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딕펑스'] 방향성 찾은 '설렘'과 다시 즐기는 '낭만'


25일 2년 7개월 만의 신곡 '첫사랑, 이 노래' 발표
고민 끝내고 다시 즐겁게 음악 할 수 있게 된 과정

딕펑스가 25일 신곡 첫사랑, 이 노래를 발표했다. 2년 7개월 만의 신곡이다. /호기심스튜디오

정제되지 않은 스타는 어떤 모습일까. 연예계는 대중의 관심을 받는 스타도 많고, 이들을 팔로우하는 매체도 많다. 모처럼 인터뷰가 잡혀도 단독으로 대면하는 경우가 드물다. 다수의 매체 기자가 함께 인터뷰를 하다 보니 내용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진이나 영상마저 소속사에서 만들어 배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런 현실에서도 <더팩트>는 순수하게 기자의 눈에 비친 느낌을 가공하지 않은 그대로의 모습으로 전달한다. <편집자 주>

[더팩트 | 정병근 기자] 17년 동안 멤버 변화 없이 밴드를 해왔다고 해서 어찌 순탄하기만 했을까. 딕펑스(DPNS)는 지난 2년여가 가장 큰 고비였다. "방향성을 고민하다가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없었다"는 김현우 김태현 김재흥 박가람 네 멤버. 그렇게 무려 2년 7개월 만의 결과물인 신곡 발표를 앞두고 마주 앉은 그들은 마침내 방향을 찾은 듯 홀가분해 보였다.

딕펑스 네 멤버는 1987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2007년 밴드를 결성했고 2012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4'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유명세를 탔다. 20대를 오롯이 함께 음악을 했고 어느덧 서른 중후반에 접어들었다. 그저 좋아서 재미있게 음악을 했었지만 서서히 각자의 음악관과 가치관도 무르익을 시기였다. 그래서 고민이 필요했다.

"방향성을 고민하다 보니까 결과물이 없고 그러니 재미가 없고 안 하게 되고 그런 시기가 있었어요. 각자의 생각과 좋아하는 게 달라지기 시작하고 그 접점이 너무 멀어지니까 선택을 하기 어려워졌어요. 애초에 곡을 쓸 때 그냥 쓰는 게 아니라 '딕펑스 곡을 써야지'가 돼버린 거예요. 멤버들도 다 비슷한 생각이었어요."(김태현)

네 멤버는 모두 곡 작업 능력을 갖췄다. 이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지만 자칫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딕펑스 멤버들이 고민도 거기서 출발했다.

"'딕펑스스러운 게 뭐지'를 찾는 게 어려웠어요. 예전엔 그런 생각 없이 곡을 만들었고 그냥 '우리 곡 만들자'였는데 언젠가부터 과거의 것들을 찾아보게 되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제 모습이 한심하더라고요. '왜 이렇게 음악을 하지?' 이런 의문도 들었고요. 그런 것들에 대한 고민이었어요."(김현우)

각자 나이를 먹으면서 생각의 궤적이 달라지고 그게 각자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그런 고민들을 시원하게 털어놓고 함께 고민하면서 교집합을 찾아나갈 조력자가 없었다. 김태현은 "우리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줄 프로듀서가 없었다. 주변 분들에게 부탁도 했는데 다 애매했다"고 돌아봤다.

딕펑스는 방향성을 고민하다 지금의 소속사 호기심스튜디오를 만났고 다시 나아갈 동력을 얻었다. /호기심스튜디오

멤버들끼리 모여 접점과 방향성을 찾으려는 노력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옛날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을까 대화를 많이 했고 일주일에 한 곡씩 써와서 의논도 했다. 그때마다 '노래는 좋은데 우리랑 맞나'를 또 생각하게 됐고 아예 모여서 같이 곡을 쓰기도 했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면 산으로 가고 있다고 느꼈다. 중심을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때 바로 지금의 회사 호기심스튜디오를 만났다. 박성일 음악감독을 주축으로 OST를 제작하는 회사다. 김현우는 "뿔뿔이 흩어져있던 우리를 다시 이어주고 예전에 좋아했던 걸 다시 좋아하게 만들어줬다"고, 김재흥은 "우리끼리 꼬이기도 하고 고민이 있던 걸 '너네 괜찮아. 괜찮은 음악 하는 사람이야' 그런 확신을 줬다"고 말했다.

