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베테랑2' 이후 다시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다. 이 가운데 송강호부터 현빈까지 믿고 보는 배우들이 12월 극장가에 총출동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치열한 연말을 만들 전망이다.
먼저 음주 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한 곽도원의 '소방관'(감독 곽경택)과 송강호·박정민의 첫 호흡이 담긴 '1승'(감독 신연식)이 4일 나란히 스크린에 걸린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가 6시간 만에 해제하며 국가가 혼란에 빠졌지만, 두 작품은 예정대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어 김윤석·이승기의 '대가족'(감독 양우석), 안중근이 된 현빈의 '하얼빈'(감독 우민호)과 송중기의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 이하 '보고타')이 순차적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이렇게 다양한 영화들이 개봉하는 가운데, '베테랑2' 이후 다시 침체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를 살릴 주인공이 등장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 '소방관', '곽도원 리스크' 넘어 뜨거운 진심 전할 수 있을까
음주 운전으로 활동을 중단한 곽도원이 '소방관'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그는 베테랑 소방관 진섭으로 분해 극을 이끌었지만, 본인이 저지른 일로 인해 작품의 홍보 일정에 전면 불참하게 되면서 주연 배우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채 말이다.
'소방관'은 2001년 홍제동 화재 참사 사건 당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화재 진압과 전원 구조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투입된 소방관들의 상황을 그린 영화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극비수사'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020년 촬영을 끝낸 '소방관'은 코로나19 여파로 좀처럼 개봉일을 확정 짓지 못했다. 그러다가 엎친 데 덮친 격 2022년 9월 곽도원이 제주시에서 음주 운전을 한 사실이 적발되고 활동을 중단하면서 개봉하지 못하다가 4년 만에 베일을 벗게 됐다.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이) 아주 밉고 원망스럽다.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 큰 책임을 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영화 속 소방관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헌신과 고통을 조금이나마 느끼고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출연자 리스크를 안고 어렵게 개봉하게 된 '소방관'이 논란을 넘고 작품의 진정한 메시지를 무사히 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송강호와 박정민의 다채로운 '케미'로 완성한 '1승'
작품은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그리고 이기는 법을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하나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 '동주'로 유수의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휩쓴 신연식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는다.
송강호는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배구 감독 김우진으로, 박정민은 1승 시 상금 20억 원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건 관종(관심 종자) 구단주 강정원으로 분해 극을 이끈다. 특히 두 사람은 각각 감독과 구단주로 만나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며 다채로운 '케미'로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할 계획이다. 장윤주는 20년째 벤치에서 가늘고 길게 버텨온 배구선수 방수지를 연기하며 극에 활력을 더한다.
'1승'은 국내 최초 배구 영화인 만큼, 배구계 레전드 인사들이 총출동한다. 배구 여제 김연경 선수를 비롯해 1990년대 남자배구 전성기를 주도했던 김세진과 신진식 감독이 등장하고 조정석이 특별출연으로 힘을 보탠다. 또 전 국가대표 배구선수이자 현재 해설가로 활약 중인 한유미와 이숙자 해설위원은 출연뿐 아니라 선수 역 오디션 심사부터 트레이닝 코치까지 도맡아 작품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렸다고 전해져 기대감을 높인다.
이렇게 제작진과 배우들 그리고 배구인들이 의기투합해 생생한 볼거리와 함께 크고 인생에서 단 한 번의 '1승'을 쟁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하며 스포츠 영화의 장르적 재미를 배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 김윤석·이승기 '대가족', 유쾌하면서도 따뜻한 코미디의 출격
'대가족'은 올겨울 유일한 가족 코미디로 전 세대를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작품은 스님이 된 아들 함문석(이승기 분) 때문에 대가 끊긴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김윤석 분)에게 세상 본 적 없던 귀여운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생각지도 못한 기막힌 동거 생활을 하게 되는 가족 코미디를 그린다.
