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손석구에게 추리는 낯설고 어려우며 평소 즐기던 장르는 아니었다. 즉 '나인 퍼즐'은 일종의 도전이었다. 이에 손석구는 자신이 잘하는 것과 새로운 것을 접목해 '나인 퍼즐' 속에 녹여냈다. 그렇게 촬영 기간에 이번 3주간의 공개까지 긴 여정을 마쳤다. 그러나 정작 손석구는 "본게임은 이제 시작"이라며 '나인 퍼즐'의 향후를 더 길게 내다봤다.
손석구는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로의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나인 퍼즐'(극본 이은비, 감독 윤종빈) 공개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10년 전 살인 사건의 진실을 끈질기게 파헤치는 형사 김한샘 역을 맡은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21일 첫 공개된 '나인 퍼즐'은 10년 전, 미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이자 현직 프로파일러인 이나(김다미 분)와 그를 끝까지 용의자로 의심하는 강력팀 형사 한샘(손석구 분)이 의문의 퍼즐 조각과 함께 다시 시작된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을 파헤치는 추리 스릴러다. 앞선 4일 11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작품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콘텐츠 1위와 아시아-태평양 지역 서비스 국가 7곳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 1위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무빙'에 이어 디즈니+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한국 콘텐츠 2위를 기록하며 글로벌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손석구는 "기본적인 장르가 추리물이다 보니 나도 좀 낯설었는데 많은 분들이 봐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르나 플랫폼의 특성상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손석구는 "아무래도 가늠이 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 우리끼리는 정말 열심히 만들었고 자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나눴었다. 아무래도 OTT지만 한 번에 공개되는 것이 아니지 않나. 나눠서 공개하다 추진력을 잃으면 어쩌나 싶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이내 "일단 지금까지는 잘된 것 같다. 그리고 사실 내부적으로는 '오늘부터 본게임'이라고 바라보고 있다"며 흥행을 기대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추리 장르와는 크게 연이 없었던 손석구다. 그만큼 낯설었고 자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나인 퍼즐' 출연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윤종빈 감독에 대한 팬심이었다. 손석구는 "시놉시스만 보고 작품을 선택했는데 감독님이 날 보자고 한 것 자체가 영광이었기 때문"이라며 "감독님께 추리물이 자신 없다고도 말씀을 드렸더니 그건 자기만 믿고 따라오면 된다고 했다. 도전해야 할 대본이었지만 정말 감독님 때문에 출연했다"고 돌이켰다.
"제가 지금까지 했던 작품들이나 잘한다고 생각한 것은 주로 캐릭터들이 만나 감정을 교감하는 작품이었어요. 물론 '나인 퍼즐'도 이나와 한샘의 감정 교류가 있긴 하지만 주된 내용은 아니잖아요. 이보다는 사건을 추리하는 논리적인 과정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지점들이 중요했죠. 여기서 한 포인트라도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잃으면 자연스럽게 다음 회차를 잃게 돼요. 늘 긴장한 채 정교한 정보 전달을 위한 연기를 하는 것이 비교적 자유롭진 않았기 때문에 '이 스타일이 나랑 맞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작품이든 손석구가 안 해본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때문에 '도전'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다른 작품이 금방 적응하고 결국 해내는 편이었다면, '나인 퍼즐'은 시간이 다소 걸렸고 그만큼 의심의 시간도 길어졌다.
해결 방법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내세운 '접목'이었다. 손석구는 "굉장히 복합적이었다. 일단 '나인 퍼즐'에서 추리만큼이나 중요한 게 이나와의 티키타카라고 생각했다. 이와 같은 쉬어가는 구간 없이는 11부를 끌고 가는 게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그때부터 내가 잘하는 것과 추리적으로 필요한 연기를 적절히 섞으려고 했다. 물론 완전히 다른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지만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는 내 욕심이 다는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극 중 김한샘은 추리 소설과 탐정 영화 마니아로 병적으로 꼼꼼한 완벽주의 성향의 엘리트다. 10년 전 윤동훈 총경(지진희 분)의 살인 사건을 담당할 당시 현장에 있던 최초 발견자인 이나를 용의자로 확신하고 끈질기게 증거를 추적해 가는 인물이다. 이후 이나와 함께 연쇄살인 사건의 비밀도 파헤친다.
