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김샛별 기자] 그룹 뉴진스가 하이브와 어도어를 떠나지만 그룹의 정체성과 '뉴진스'라는 이름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섯 명이 함께 다짐을 한 만큼 앞으로도 계속해서 뜻을 모으고 용기를 내 떳떳한 행보를 이어 나가겠다는 각오도 전했다.
뉴진스(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가 28일 저녁 8시 30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현장에는 뉴진스 다섯 멤버가 모두 참석했다.
기자회견 진행 약 2시간 30분 전에 소식을 전한 초긴급 기자회견이지만 다수의 기자들이 일찍부터 현장을 찾았다. 기자회견 소식을 듣자마자 퇴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발걸음을 돌린 것이다.
현장은 삼엄했다. 현재 근무 중인지 등 철저한 매체 확인을 거쳤으며 기자회견이 열리는 지하 1층은 물론이고 입구가 있는 1층부터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다.
이번 기자회견은 뉴진스를 제작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모회사인 하이브의 갈등에서 촉발됐다. 앞서 어도어는 지난 8월 이사회를 열고 민희진 전 대표 교체를 결의하며 김주영 어도어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민 전 대표는 주주간계약의 중대한 위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뉴진스 또한 계속해서 민 전 대표를 복귀시켜달라고 요구했다.
특히 뉴진스는 지난 13일 어도어에 내용 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는 '민 전 대표의 복귀' '하니를 무시하라고 발언한 매니저의 공식 사과'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뉴진스는 14일 안에 시정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어도어가 뉴진스의 내용증명을 수령한 지 14일이 지난 상황. 뉴진스는 어도어가 시정 요구에 대한 개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멤버들을 대표해 민지는 "앞서 말씀드렸던 대로 시정 요구 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에 뉴진스는 어도어와 29일 자정부터 전속계약을 해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저희가 알고 있는 어도어는 이미 많아 달라졌다. 기존에 있던 이사님들은 모두 해임됐고 하이브의 입맛대로 바뀌었다. 저희와 함께 일해준 감독님과의 관계도 끊어버렸다"며 "이러한 어도어와 전속계약을 유지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예정된 스케줄과 광고 계약 등은 이행할 계획이다. 다니엘은 "늘 응원해 주는 광고주들에게도 정말 감사하고 걱정할 필요 없다고 전하고 싶다. 저희의 계약해지로 다른 분들에게 피해를 드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며 "약속과 계약된 스케줄은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약금에 대한 입장도 전했다. 해린은 "앞서 위약금과 관련해 여러 기사가 나오는 것을 봤다"며 "저희는 전속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고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있다. 때문에 그런 저희가 위약금을 낼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히려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당연히 모든 책임은 어도어와 하이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책임을 두 회사에게 돌렸다.
'뉴진스'라는 이름을 포기할 생각도 없다는 멤버들이다. 혜인은 "물론 당분간은 뉴진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어떤 분들에게는 '뉴진스'가 그냥 이름이고 상표권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저희에게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저희 다섯 명이 맨 처음 만난 날부터 지금까지 이뤄온 모든 것들이 담겨있는 의미이기 때문에 뉴진스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를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민지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고 어떤 방해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항상 다섯 명이 뜻을 모아서 모험과 도전을 즐기기로 했다"며 "이런 저희의 행보를 지켜봐 주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든 직장이든 서로 괴롭히지 않고 존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내용증명에 대한 어도어의 답변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뉴진스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부족했다. 민지는 "기자회견을 한 시간 앞두고 메일이 왔더라. 내용을 읽고 다시 한번 심각성을 느꼈다"고 밝혔다. 그는 "(어도어에서) 멤버들의 면담 없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 속상하다고 하더라. 그러나 우리는 시정 내용과 기간을 사전에 충분히 드렸다. 그럼에도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은 것은 어도어"라며 "항상 이렇게 시간 끌기 식의 회피하는 답변으로 저희를 대했다. 더 이상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설명했다.
혜인은 이 과정에서 하이브와 어도어의 언론 플레이에 상처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외부적으로 보이는 언론 플레이로 충격과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다.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크게 부풀려서 대중을 속이려고 하는 상황을 많이 봤기 때문에 더욱더 저희의 결정을 미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뉴진스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신뢰와 존중'이라고 바라봤다. 민지는 "이 사태의 가장 큰 문제는 함께 일하는 서로에 대한 존중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때문에 저희는 저희가 당한 불합리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답변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어도어 및 하이브를 떠나 뉴진스가 바라는 활동은 무엇일까. 다니엘은 "저희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좋아하는 음악을 하며 자유롭게 활동하고 싶다. 이 과정에서 (민희진) 대표님이 원한다면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다"고 바랐다.
다만 기자회견을 앞두고 민희진 전 대표와 따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니란다. 뉴진스는 "가능하다면 대표님과 함께하고 싶다는 것이지 따로 이야기가 논의된 것은 아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예정된 스케줄을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표님도 저희와 같은 의견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현장에서는 뉴진스의 입장 발표 후 짧은 질의응답 시간도 이어졌다. 취재진은 뉴진스의 입장을 받아들이면서도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에 집중했다. 그도 그럴 것이 계약이란 것이 뉴진스의 일방적인 해지 선언으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가처분 신청이나 법적 검토 등에 관한 질문이 쏟아졌다.
다만 뉴진스는 여기까지는 자세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멤버들은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해지되는 것이고 해지되면 더 이상 계약의 효력은 없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의 활동에는 장애가 없을 것이며 가처분 신청도 우리가 굳이 제기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취재진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시정 요구 불이행 시 계약이 해지된다'는 내용이 있냐고 재차 물었고, 관계자가 나서 "법률적인 내용인 만큼 추후 검토 후에 말씀드리도록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끝으로 뉴진스는 하이브가 대화를 요청해도 번복의 여지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멤버들은 "이미 저희는 여러 차례 의견을 전달했다. 그때는 답이 없다가 이제 와서 대화를 나누겠다는 건 보여주기식인 것 같다"며 "우리에게 진심을 보여준 적이 없다고 해석된다. 때문에 앞으로도 우리의 생각은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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