김윤석은 만두 맛집 '평만옥' 사장 함무옥 역을, 이승기는 아버지 함무옥과 연을 끊고 스님이 된 함문석 역을 맡아 부자 관계로 연기 호흡을 맞춘다. 두 사람은 이번 작품을 위해 필모그래피 사상 첫 도전을 꾀해 관심을 모은다. 김윤석은 빨간 머리로 염색하고, 이승기는 이번 작품을 위해 삭발을 감행하며 지금껏 보여준 것과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이며 신선함을 안긴다.
김성령은 김윤석과 로맨스 '케미'를 형성하고, 강한나와 박수영도 각자의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작품을 풍성하게 만든다. 여기에 아역 배우 김시우와 윤채나는 넝쿨째 굴러온 금쪽이 남매 민국과 민선으로 분해 성인 배우들 못지않은 열연을 펼치며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영화 '변호인' '강철비' 등을 연출한 양우석 감독은 이번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하나의 단어이자 사회를 구성하는 최초의 작은 사회인 가족을 소재로 택했다. 이를 두고 "늘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짧지 않게 고민했다. 한국에서 가족의 형태와 의미가 많이 변화했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다뤄지지 않은 것 같아서 '대가족'을 하게 됐다"고 설명한 만큼, 양 감독이 재미와 감동 그리고 공감까지 모두 잡을 수 있을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11일 개봉.
◆ 현빈이 그리는 안중근…크리스마스에 만나는 '하얼빈'
안중근이 된 현빈이 새로운 스타일의 독립군 영화를 크리스마스에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하얼빈'은 1909년 조국과 떨어진 하얼빈에서 일본 제국에게 빼앗긴 대한민국을 되찾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독립투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첩보 액션 대작으로, '남산의 부장들' '내부자들' 등을 통해 스타일리시한 연출력을 보여준 우민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동안 한국 영화계에서 일제 강점기와 독립군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꾸준히 나왔던 만큼, '하얼빈'은 기존의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이 가운데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으로 분한 현빈은 기존 역사서와 매체에서 비춰졌던 의사나 투사로서의 모습보다 장군으로서의 면모를 그려내며 자신만의 안중근을 완성하는데 집중을 다했다. 여기에 박정민 조우진 전여빈 이동욱 등이 열연을 펼치며 극의 몰입도를 높인다.
'하얼빈' 팀은 안중근 장군과 독립 투사들의 노고와 힘듦을 조금이나마 느끼기 위해 라트비아와 몽골, 한국까지 3개국을 오가며 촬영하고 40도의 추위를 견뎠다고 밝혀 이들의 남다른 책임감을 짐작게 했다. 우 감독은 "'하얼빈'은 두려움과 용기에 관한 영화다. 이를 찍는 과정에서 어떤 뜨거움을 느꼈다"며 "관객들도 영화를 보면서 뜨거움을 느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 5년 만에 베일 벗는 '보고타', 송중기의 다채로운 얼굴
'보고타'가 2024년 마지막 날을 장식한다. 작품은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송중기는 19세에 보고타에 떨어진 국희로 분해 보고타에 도착했던 열아홉 소년부터 자신의 왕국을 건설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려낸다. 이렇게 그는 20대부터 30대까지 한 인물의 긴 서사를 연기하면서 다채로운 감정 폭을 섬세하고 세밀하게 그려낼 계획이다. 또한 송중기는 이번 작품에서 스페인어 연기까지 소화하며 새로운 매력을 동시에 발산할 계획이다.
'보고타'는 2019년 콜롬비아 현지에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빛을 보기까지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작품이다. 앞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 부문에 초청되며 관객들과 만난 '보고타' 팀은 개봉을 앞두고 기쁜 마음을 맘껏 드러내면서 "여행을 가는 기분으로 극장에서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렇게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머나먼 콜롬비아 보고타를 온전히 담아낸 '보고타'는 더 나은 삶을 향한 희망을 품고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치열한 삶을 역동적으로 그려내며 묵직한 울림과 이국의 정취를 전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