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서현의 재발견이다.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섭렵하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온 서현은 이번 작품에서 코믹 연기로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통해 사랑스럽고 능청스러운 매력을 동시에 발산한 그는 특유의 안정감과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으로 연기자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다.
서현은 지난 11일 첫 방송한 KBS2 수목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극본 전선영, 연출 이웅희)로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깃든 로맨스 소설 속 병풍 단역이 소설 최강 남자 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로맨스 판타지다. 총 12부작 중 4회까지 방영됐다.
서현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 속 신분과 재력을 모두 갖춘 '금수저' 단역 차선책을 맡았다. 소설 속 단역으로 존재감 없이 살아가던 차선책은 어느 날 열혈 독자였던 현실 여대생 K의 영혼이 깃들며 전혀 다른 인물로 다시 태어났다.
처음에 K는 차선책의 몸으로 소설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려고 했다. 여주 조은애(권한솔 분)와 남주 이번(옥택연 분)의 운명적인 첫 만남부터 사각 관계까지 지켜보며 관전의 묘미를 즐겼다.
그러던 중 차선책은 폭탄주를 연달아 만들어내며 모임의 중심인물로 떠올랐고, 술에 잔뜩 취한 그는 이번과 하룻밤을 보내게 되는 사고를 쳐버렸다. 이후 이번이 자신의 첫날밤을 가져버렸으니 책임지라며 '직진'하게 되고 차선책은 원작 소설의 이야기를 헤치지 않기 위해 홀로 외로운 싸움을 이어간다.
이야기 초반, 소설에 들어온 것에 당황하던 K는 곧 상황에 적응해 능청스럽게 살아가기 시작했다. 서현은 최애 캐릭터의 로맨스를 눈앞에서 목격하게 되자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차선책의 매력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특히 이 인물을 단순한 코믹 캐릭터로 소비하지 않고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폭탄주를 제조하며 모임의 분위기 메이커로 떠오르는 장면에서는 특유의 귀엽고 해맑은 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술에 취한 차선책이 춤을 추고 맛있냐며 웃는 자면은 웃음을 유발하면서도 사랑스럽고 자연스럽다. 그저 웃기기 위한 과장이 아닌 극 중 인물의 감정선에 기반한 유쾌함이라 설득력이 높다.
서현은 극 중 끊임없이 혼잣말을 한다. 이는 소설의 전개를 모두 알고 있는 K가 상황을 조율하려는 시도다. 혼잣말이 반복될 경우 과잉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현은 완급조절을 통해 자연스럽게 녹여냈다. 위기를 피하려는 다짐, 스스로를 다독이는 장면에서는 K의 다급함이 생생하게 전달돼 웃음을 자아냈다.
원작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K의 내면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차선책의 외관으로 소설 속 인물들과 어울리면서도 현실 세계의 사고방식과 감정이 섞여 나오는 복합적인 연기를 유연하게 소화했다. 서현은 갑작스럽게 화를 내거나 예기치 않은 행동을 하는 장면에서도 그 이유와 감정의 맥락을 또렷하게 짚어내며 극의 흐름을 탄탄하게 이끌었다.
극 중 남자 주인공인 옥택연과의 '케미' 역시 인상적이다. 두 사람은 본격적인 로맨스를 그려내기 시작하면서도 엉뚱한 상황과 코믹한 설정 속에서도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특히 첫날밤 이후 차선책에게 직진하는 이번의 모습과 이를 피해 다니는 차선책의 반응이 티키타카처럼 맞물려 극의 재미를 더했다. 둘이 함께 있는 장면마다 특유의 설렘과 유쾌함이 살아 숨 쉰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차선책이 도화선(지혜원 분)이 커피를 뿌리는 행동을 예측하고 부채로 막는 장면은 자칫 B급 감성으로 흐를 수 있었으나 서현의 연기 덕분에 오히려 극의 톤을 살리는 포인트로 작용했다. 갑작스레 변장을 하고 등장하거나 일부러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몸을 더럽히는 설정 역시 과하게 튀지 않게 만들며 극의 유쾌한 분위기를 지켜냈다.
이처럼 서현은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통해 로맨스와 코미디를 유려하게 넘나들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증명하고 있다. 귀엽고 엉뚱하면서도 정서를 놓치지 않는 연기로 캐릭터의 입체감을 살렸고 극의 중심축으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같은 서현의 활약에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1회 시청률 3.3%(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해 3%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올해 KBS 수목드라마는 '킥킥킥킥'을 시작으로 '빌런의 나라' 등 0~1%대 시청률에 머무르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런 가운데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가 3%대 시청률을 기록 중이라는 점은 주목할 만한다.
더욱이 해당 작품은 방영 전부터 촬영 과정에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병산서원의 나무 기둥에 못을 박는 등 문화재를 훼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출발선부터 리스크를 안고 시작한 만큼 불안한 흐름이 예상됐지만 서현의 안정적인 연기와 사랑스러운 캐릭터 표현 덕분에 시청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순항 중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본격적인 로맨스로 전개됨에 따라 서현 특유의 섬세하고 따뜻한 연기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매회 새로운 매력을 갱신하고 있는 서현이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를 어떻게 완성해 갈지 관심이 모인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매주 수, 목요일 오후 9시 50분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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