재로 한 가족 코미디 영화로 웃음·감동 선사
이정은·최유리·조여정·윤경호와 매력적인 연기 앙상블 완성

좀비딸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하는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NEW

[더팩트|박지윤 기자] 이제는 정말 여름이라 쓰고 조정석의 계절이라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엑시트'와 '파일럿'으로 여름 극장가와 좋은 합을 보여줬던 그가 이번에는 알고도 기분 좋게 당하는, 유머와 감동이 적절하게 버무려진 '좀비딸'로 모든 세대를 웃기고 울릴 준비를 마쳤다.

오는 30일 스크린에 걸리는 영화 '좀비딸'(감독 필감성)은 이 세상 마지막 남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해 극비 훈련에 돌입하는 딸바보 아빠의 코믹 드라마다. 데뷔작 '인질'(2021)에 이어 티빙 '운수 오진 날'로 흡입력 있는 연출을 보여준 필감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맹수 전문 사육사 정환(조정석 분)은 보아의 'No.1(넘버원)'을 추며 댄스 열정을 불태우는 사춘기 소녀인 딸 수아(최유리 분)와 티격태격하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의 생일을 축하해주던 중 창밖의 좀비들을 발견한 두 사람은 정환의 어머니 밤순(이정은 분)이 사는 바닷가 마을 은봉리로 향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아가 좀비에게 물리고 만 것.

그럼에도 수아와 함께 은봉리에 도착한 정환은 감염자를 색출해 내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딸이 어렴풋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평소 좋아하던 노래에 맞춰 나름대로 춤을 추고 할머니 밤순의 따끔한 효자손에 움츠러드는 모습을 발견한다. 이렇게 기억이 있는 수아를 포기할 수 없는 정환은 어머니 밤순과 친구 동배(윤경호 분)의 도움을 받으며 오랜 경험을 살려 좀비딸 트레이닝에 돌입한다.

조정석(위쪽)은 좀비가 되어버린 딸을 세상으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빠 정환 역을 맡아 코믹과 비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끈다. /NEW

2018년 8월부터 2020년 6월까지 연재된 '좀비딸'은 좀비가 된 딸을 포기하지 않는 아빠의 부성애와 가족애 그리고 현대사회에 만연한 외로움과 혐오를 조명하는 신선한 스토리로 글로벌 누적 조회 수 5억 회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그리고 영화는 딸을 향한 아빠의 헌신적인 사랑에 집중하는 선택을 꾀했고 단행본이 7권 되는 방대한 분량을 113분으로 잘 압축시키면서 원작을 몰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무리가 없는 흐름을 보여준다.

'좀비딸'은 좀비를 소재로 한 공포물이 아닌 가족 코미디물이다. 그렇기에 좀비를 맞닥뜨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좀비인 척을 하고 딸의 기억이 남아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No.1'을 틀어 춤추는 걸 확인하는 등과 같은 설정을 비롯해 대사인지 애드리브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차진 대사와 티키타카 등으로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진다.

이와 함께 가슴 한편이 찡해지는 뭉클함도 확실히 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되뇌면서 정환의 행동에 더욱 공감하고 몰입하게 된다. 부성애와 가족애를 다루는 만큼 극이 전개될수록 신파로 흘러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자연스레 들지만 지나칠 정도의 감정을 억지로 담지 않아 집중을 방해하지 않는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좀비딸은 단행본이 7권 되는 방대한 분량을 113분으로 잘 압축시켰고 좀비가 된 딸을 살리기 위한 부성애에 집중하며 원작을 몰라도 이야기를 따라가는 데 전혀 무리가 없는 흐름을 보여준다. /NEW

물론 예상 가능하고 뻔하게 다가올 수 있는 소재와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 작품을 보면서 쉴 새 없이 웃다가 눈물을 흘리고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데에는 배우들의 활약이 큰 덕분이다. 영화 제작 단계에서부터 웹툰과 놀라운 싱크로율로 화제를 모은 이들은 기대 이상의 열연과 매력적인 앙상블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단숨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한다.

조정석은 특유의 호흡으로 인물의 능청스러움을 맛깔나게 그려내면서도 좀비가 된 딸을 바라보는 애틋한 눈빛만으로도 깊고 진한 부성애를 느끼게 한다. 또한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도 과하지 않게 표현하며 극을 안정적으로 이끈다. 그렇게 그는 코믹과 비극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한다.

웹툰과 똑같은 외적 비주얼을 완성한 이정은은 자칫 과장되고 만화적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캐릭터를 현실에 딱 붙어있게 하며 러블리한 매력으로 스크린을 장악한다. 처음으로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 최유리는 코를 찡그리고 으르렁거리는 등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는 표정과 몸짓 등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면서 인간의 감정과 좀비의 본능을 매끄럽게 오가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윤경호는 등장할 때마다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고 정환의 친구이자 은봉리의 좀비 최다 신고자 연화로 분한 조여정도 제 몫을 해낸다. 여기에 웹툰에서 마스코트로 활약했던 애용이의 귀여움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원작이 있는 작품은 두터운 팬덤층의 존재 자체가 양날의 검과도 같다. 이 가운데 '좀비딸'은 웹툰을 재밌게 본 팬들도, 이를 몰랐던 이들도 작품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원작의 매력을 해치지 않으면서 이야기를 더 쉽게 풀어내는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신선한 이야기와 배우들의 앙상블에 몸을 맡긴 채 즐겁게 웃다가도 눈물을 흘리면서 웃음과 감동이 다 있는 무해한 가족 코미디를 만끽하고 기분 좋게 극장가를 나설 수 있을 듯하다. 12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타임은 113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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