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착한 사나이', 올드한 전개 속 이동욱만 빛났다


익숙한 서사·전통적 연출…설득력 있는 이동욱 연기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방영

배우 이동욱이 JTBC 금요시리즈 착한 사나이에서 남다른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다. /장윤석 기자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누아르인 줄 알았으나 막상 베일을 벗겨보니 멜로다. 조폭(조직폭력배)이라는 설정이 입혀지긴 했으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처럼 꾸며졌다. 그래서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설정과 올드한 연출만 돋보인다. 하지만 그 안에서 이동욱은 단단히 중심을 지켰다. 낡은 문법도 그를 만나면 진심이 된다. 결국 이 드라마를 계속 보게 만드는 힘은 이동욱에 있었다.

지난 18일 첫 방송한 JTBC 금요시리즈 '착한 사나이'(극본 김운경, 연출 송해성)는 3대 건달 집안의 장손이자 의외의 순정을 품은 박석철(이동욱 분)과 가수를 꿈꾸는 그의 첫사랑 강미영(이성경 분)의 재회와 사랑을 그린 감성 누아르다. 현재 2회까지 방영됐다.

작품은 시인이 되고 싶었던 석철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석철은 동네에서 열리는 작은 문학 수업에 참여해 자신이 직접 집필한 시를 낭독했다. 뻣뻣한 말투와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시의 내용,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그는 진심을 다해 읽었다. 조폭인 이 남자가 문학가를 꿈꾼다는 설정 자체는 아이러니하면서도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이 도입부에서부터 작품의 톤앤매너가 전통적이고 낯익다. 내레이션으로 과거를 설명하고 등장인물들의 서사를 친절하게 풀어주며, 슬로우 모션과 클로즈업 등을 통해 극의 분위기가 반전된다. 빛바랜 듯한 색감과 음악을 사용하는 방법조차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줄거리 또한 비교적 단순하다. 박석철은 건달 조직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한다. 그런 그에게 조직의 오른팔인 오상열(한재영 분)은 재개발 3구역 문제를 해결하면 나가게 해주겠다고 약속한다. 고민하던 석철은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동욱이 출연하는 착한 사나이는 건설 3대 집안 장손 석철(이동욱 분)이 가족과 직장, 사랑을 지키기 위해 겪는 파란만장 사건들을 웃음과 눈물로 그려낸 드라마다. /킹콩 by 스타쉽

그러다 석철은 병원에서 일하는 동생 석희(류혜영 분)를 통해 오래된 첫사랑 강미영(이성경 분)과 운명처럼 재회한다. 학창 시절 서로 좋아했지만 갑작스레 이별한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마주했다. 미영에게는 어딘가 사연이 있는 듯 보이지만 여전히 아름답고 긍정적이며 밝다. 석철은 그녀에게 다가가려고 하지만 문자 메시지 하나도 제대로 보내지 못하는 등 서툴고 어색한 면모를 보인다.

그렇기에 석철은 미영 앞에서는 조폭과 전혀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무심하면서도 다정하고 어설프지만 진심 어린 배려를 건넨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아침, 미영의 메시지 하나에 설레하는 모습은 조폭이 아닌 누군가를 좋아하는 평범한 남자처럼 보인다.

그러나 석철이 살아가는 세계는 녹록지 않다. 조직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고 가족 내에서의 관계도 불안정하다. 특히 가족의 골칫거리인 누나 석경(오나라 분)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러다 석희를 통해 석경의 행방을 알게 되고, 도박장에 있던 그녀를 빼 오기 위해 조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한다.

무엇보다 석철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건 아버지 박실곤(천호진 분)에 대한 감정이다. 감옥에 있는 아버지를 대신해 어릴 적부터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그래서 조폭이 될 수밖에 없었다. 헤밍웨이 같은 소설가를 꿈꿨던 석철은 자신이 좋아하던 일은 뒤로 한 채 그렇게 조폭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된다.

이처럼 '착한 사나이'는 전체적으로 현재 트렌드와는 맞지 않는 진부하면서도 올드한 소재를 이끌어간다. 또한 인물 설정과 대사 톤, 연출 방식까지 모든 것이 전통적이고 익숙하다. 복잡한 플롯도, 속도감 있는 편집도 없기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첫사랑과 재회하고 서로의 구원이 되는 서사 또한 이미 많이 봐온 이야기다.

착한 사나이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2회 연속 방영된다. /JTBC

그러나 이런 올드함마저 이동욱은 중심을 잡아가며 설득력 있게 끌고 나간다. 조폭으로서의 카리스마, 이성경과의 로맨스에서의 순수함, 가족 앞에서 들끓는 분노, 일상에서의 무기력함까지 한 인물의 다양한 감정선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시 낭독 장면에서 보여준 순수하면서도 해맑은 미소, 병원에서 미영을 보고 당황하는 모습, 메시지 하나 제대로 보내지 못하며 망설이는 모습 등은 석철을 단순한 조폭이 아니라 평범한 남성으로서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다. 반면 도박장에서 단숨에 조직원을 제압하는 장면에서는 단단한 남성미와 조폭다운 카리스마까지 보여준다.

무엇보다 류혜영과의 남매 '케미'가 눈길을 끈다. 서로 장난치고 말다툼하면서도 위기 앞에선 한마음이 되는 모습은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겼다. 이동욱은 캐릭터의 다층적인 면모를 극도로 자연스럽게 구현하며 박석철이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완성했다.

이처럼 중심을 이끌어 가는 이동욱의 활약이 빛났음에도 불구하고 '착한 사나이'는 기시감이 가득하다는 이미지를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아는 맛이 무섭다는 말도 있다.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류혜영 또한 "전체적으로 올드하지만 그게 매력이다"라고 말한바. 시청률 또한 3.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향후 전개에서 '착한 사나이'만의 색깔이 어떤 방식으로 완성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착한 사나이'는 매주 금요일 오후 8시 50분 2회 연속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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