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지창욱의 새로운 얼굴이 반갑다. 로맨스와 어두운 장르물을 오가지만 그 속에서 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비슷한 캐릭터인가 싶다가도 이전 인물과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줘 매번 놀라움을 안긴다. 계속 '발전'하기 위해 '도전'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지창욱이 또 어떤 모습으로 대중을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지창욱이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남 비-사이드'(극본 주원규, 연출 박누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의문의 브로커 윤길호 역을 맡은 지창욱은 "많은 분이 재밌게 봐주신 것 같아서 정말 감사하다. 진짜 고생하면서 만들었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김형서 분)를 찾는 형사와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가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을 쫓는 추격 범죄 드라마다. 총 8부작으로 지난달 27일 막을 내렸다.
작품은 지난 6일 첫 공개된 후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중 한국 작품 최초로 디즈니+ TV 부문 글로벌 5위에 올랐다. 지난 25일에는 디즈니+ TV 부문 월드 와이드 1위에 오르는 등 많은 사랑을 받았다.
지창욱은 강남 클럽 일대를 휘어잡은 의문의 브로커이자 스스로 용의자가 된 인물 윤길호 역을 맡아 극의 몰입감을 더했다. 윤길호는 누구의 도움 없이 어두운 뒷골목에서 홀로 생존해 온 만큼 자신과 자신의 경계 안에 있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거침없이 폭주한다.
지창욱은 이러한 윤길호가 갖고 있는 결핍이 좋았단다. 그는 "강동우(조우진 분)가 윤길호라는 친구를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이 재밌게 느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게 윤길호가 갖고 있는 상실감이자 결핍이었던 것 같아요. 세상이 바라보는 윤길호잖아요. 저 또한 사람들의 색안경에 비친 모습이 있을 거고요. 저는 어쩔 수 없이 대중에게 드러난 직업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비슷한 감정을 느꼈어요. 그런 부분이 재밌었어요."
그렇기에 지창욱은 윤길호를 선과 악, 두 가지 부류로 나누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윤길호라는 인물 자체가 선과 악 그사이 애매한 지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보는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고 소개했다.
지창욱은 이런 윤길호의 이면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비주얼적인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단다. 그는 "어떠한 헤어스타일을 하고 액세서리를 착용할지, 어떤 의상을 입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이 과정이 저한테는 연기를 하는 것만큼 즐겁다"고 전했다.
"의상도 조금 더 독특하고 세 보이는 것들로 골랐어요. 사람들이랑 다 같이 있을 때 윤길호만의 독특함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가을이 오고 있는 시점인데 혼자 두꺼운 퍼 옷을 입는다던가 그런 느낌이요. 또 귀에 피어싱을 하고 목걸이를 착용한다거나 머리는 장발로 관리가 안 돼 있는 느낌을 준다거나 그런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캐릭터의 전사를 설정하는 것보다 비주얼적인 부분에 더 많은 시간을 들였던 것 같아요."
윤길호의 파격적인 스타일링뿐만 아니라 그가 선보이는 화려한 액션 또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창욱은 "액션은 항상 힘들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1대 1 액션보다 1대 다 액션이 더 힘들어요. 많은 사람들과 싸우는데 사람들이 주인공만은 안 때리잖아요. 이런 설정은 사실 거짓말이니까요. 그걸 최대한 감추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는데 이 과정이 되게 어려웠어요. 윤길호는 항상 싸우고 있고 그렇게 살아가는 인물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죠. 어떠한 이유 때문에 싸움을 잘하게 됐다는 전사는 굳이 넣지 않았어요. 그냥 몸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이렇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서 완성한 액션인 만큼 공개 직후 시청자들은 지창욱이 완성한 액션을 보고 "새롭다"고 극찬했다. 하지만 지창욱은 "액션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사실 액션이 너무 힘들어요. 저는 액션보다도 감정적인 장르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액션도 감정적으로 다가가려고 해요. 그냥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려고 싸우는 거잖아요. 이것 또한 감정이니까요. 그래서 저는 액션을 할 때 감정적인 걸 훨씬 더 드러내려고 노력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사실 액션이 싫다고 하는 건 힘들어서 투정 부리는 거예요.(웃음)"
지창욱은 지난해 9월 공개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강렬한 액션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지창욱은 "정말 재밌었다. 굉장히 분위기가 좋은 현장에서 좋은 팀원들을 만나서 정말 즐겁게 작업했다"고 회상했다.
"'최악의 악' 이후에 '리볼버'라는 작품을 했는데 저한테는 되게 도움이 많이 되는 작업이었어요. '리볼버'랑 '강남 비-사이드'가 같은 제작사인데 이때 좋은 기억이 있다 보니까 아무래도 팀에 대한 신뢰가 생기더라고요. 처음에 작품 제의가 들어왔을 때 '내가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윤길호라는 캐릭터를 조금 더 나만의 색깔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어요."
이렇듯 데뷔 이래 다크한 장르물로 다양한 이미지 변신을 꾀하고 있는 지창욱이다. 그는 "데뷔 초에 건실한 이미지가 있었다. 그 이미지를 무너트리려고 노력했는데 정신 차려 보니까 누군가의 아이돌이자 한류스타가 돼 있더라. 그 이미지를 또 무너트리고 새로운 모습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이 들어왔을 때 저는 다양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고 연기도 잘하고 진중하면서 많은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지금까지 한류스타의 예쁘고 잘생긴 이미지가 너무 강하더라고요.(웃음) 그래서 이거를 발전해서 저만의 모습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죠. 이게 한두 작품 안에 한 번에 되지는 않겠지만 계속 도전하고 있는 과정인 것 같아요."
지창욱은 인터뷰 내내 유독 '도전'과 '발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그는 "신인 때는 제가 선택을 한다기보다는 저를 찾아주는 분들한테 더 마음이 갔던 것 같다. 작품 선택의 폭이 너무 좁았기 때문에 항상 도전이었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렇게 열심히 하지만 언제 또 힘이 빠져서 '못 하겠다'고 할지 모르겠어요. 나중에는 어떠한 제작사도 저를 찾아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하지만 마지막 그 순간에 '배우로서 할 만큼 했다. 재밌게 잘했다'는 생각만 들면 저는 괜찮을 것 같아요. 저는 욕심이 정말 많아서 어디까지 발전해도 만족은 못 할 것 같아요. 그 지점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갈 데까지 가보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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