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초점] 교훈은 없고 논란만 남겼다…'고딩엄빠'의 불명예 퇴장


자극적인 사연으로 화제 몰이…청소년 임신 미화 논란
4일 종영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5가 4일 종영했다. /MBN

[더팩트ㅣ최수빈 기자] '고딩엄빠'가 시즌5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그러나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아쉬운 목소리는커녕 오히려 다시 돌아오지 말라는 시청자들의 반응만 많아지고 있다. 자극성만 좇다가 기획 의도와 전혀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갔고 결국 시청자들이 반기는 종영이라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고야 말았다.

MBN 예능프로그램 '고딩엄빠' 시즌5(이하 '고딩엄빠5')가 4일 방송되는 24회를 끝으로 종영했다. 새 시즌 계획은 없다. 이로써 '고딩엄빠'는 지난 2022년 3월 첫 방송된 시즌1 이후 약 3년 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고딩엄빠'는 어른들의 보호가 필요한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된 청소년 부모들의 세상 편견을 이겨내고 성장하는 리얼 가족 프로그램이다. 연출을 맡은 남성현 PD는 "우리 주변에 충분히 있을 수 있는 '10대의 성 이야기'를 소재로 하다 보니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쏠린 게 사실이다"라며 "10대의 성을 숨기는 사회적 분위기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어 "우리의 '고딩엄빠'들은 이 사회의 단단한 구성원이고 쉽지 않은 선택과 그 책임을 다하고 있는 아들, 딸 그리고 친구이자 동생들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을 담당하고 굳세게 이겨내는 모습, 혹은 힘들어하는 과정들을 방송에서 확인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고딩엄빠'는 이러한 기획 의도에서 벗어난 채 시청률과 자극성만 좇는 모습을 보여줘 많은 비난을 받았다. 특히 방송을 통해 출연진 부부의 부부싸움이 그대로 노출돼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 제27조 제5호 및 제44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고딩엄빠는 청소년 임신 미화, 조작 논란, 성인·미성년자 관계 미화 등 각종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화면 캡처

또한 청소년과 성인의 임신을 미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18세였던 여성이 10세 연상 남성을 만나 임신하는 이야기, 19세였던 여성이 11세 연상 남성을 만나 임신하는 모습 등 '고딩엄빠'는 주로 성인과 미성년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20대와 30대 성인과 미성년자의 임신과 출산은 충격적일 수밖에 없는데 이를 본질적인 문제를 꼬집지 않아 청소년과 성인의 임신을 미화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고딩엄빠'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과 어려움을 상담하고 굳세게 이겨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프로그램 기획 의도와는 달리 출연진의 자극적인 사연에만 초점을 맞췄다. 대학생 때 동거에 들어간 후 임신 사실을 알게 됐으나 부모님에게 혼날까 두려워서 밝히지 않은 것, 군 입대를 하루 앞두고 임신 사실을 알린 것, 처음에 300만 원을 빌렸으나 갚지 못해 빚 돌려막기를 했고 결국 빚이 2500만 원까지 불어났지만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하지 못하고 방송에서 밝힌다는 등 자극적인 이야기만 나와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외에도 낙태를 강요당했다는 사연, 화장실에서 출산했다는 이야기, 남편이 보험사기로 징역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있어 홀로 아이를 키우는 이야기, 남편이 아내의 이름으로 1600만 원의 대출을 몰래 받아 통장에 5천 원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음에도 여전히 남편을 좋아한다는 등 '고딩엄빠' 프로그램의 방향성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이에 시청자들은 "청소년 부모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프로그램" "폐지해라" "왜 하는지 모르겠다" "보고 있으면 스트레스랑 화병만 든다"며 폐지를 향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고딩엄빠' 제작진은 "청소년 임신, 출산 미화가 아닌 청소년의 혼전 임신에는 냉혹한 자기희생과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보다 명료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며 시즌5를 이어갔다.

고딩엄빠 시즌2에 출연했던 한 부부가 최근 이혼숙려캠프에도 출연해 이전과 달라지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았다.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시즌5에서도 문제점은 반복됐다.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 과정이 녹록치 않았던 출연자의 상간녀 소송, 아이가 셋이지만 남편이 모두 다 다른 출연자, 그 와중에 11세 둘째 딸에게 막내딸의 육아를 맡기다시피 하는 출연자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시청률을 위한 드라마적 요소를 강화했다. 본래 의도했던 경각심 전달보다는 특이한 사연과 개인적 드라마에 집중해 문제의 본질을 흐렸다. 이러한 사연은 시청자들에게 흥미를 끌지만 이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공감이나 해결책 논의로 이어지지 않으며 문제를 공론화하기보다는 자극적 콘텐츠를 생산해 소비되는 데 그친다.

'고딩엄빠'가 원래 기획했던 의도를 잘 살렸다면 청소년 임신 문제나 부모 역할에 대한 사회적 시스템, 인식 개선 해결 방향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단순히 자극적인 이야기로 소비하는 것을 넘어서 사회적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고딩엄빠'는 시즌5까지 거듭해 오면서 결국 모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또한 이러한 자극적인 이야기가 주를 이룬 결과 청소년 부모 전체가 비도덕적이고 문제가 있는 존재로 인식될 위험도 커졌다. 가정 이야기를 다루는 것을 넘어 왜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면 시청자들의 비난 또한 피할 수 있었다. 어른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 부모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고 이들이 성장하는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면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을 거다.

2022년 '고딩엄빠2'에 출연한 한 부부 역시 최근까지도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와 '이혼숙려캠프'에 출연해 지속적으로 얼굴을 비추고 있음에도 변화한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아 시청자들의 피로감만 더해지고 있다.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하는 출연자의 의지 또한 중요하지만 '고딩엄빠'에 나와 변화한 사례보다 부정적인 경우가 대중에게 더 비치고 있다.

박미선은 방송 말미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고딩엄빠'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뀐 것 같아 다행이다"라고 인사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고딩엄빠'가 종영하는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더는 새로운 시즌을 만들지 말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무엇을 남겼고 무엇을 놓쳤으며,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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