"중심을 잡아줄 사람, 정답이 아니더라도 확신을 주는 가이드가 필요했어요. 이 회사엔 중심을 잡아주는 분들이 있다 보니까 방향이 명확해 졌어요. 그래서 이 회사에 오자마자 빠르게 앨범 준비에 들어갈 수 있었어요. 저희가 활동 기간에 비해 곡이 적은 편인데 이제 속도를 내서 최대한 많이 낼 생각이에요."(김태현)

"20대 때 홍대에서 공연을 하고 그럴 때, 음악이 재밌고 공연이 재미있어서 신나게 할 때가 있어요. 지금에 와서야 그때 생각이 나요. 정말 음악만 재미있게 해도 되는 그런 환경이요. 녹음실 대여해서 3시간 만에 끝내야 하고 그런 게 아니라 밤새서 하면서 여러 시도를 해보고 피드백도 빨리 오고 집요하게 파고들고 그런 것들이 재밌어요."(김재흥)

다시 방향성을 찾고 즐겁게 음악 작업을 하고 있는 딕펑스 멤버들에게서 25일 발표한 신곡 '첫사랑, 이 노래' 속 '청춘의 반은 설레임 나머지 반은 낭만'이라는 노랫말처럼 설렘과 낭만이 느껴졌다.

내년 초 본 앨범이 나오면 더 명확해지겠지만, '첫사랑, 이 노래'만 들어도 딕펑스가 얼마나 즐겁고 설레면서 작업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피아노 연주의 경우 다양한 사운드를 따려고 마이크 6개를 두고 녹음했다. 마이크 한 개는 드럼통 안에 두고 색다른 소리를 찾아내려고 했다. 그렇게 녹음한 소리들을 다 활용해 곡에 담았다.

신곡 첫사랑, 이 노래는 청춘의 반은 설레임 나머지 반은 낭만이라는 노랫말처럼 설렘과 낭만이 느껴지는 곡이다. /호기심스튜디오

"디테일을 많이 신경 썼다. 로맨틱한 표현이란 게 어려운데 태현이가 기존과 달리 단어 하나하나에 액센트를 주면서 전달력을 더 신경쓰더라" "디렉팅 봐주시는 형님이 웃으면서 불러야 한다고 해서 계속 웃으면서 불렀다. 힘든 표정이 나오면 어김없이 다시 했다" "건반도 웃으면서 쳐야 한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멤버들은 너나 할 거 없이 마치 순수한 어린아이마냥 곡 작업 당시를 떠올렸다. 그런 과정을 거쳐 탄생할 미니 앨범이라고 생각하니 굳이 거창한 얘기를 덧붙이지 않아도 매우 기대가 됐다. 딕펑스 자신들도 '첫사랑, 이 노래'를 시작으로 완성해나갈 앨범에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큰 모습이었다.

"긍정적이면서 밝은 음악이 우리 색깔이 아닌가 싶어요. 앨범은 기존의 우리 음악과 다르게 나올 예정이라 새 둥지에서 처음 들려드리는 음악은 우리가 잘 해온 것을 택했어요. 때론 우리가 다른 걸 시도하면 '너희 같지 않다'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이제 그런 거 신경쓰지 않으려고요. 모든 걸 긍정적으로 열어두고 앨범을 만들려고 해요."(멤버들)

딕펑스는 코로나19 시기가 있기도 했지만 꽤 오랫동안 무대에 설 일이 없었다. "앨범이 없으니까 페스티벌 무대도 못 했다"는 딕펑스는 앨범이 나오는 내년 초부터 신나게 달릴 계획이다.

"저희 공연에 오셨던 분들이 해주시는 말들 중 '음악 잘한다' 이런 반응보다 '재미있었다'는 게 많아요. 연주 잘하는 밴드 많아요. 노래 잘하고 음악 잘하는 건 당연한 거고 우리 공연을 보면서 '이 시간이 즐거웠다'는 생각이 들 수 있게 하고 싶고 그 부분에서 정말 자신있어요. 다른 매력과 즐거움을 줄 수 있게 열심히 즐기면서 무대 하겠습니다."

kafka@tf.co.kr
[연예부 | ssent@tf.co.kr]

Copyright@더팩트(tf.co.kr)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