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아이유의 리메이크는 왜 특별한가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 발매

아이유가 27일 세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셋을 발매했다. 부활의 Never Ending Story를 비롯해 박혜경 서태지 등의 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재해석해 수록했다. /EDAM엔터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리메이크의 시대다. 전례 없을 정도의 수많은 리메이크 곡이 쏟아지고 음원차트 상위권에도 다수 포진돼 있다. 그러나 리메이크는 지나간 노래를 단순히 다시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도 있었고 지금도 있는 세대들의 감성을 음악으로 이을 때 순위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아이유와 그의 '꽃갈피'가 그걸 해낸다. 그래서 특별하다.

'꽃갈피'는 책갈피처럼 끼워진 빛 바랜 꽃잎이다. 이전 세대의 음악 속에서 '꽃갈피'들을 발견해내고 그것을 다시 자신만의 감성과 목소리로 되새겨 현 세대의 청자들에게 선물한다는 의미다. 2014년 '꽃갈피'와 2017년 '꽃갈피 둘'을 통해 14개의 꽃잎을 끄집어낸 아이유는 무려 8년 만에 세 번째 '꽃갈피'를 들고 돌아왔다.

아이유는 지난 두 장의 '꽃갈피'를 통해 조덕배 김광석 이문세 산울림 김현식 클론 홍삼트리오 양희은 이상은 김건모 소방차 정미조 들국화의 음악에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분명 누군가의 추억 속에 있지만 빛도 바래고 향기도 잃은 꽃잎은 아이유의 감성과 목소리를 만나 청명한 빛깔을 내고 은은한 향기를 내 많은 이들에게 다가갔다.

그 세 번째 여정인 '꽃갈피 셋'에서 아이유는 박혜경 '빨간 운동화'(2002), 부활 'Never Ending Story(네버 엔딩 스토리)'(2002), 서태지 '10월 4일'(2004), 롤러코스터 'Last Scene(라스트 신)'(2002), 신중현과 엽전들 '미인'(1974), 화이트 '네모의 꿈'(1996)과 만났다. 지난 두 앨범이 대부분 1980~90년대 곡들이었다면 이번엔 2000년대 초반의 곡이 많다.

리메이크의 방식은 원곡을 최대한 살리거나 뼈대만 두고 바꾸거나 크게 두 가지다. 아이유는 주로 원곡의 감성을 살리는 쪽을 택해 왔고 이번에도 그렇다. 원곡에 기댄다는 것이 아니라 원곡의 이야기와 그 이야기가 품은 화자의 감정을 섬세하게 읽어낸 뒤 자신의 것으로 가져온다. 그래서 성별이 다른 곡도 그룹의 곡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꽃갈피'에 수록한 산울림의 '너의 의미'는 아이유의 그러한 방식을 가장 잘 드러낸다. 산울림 보컬 김창완이 피처링을 하면서 남녀 듀엣곡이 됐지만 원곡의 진행 방식과 감성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각자가 가진 음색의 매력과 그 절묘한 합으로 30년 세월과 세대의 간극을 훌륭하게 메웠다.

누군가의 추억 속에 있지만 빛도 바래고 향기도 잃은 꽃잎은 아이유의 감성과 목소리를 만나 청명한 빛깔을 내고 은은한 향기를 내 많은 이들에게 다가간다. /EDAM엔터

'꽃갈피 둘'까지 오면서 피처링이 있었던 곡은 '너의 의미' 단 한 곡이었다. 그러다 이번 '꽃갈피 셋'에서 'Last Scene'을 원슈타인과 함께 했다. 롤러코스터 음악의 미덕인 '무심한 듯 간결함'을 표현하려 했다는 아이유는 2절에 새로운 목소리로 색다른 재미를 줬고, 독특한 음색으로 무심한 듯 노래하는 원슈타인과의 시너지는 '너의 의미'를 떠오르게 한다.

아이유는 부활의 'Never Ending Story'를 타이틀곡으로 했다. 시대의 명곡으로 꼽히는 'Never Ending Story'는 많은 이들에게 익숙하지만 아이유의 목소리를 만나 록 장르와는 또 다른 감성으로 다가온다. 서동환 작곡가의 주특기인 피아노, 스트링 편곡을 기반으로 조금 더 몽환에 가까운 추억으로 재해석했다.

아이유는 리메이크 앨범 3장에서 조덕배의 '나의 옛날 이야기',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 그리고 부활의 'Never Ending Story'까지 타이틀곡을 모두 남성 보컬의 곡을 택했다. 창법과 음색의 결도 완전히 다르다. 곡에 대한 깊은 이해가 선행되지 않고선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고 그래서 아이유가 리메이크를 대하는 진중한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인'은 방식 자체가 다르지만 또 다른 면에서 아이유의 리메이크가 왜 특별한 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사전에서 미인은 '아름다운 사람. 주로 얼굴이나 몸매 따위가 아름다운 여자'로 규정하고 있다. 아이유는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다양한 기준의 아름다움들이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는 자기애와 귀여운 '자뻑'에 관한 이야기로 해석했다.

현시대의 힙스터 바밍타이거와의 협업으로 완성한 이 리메이크는 '한국적 로큰롤'을 탄생시킨 당시의 힙스터 신중현의 감성과 51년 세월을 사이에 두고 맞닿는 듯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며 새로운 영혼을 불어넣는다. 특히 마지막 부분 합창과 가면을 활용해 내외면의 이야기를 담은 뮤직비디오는 리메이크에도 주체적인 가치관을 심을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역시나 성적도 좋다. 타이틀곡 'Never Ending Story'는 발매 다음날인 28일 멜론 일간차트 2위에 올랐고 29일엔 1위로 올라섰다. '네모의 꿈'과 '빨간 운동화'도 상위권이고 앨범 전곡이 톱100에 진입했다. 11년 전, 8년 전에 그랬듯이 여전히 아이유의 리메이크는 많은 이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고 또 한 번 세월을 '꽃갈피'에 교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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