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계의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기에 멀티플렉스 3사(CGV·메가박스·롯데시네마)는 적자를 벗어나기 위해 '영화를 보는 곳'에 규정되지 않고 다양하게 공간을 활용하고, 개봉을 앞둔 신작들은 색다른 홍보 방법을 펼치며 보다 더 많은 관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팩트>는 현재 한국 영화계가 선보이고 있는 이색 이벤트를 정리하고, 이 중에서 일부를 직접 경험해봤다.<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코로나19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던 한국 영화계의 바람이 무색하게 침체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멀티플렉스 3사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이색 이벤트와 상영회 등을 선보이고 있고,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새로운 홍보 방식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더 많은 관객의 유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7일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 3월 한국 영화산업 결산 발표에 따르면 극장 전체 매출액은 620억 원, 전체 관객 수 644만 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 매출액은 46.8%(546억 원), 관객 수는 45%(526만 명) 감소했다. 2025년 1분기 전체 매출액은 20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6%(1014억 원), 전체 관객 수는 2082만 명으로 32.6%(1009만 명) 줄어 들었다.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과 이병헌 주연의 '승부'가 두각을 드러내긴 했지만, 지난해 천만 관객을 사로잡았던 '파묘'와 누적 관객 수 726만 명을 동원한 '듄: 파트2'의 흥행 기록에 한참 미치지 못하면서 지난해 동월 대비 매출액과 관객 수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또한 2019년 3월에는 총 매출액 1265억 5901만 7449명, 관객 수 1467만 1693명을 기록한 것을 통해 코로나19 이후로 계속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들의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승부'가 손익분기점(180만 명)을 넘겼지만,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 '로비'는 25만 명(18일 기준)을 기록 중이며 '브로큰'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등은 20만 명의 고지를 넘지 못하고 씁쓸하게 퇴장했다. 설 연휴 특수를 노린 '검은 수녀들' '히트맨2' '말할 수 없는 비밀'은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만족했고, 봉 감독의 '미키 17'도 300만 관객을 돌파했지만 그의 전작과 비교했을 때 다소 아쉬운 기록이다.
이렇게 영화계의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멀티플렉스 3사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곳'에 그치지 않고 색다른 상영회와 이벤트 등을 통해 '체험하는 공간'으로 거듭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아티스트들의 공연 실황 영화를 스크린에 거는 건 대표 콘텐츠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고, 관객 참여형 롤플레잉 체험 공간 '라이브 시네마'와 버추얼 유튜브 전용 공간 '브이스퀘어'를 운영하는가 하면 상영관 일부를 아이스링크장으로 리모델링하는 등 공간의 활용 범위를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멀티플렉스 3사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메가박스는 지난달 17일부터 21일까지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메가 쉼표'를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강남점의 7개 모든 상영관 내 492개 전석을 리클라이너로 업그레이드하고 정식 리뉴얼 오픈을 기념해 진행된 이벤트로, 점심시간에 소등한 1개 상영관을 휴식 공간으로 마련해 새로운 공간 경험을 제공했다.
해당 이벤트에 참가한 관객들은 1000원을 내고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힐링 음악을 들으면서 2시간 동안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리클라이너 좌석은 등받이와 발 받침대를 원하는 각도로 조절할 수 있고, 좌석 간격도 일반 좌석에 비해 넓어 보다 더 쾌적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이에 점심시간에 잠깐 눈을 붙이고 싶은 직장인과 학생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리클라이너 좌석의 편안함도 체험해 볼 수 있었다.
CGV는 지난 1월 CGV강변 씨네&포레(CINE&FORÊT) 상영관에서 진행된 제1회 뜨개상영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에 힘입어 뜨개질을 하며 영화도 볼 수 있는 '뜨개상영회'를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일 저녁에 정기적으로 선보이기로 했다. 가격은 18000원이다. 관계자는 <더팩트>에 "숲을 콘셉트로 한 씨네&포레의 힐링 되는 느낌을 계속 가져갈 수 있으면서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는 걸 고민하다가 나온 게 '뜨개상영회'다. 1회차가 전석 매진되고 생각보다 많은 관심을 받게 되면서 정기 콘텐츠로 자리잡게 됐다"고 선보이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뜨개질하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고객이 원하는 영화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빈백 좌석이다 보니까 2D영화를 보는데 매력적인 선택지는 아니었지만 이러한 상영회를 통해 관객들에게 새로운 콘셉트 속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영화관에 오게 만드는 또 하나의 선택지를 준 것 같다"고 바라봤다.
롯데시네마는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수현과 협업해 상영관에서 '무비플러팅'을 진행하고 있다. 2~30대 미혼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 샤롯데라운지에서 함께 영화를 보고 1:1로 로테이션을 돌면서 소개팅을 진행한다. 참가비는 20000원이고, 사진과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 혼인관계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오는 25일 '무비플러팅' 11기가 진행될 만큼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이색 이벤트다. 관계자는 "'무비플러팅'으로 이루어진 커플들에게 해당 영화관이 특별한 장소이다 보니까 다시 찾아주시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효과를 언급했다.
개봉을 앞둔 한국 영화들도 다채로운 홍보 방식을 끊임없이 선보이고 있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각종 유튜브 채널뿐만 아니라 여러 예능프로그램 등에 출연하며 '홍보 요정'으로 활약하고, 제작사와 배급사는 작품의 의미를 강조할 수 있는 이색 마케팅을 끝없이 고민하고 있다.
지난 16일 개봉한 '야당'(감독 황병국)은 마약 수사의 뒷거래 현장에 실제로 존재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야당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브로커를 주요 소재로 처음 다루는 작품인 만큼, 경기북부경찰청과 손잡고 마약 범죄 예방을 위한 특별 캠페인을 진행하며 작품의 사회적 메시지를 강조하고 대중에게 마약의 위험성을 일깨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또한 구병모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는 '파과'(감독 민규동)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와 이색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영화 속 조각(이혜영 분)과 투우(김성철 분)의 모습을 활용한 더블 커버 특별판 도서를 출시하는가 하면, '파과'의 프리퀄 도서 '파쇄'를 함께 읽은 후 영화를 관람하는 '파몰입 상영회'를 진행하며 확장된 세계관을 완성했다.
이와 관련해 배급사와 영화계 관계자들은 입 모아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걸음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 보니 이색 상영회나 다양한 이벤트 등을 통해 관객들이 영화관을 찾는 이유의 폭을 넓히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계속 고민해야 될 부분"이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