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일홍의 클로즈업] '공황장애' 이경규, 의구심만 키운 '미스터리'


CCTV 통해 드러난 행적은 '인사불성 만취 운전자' 행태
주차버스 들이받고, 중앙선 침범, 도로 한가운데서 '비틀'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로 입건된 예능 방송인 이경규가 최근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사고당시 CCTV가 공개된 뒤 석연찮았던 의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자타공인 대한민국 예능계의 대부로 인정받는 이경규도 한때는 긴 무명시절을 겪었습니다. 81년 MBC 개그 콘테스트 1기로 데뷔한 뒤 90년대 주병진의 '일요일 일요일밤에' 코너 '몰래카메라'로 조명을 받기 전까지 10여년간 이렇다할 존재감이 없었습니다. 필살기 캐릭터인 '버럭 개그' '깐족 개그'는 그가 뒤늦게 예능 방송인으로 성공한 비결이었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고, 울면서 차에 쓰러지고 계속 아프기 시작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죽을 거 같다. (지인이) 정신과를 가보라 해서 가니까 약을 지어주더라. 그 약을 먹으니 편안해졌다. 10년째 공황장애 약을 복용 중이다."(방송인 이경규)

도로교통법 위반혐의로 입건된 예능 방송인 이경규가 최근 소환조사를 받으면서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올랐습니다. 흔한 음주운전이나 음주사고가 아니라 '약물복용 논란'에 의한 경찰 조사 때문이었습니다. 황당한 것은 감기 또는 공황장애 약을 먹어 '내 차인 줄 알고 대낮에 남의 승용차를 운전했다'는 사실입니다.

자신의 승용차와 차종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몰고 간 이경규는 차량 절도 신고로 출동한 경찰로부터 간이 시약 검사를 받아 양성 반응으로 입건됐다. /온라인커뮤니티

◆ 차량절도 신고 출두 경찰 간이시약 검사서 '양성' 반응 입건

이경규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 건물 주차장에서 자신의 승용차와 차종이 같은 다른 사람의 차를 몰고 현장을 떠났습니다. 시간은 점심시간 직후였고, 해당 차주는 자신의 차량이 사라진 뒤 절도 의심 신고를 했습니다. 이경규는 차량 절도 신고로 출동한 경찰로부터 간이 시약 검사를 받아 '양성' 반응으로 입건됐습니다.

경찰은 이후 조사에서 주차관리 요원이 차량을 헷갈려 이경규에게 잘못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당시 이경규는 "약 10년간 공황장애를 앓아왔으며, 전문의의 약을 먹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차를 몰고 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차량 블랙박스 및 복용 중인 약 봉투 등도 경찰에 제시했습니다.

종편채널 MBN이 지난 25일 공개한 이경규의 CCTV 영상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사진은 한 방송 시상식에 참석한 이경규의 모습. /더팩트 DB

◆ 주유소 벽을 들이받거나 중앙선 침범하고, 불법 좌회전 정황

종편채널 MBN이 지난 25일 공개한 이경규의 CCTV 영상은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습니다. 이경규는 주차된 버스를 들이받는 사고를 낸 뒤 운전석에서 내려 차도 한가운데를 비틀거리며 걷습니다. 마치 술에 취한 듯한 위험천만한 갈지자 걸음에 뒤에서 오던 차량들이 중앙선을 넘기도 합니다.

이뿐이 아닙니다. 주유소에 들러 벽을 들이받거나 중앙선 침범, 불법 좌회전 등을 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의 운전을 금지하는데요.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을 복용한 경우라도 집중력·인지능력 저하 상태에서 운전을 하면 약물 운전 혐의가 성립하게 됩니다.

10여년의 긴 무명시절을 거친 이경규의 필살기 캐릭터는 버럭 개그 깐족 개그로, 그가 뒤늦게 예능 방송인으로 성공한 비결이 됐다. 왼쪽부터 이경규,김성주,김구라. /더팩트 DB

◆ '동일 차종 같은 색상'이라도 차량내부 개인 물품 확연히 달라

이경규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엇갈립니다. 우선 그 특이성 때문에 다들 의아하다는 반응인데요. 처음엔 '확률적으로 매우 드물지만 주차관리 요원이 내 차라고 내주면 별 생각없이 타고갈 수도 있겠다'는 동정론이 없지 않았습니다만, 사고당시 CCTV가 공개된 뒤엔 석연찮았던 의구심을 더 크게 증폭시켰습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내 차와 남의 차를 전혀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인데요. 매일 타고다니는 승용차는 내몸의 일부처럼 익숙합니다. 아무리 '동일 차종 같은 색상'이라도 차량 내부에 비치된 개인 물품은 확연하게 다릅니다. 이는 한 집에 사는 가족을 마주보면서 같은 옷을 입어 누군지 구분하지 못했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사고 당시 이경규의 상황은 CCTV를 통해 드러난 행적들로 그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위태위태한 행위로만 보면 인사불성 만취 상태의 운전자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최근 약물 운전으로 인한 면허 취소 사례가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약물 양성반응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공황장애 약 복용이라는 이경규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았습니다. 석연찮은 의구심이 커지는 이유입니다.

eel@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