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탕준상'] '잘한다'는 말의 무게를 아는 배우


극 중 보살 役으로 열연
"제자리걸음 하고 싶지 않아…계속 성장하는 배우 될 것"

배우 탕준상이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씨엘엔컴퍼니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앳된 얼굴에 담긴 깊은 눈빛, 그리고 또래보다 훨씬 성숙한 말투. 배우 탕준상은 대화를 나누는 내내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입에 올렸다. 자신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늘 부족한 점을 먼저 고민한다는 그는 인터뷰에서도 '잘한 점'보다 '더 잘할 수 있던 점'을 먼저 떠올렸다. 그 진지함은 어쩌면 아역 시절부터 연기를 해온 탕준상이 15년째 연기라는 길을 묵묵히 걸어올 수 있었던 이유일지도 모른다.

배우 탕준상이 최근 서울 마포구 <더팩트> 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MBC 금토드라마 '노무사 노무진'(극본 김보통, 연출 임순례)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보살 역을 맡은 그는 이날 작품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생각은 단단했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가장 먼저 느낀 건 탕준상은 자신에게 유독 엄격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잘했다'는 평가에도 늘 아쉬움을 먼저 떠올리는 모습에서 그는 결코 현재에 안주하지 않는 배우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스스로를 날카롭게 바라보는 그 시선은 연기에 대한 애정과 진심, 그리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2010년부터 연기 활동을 시작해 어느덧 데뷔 15년 차의 배우가 된 탕준상은 2003년생이었다. 그 사실 자체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그는 또래답지 않은 어른스러움을 지녔다. 단순히 진지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말 한마디에도 그가 얼마나 고민하고 준비해 왔는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고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낀 지점을 놓치지 않고 곱씹는 태도는 어른스러운 성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실제로 마주한 탕준상은 앳된 인상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역 시절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15년 차 배우의 진중함이 말투와 표정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특히 캐릭터의 말투 하나에도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는 대목에서 그는 철저하게 고민하고 만들어가는 배우라는 확신이 들었다.

탕준상은 그렇게 단순히 '신비한 캐릭터를 소화한 주인공'이 아니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단단한 배우로 다가왔다.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보고 더 나은 연기를 위한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모습은 그가 얼마나 깊은 고민 끝에 이 자리에 서 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었다.

그 진심은 '노무사 노무진' 속 보살이라는 캐릭터에서도 고스란히 묻어났다. 탕준상이 열연한 '노무사 노무진'은 유령 보는 노무사의 좌충우돌 노동 문제 해결 이야기를 담은 코믹 판타지 활극이다. 총 10부작으로 지난달 28일 막을 내렸다. 탕준상은 "10부작이다 보니 촬영한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게 느껴져서 너무 아쉽다"고 소감을 전했다.

탕준상이 맡은 보살은 노무진(정경호 분)과 108일간 '원혼 성불' 근로 계약을 맺게 된 인물이다. 어느 시대 패션인지 알 수 없는 빈티지 청청룩에 앳된 얼굴과 달리 시대를 거스르는 말투로 오묘한 분위기를 풍긴다. 탕준상은 이런 보살의 강렬한 임팩트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탕준상은 노무사 노무진에서 보살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MBC

"보살은 일반적인 그냥 유령이 아니에요. 자신만의 신비한 공간이 있는 미스테리한 인물이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분들이 궁금해할 만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었고 저도 그 부분에 끌렸던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보살이라는 캐릭터의 이미지가 저랑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됐어요."

탕준상은 첫 등장부터 능청스럽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극의 중심을 잡았다. 특히 사건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남겨 '신스틸러'로 등극했다. 그렇지만 탕준상은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단다.

"모니터링을 했는데 제 연기밖에 눈에 안 들어오는 거예요. 너무 아쉬운 점이 많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더 여유롭게 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그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지만, 지나고 보면 그때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이 떠오르거든요. 그러다 보니 더 아쉬운 것 같아요."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보살을 두고 전태일 열사를 떠올리기도 했다. 그가 화염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과, 마지막 10회 엔딩 부분에 나온 보살의 동상에 "1970년 평화시장에서 일했던 재단사 청년"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탕준상은 이러한 예측이 맞다고 설명했다.

"모티브로 둔 건 맞아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전태일 열사의 이름을 걸고 나온 건 아니기 때문에 저한테 부담감을 갖거나 오래 고민하지는 말라고 해주셨어요. 시청자분들이 보살을 보고 전태일 열사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걱정하지 말라고 해주셔서 큰 부담감을 갖지는 않았어요."

그렇기에 시청자들이 보살을 두고 전태일 열사라고 해석하는 걸 보고 '역시'라고 생각했다고. 그는 "불에 타는 모습만 나와도 알 것 같기는 한데, 아니나 다를까 예상하신 분들이 많아 '역시'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가 나오는 장면은 없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딥하게 들어가지는 않았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전태일 열사의 책을 주셔서 그걸 조금씩 읽으면서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냥 참고하라는 식으로 주셨던 것 같아요. 읽은 지 1년 정도 지난 것 같아요.(웃음)"

전태일 열사를 모티브로 두긴 했지만 탕준상은 자신만의 보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말투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다.

탕준상은 노무사 노무진을 통해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MBC

"말투를 너무 현대식으로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과거의 말투가 살짝씩 묻어나오게끔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제가 정경호 선배님보다 나이는 실제로 어리지만, 극 중에서 반말로 대해야 했기 때문에 '이 캐릭터는 옛날 사람이다, 어른이다'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신경썼어요."

보살은 매 에피소드마다 노무진의 행보를 뒤에서 지켜보며 그를 이끌었다. 그리고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은 귀신들도 지켜보고, 노동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을 위해 요리사로 변신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펼쳤다. 특히 8회 엔딩에서 억울한 죽음을 맞은 노동자 유령들의 분노를 지휘하듯 끌어낸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장면을 보시면 모든 배우들 입에서 입김이 엄청 나오거든요. 진짜 너무 추웠어요. 근데 귀신한테서 입김이 나오는 게 웃기니까 얼음을 물고 했는데, 그래도 이겨낼 수 없을 정도로 너무 추웠어요. 다같이 화를 내고 열을 내고 있는데 입김이 나오니까 너무 재밌었어요. 말 그대로 '하하하' 웃으면서 즐겁게 촬영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실제로 탕준상과 보살의 싱크로율은 거의 없다고. 그는 "저는 나이가 많아도 초면에 반말하지는 않는다. '꼰대' 같은 면모는 없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저는 뻔뻔하지도 않고 여유롭지도 않아요.(웃음) 저랑 비슷하지 않다고 연기가 어렵다는 건 솔직히 핑계예요. 초반에 어려움은 있었는데 정경호 선배님께서 정말 잘해주시니까 저도 어려워할 필요가 없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더 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은 들어요. 그래도 좋게 봐주신 분들이 있어서 너무 감사해요."

인터뷰를 하면서 탕준상은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스스로를 좀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냐고 묻자 탕준상은 그런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답했다.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도 부족한 점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보완하면서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이 점이 부족한데 이유는 뭘까'를 항상 생각하면서 그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요. 이게 원래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잘하고 싶은 욕심에서 나오는 생각이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 탕준상에게 '노무사 노무진'은 '배움'이었다. 그는 "더 이상의 핑계를 찾지 않는 공부를 하게 된 것 같다"며 "새로운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옛날에 비해 지금은 성장한 것 같긴 해요. 하지만 이 위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계속 성장하고 싶고, 아쉬운 부분은 고치고 싶어요. 저는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 나가는 배우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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