그러나 정작 손석구는 김한샘과 달리 범인 추적에는 재능이 없었다. 마지막까지도 범인이 누군지 몰랐다는 그는 "평소에도 추리와 관련된 글을 잘 못 보기도 하고 본다고 해도 범인을 못 맞힌다. '나인 퍼즐'도 어려웠다. 사실 딱히 범인에 대한 생각도 안 했다. 누군가는 범인이겠거니 했다"고 솔직한 답변을 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그래서 오히려 단순하게 따라갔다. 황정민 선배님이 등장할 때는 '아, 선배님이 범인이구나' 하면서 보다가 아니라길래 '아니구나' 했다. 이후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 의심하고 틀리고의 반복이었다"고 전했다.
"친구들에게는 퀴즈를 내기도 했어요. 다들 너무 못 맞혀서 선물까지도 준다고 했죠. 근데 정말 딱 한 명만 맞혔어요. 미국에 사는 친구인데 9부까지만 보고도 범인을 추리하더라고요. 유일한 정답자인데 신기했어요."
'나인 퍼즐'이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에는 탄탄한 추리 설계도 있지만 이를 이끄는 이나와 한샘의 관계성도 큰 역할을 차지했다. 실제로 배우들은 이를 두고 촬영 전까지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단다. 손석구는 "의심하는 관계로 시작하지만 이 관계를 오래 가져가고 싶지는 않았다. 초반에 빨리 깨고 공조로 들어가자 싶었다. 이후에는 오히려 범인으로 의심되는 특별출연 배우들을 더 조명하면서 이나와 한샘은 한 팀으로서 수사하자는 방향성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관계성을 유지해야 했던 김다미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손석구는 "다미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아이디어도 많은 친구다. 때문에 다미가 그린 이나의 캐릭터는 처음부터 명확했다"며 "그래서 초반에는 다미에게 많이 물어봤다. 그럴 때마다 다미는 디테일하고 사소한 것까지 아이디어를 많이 줬다"고 돌이켰다. 이어 "집에서 베이스캠프를 차리고 나서는 아무래도 내 주된 환경이기 때문에 많이 주도하려고 했다. 11부까지 촬영하면서 다미에게 많이 기댔다"고 치켜세웠다.
약간의 호불호가 갈리는 결말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손석구는 "개인적으로는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이슈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연관성까진 아니어도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자극적인 반전보다도 오히려 좋았다"고 밝혔다.
손석구가 말한 사회적인 이슈는 작품 속에서도 언급되는 '사람을 죽여서 사람 사는 곳을 만든다'다. 이에 그는 "우리는 처음부터 이 한마디를 염두에 두고 달려왔다. 때문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작품을 본다면 연출은 왜 이렇게 했으며 캐릭터 배치는 저렇게 했는지 등이 더 잘 보일 터다. 결국 우리는 이 말을 전하고자 여기까지 온 것"이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나인 퍼즐'은 배경음악과 연출로도 많은 호평을 얻었다. "앞으로가 본게임"이라고 언급했던 손석구에게 이에 대한 평가도 부탁했다. 그는 "말씀하신 대로 우리 작품은 미장센이나 믹싱도 고급적으로 잘됐다. 웰메이드 드라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이유"라며 "추리물이라는 장르를 시네마틱하게 풀어낸 것도 많이 알려졌으면 한다. 11시간 동안 시네마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전에 대한 기대감도 분명 있었을 거예요. 3주간에 나눠서 공개되는 만큼 그 기대감이 더 증폭됐겠죠. 큰 반전은 없지만 대신 한 번에 보는 분들은 또 다른 인상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추측을 갖기도 전에 드라마가 진행되는 거잖아요. 개인적으로는 한 번에 11부작을 몰아보는 것이 '나인 퍼즐'을 더욱더 즐길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이 알려져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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