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리뷰] '도리안 그레이', 타락한 영혼의 최후란


6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

도리안 그레이는 영국의 아름다운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변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창작 뮤지컬이다. /PAGE1

[더팩트|박지윤 기자] 각기 다른 관점을 지닌 인물들의 관계성은 더욱 짙어졌고 아름다움의 심연과 욕망을 고찰하는 이야기는 더욱 대담하고 솔직해졌다. 외적인 아름다움만 좇으며 도덕적 타락과 내면의 균열을 마주하며 결국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는, 9년 만에 돌아온 '도리안 그레이'다.

2016년 초연 이후 9년 만에 돌아온 '도리안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소설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을 기반으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작품은 영국의 아름다운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가 변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과 젊음을 향한 탐욕으로 자신의 초상화와 영혼을 맞바꾸면서 벌어지는 파격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전역 후 첫 뮤지컬 복귀작으로 도리안 그레이를 택한 이재윤은 탄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 위에 극이 전개될수록 변해가는 인물 내면과 외면의 변화를 켜켜이 쌓아 나간다. /PAGE1

촉망받는 화가 배질 홀워드는 런던 사교계에 새롭게 등장한 귀족 청년 도리안 그레이에게 매혹되며 자신의 영혼을 쏟아부은 초상화를 그린다. 이를 본 헨리 워튼은 도리안 그레이를 통해 자신이 갈망하던 도덕적 속박에서 벗어나 본능에 충실한 삶을 실현하려고 한다.

뛰어난 언변과 지성을 지닌 헨리 워튼의 말을 듣고 변하지 않는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망하게 된 도리안 그레이는 결국 자신의 영혼과 초상화를 맞바꾸기 시작한다. 불멸의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에 눈을 뜬 도리안 그레이는 자신이 이별을 고한 극단 여배우 시빌 베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본 후 극심한 정서적 불안함과 광기에 시달린다.

결국 도리안 그레이는 도덕성을 내려놓고 본능에 충실한 삶만 추구하면서 그의 외면은 그대로일지 몰라도 내면은 끝도 없이 타락의 길로 추락한다. 그리고 초상화는 도리안 그레이의 늙음과 악행에 대한 고통을 대신하듯 점점 흉측하게 변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작품은 영원한 아름다움을 갈망하게 되는 도리안 그레이와 순수했던 그의 내면에 결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헨리 워튼 그리고 도리안 그레이에게 초상화를 그려주는 화가 배질 홀워드의 관계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이와 함께 도리안 그레이의 붕괴 과정을 넘어 각자가 추구하는 아름다움의 차이, 도덕성과 쾌락 사이의 갈등 등 인물의 본질적인 감정을 깊게 들여다 본다.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6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PAGE1

미모의 귀족 청년이 외면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며 초상화에 영혼을 팔다가 결국 스스로를 파멸로 몰아가게 되는 결말을 맞이하는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건 배우들의 열연이다.

그룹 SF9(에스에프나인) 멤버 겸 재윤은 전역 후 첫 복귀작으로 '도리안 그레이'를 택하며 오랜만에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그동안 그는 연극 '환상동화', 뮤지컬 '창업' '또! 오해영' '서편제' 등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았고 가수로서도 꾸준히 공연을 했던 만큼, 약 2년 6개월 만에 선 뮤지컬 무대에서도 공백기가 느껴지지 않는 활약을 보여준다.

빛을 받으며 등장하는 재윤은 하얀 옷과 탈색 머리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모두의 눈길을 끄는 인물의 외적 아름다움을 단번에 납득시킨다. 이어 그는 탄탄한 발성과 정확한 딕션 위에 극이 전개될수록 변해가는 도리안 그레이 내면과 외면의 변화를 켜켜이 쌓아 나간다. 특히 순수함에서 그릇된 욕망으로 인한 파멸의 길로 들어서기까지의 과정을 과장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자신만의 에너지를 점차적으로 발산하고 보이그룹 멤버다운 자연스러운 몸짓도 보여주며 타이틀롤로서 제 몫을 다 해낸다.

헨리 워튼으로 분한 김재범은 남다른 여유와 개성 있는 표현력으로 인물의 다층적인 면모를 강조하며 압도적인 연기 내공을 보여주고, 손유동은 배질 홀워드의 감정과 예술가다운 면모를 담백하게 표현하며 몰입도를 높인다.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인물의 심리 상태를 보여주는 주요한 장치가 되는가 하면 타락에 빠진 도리안 그레이의 행태를 뉴스 형식으로 보여주는 등 무대 전면을 가득 채운 LED 스크린을 활용하는 방법도 눈에 띈다. 또한 초상화가 핏빛으로 물들거나 일그러지는 등 도리안 그레이의 도덕적 타락과 내면의 균열을 시각적으로 선명하게 드러내는 연출도 인상적이다.

9년 만에 돌아온 '도리안 그레이'는 오는 6월 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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