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드', 명작은 우리를 배신하지 않지[TF씨네리뷰]


160분 동안 펼쳐지는 황홀한 마법의 세계

20일 개봉한 위키드는 전혀 다른 엘파바(오른쪽)와 글린다가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유니버설 픽쳐스

[더팩트|박지윤 기자] 원작의 재미와 영화의 강점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무대 위에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지점들이 거대한 스케일의 화려한 비주얼로 재탄생하며 마법 같은 세계로 관객들을 단숨에 초대한다. 스크린에 걸린 명작 '위키드'다.

20일 국내 개봉한 영화 '위키드'(감독 존 추)는 자신의 진정한 힘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엘파바(신시아 에리보 분)와 자신의 진정한 본성을 발견하지 못한 글린다(아리아나 그란데 분), 전혀 다른 두 인물이 우정을 쌓아가며 맞닥뜨리는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을 그린다. 영화 '나우 유 씨 미 2'의 존 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뮤지컬 위키드는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올린 후 현재까지 전 세계 6000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작품이다. /유니버설 픽쳐스

작품은 사악한 서쪽 마녀의 죽음 소식을 가져온 글린다와 이를 듣고 기뻐하는 오즈민들의 모습으로 시작되며 글린다의 회상으로 서쪽 마녀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먼치킨랜드 쓰롭 영주의 딸 엘파바는 녹색 피부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한다. 보모의 손에 길러진 그는 다리가 불편한 동생 네사로즈(마리사보데 분)를 돌보기 위해 함께 쉬즈학교로 간다.

어렸을 때부터 신비한 능력을 갖고 있던 엘파바는 입학식에서 자신도 모르게 능력을 발휘하고, 이를 본 학교 총장 마담 모리블(양자경 분)은 그를 입학시킨다. 이에 엘파바는 글린다와 같은 방을 쓰게 되고, 취향부터 성격까지 모든 게 전혀 다른 두 사람은 마법 같은 우정을 쌓는다.

그러던 어느 날 마법사의 초대를 받아 에메랄드 시티로 가게 된 엘파바는 글린다에게 동행을 제안하고, 그렇게 에메랄드 시티에 도착한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위기와 모험을 맞닥뜨리면서 파트1의 이야기가 끝난다.

'위키드'는 2003년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을 올린 후 현재까지 전 세계 6000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았고, 토니상과 그래미상 등 100여 개의 어워즈를 휩쓸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이는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 마녀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재해석하고 인물에게 서사를 새로 부여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 '위키드: 사악한 서쪽 마녀의 삶과 시간들'을 무대로 옮긴 작품이다.

뮤지컬 파트2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유니버설 픽쳐스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뮤지컬이 영화화되는 만큼, 원작 팬들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이 가운데 영화로 재탄생한 '위키드'는 편견과 사회적 배제로 고통받고 여러 위기를 맞닥뜨리며 마녀가 된 엘파바의 시선으로 던지는 묵직한 메시지는 고스란히 살리면서도 무대의 한계를 극복한 환상적인 비주얼을 선사하며 스크린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신시아 에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필두로 배우들의 찰떡같은 캐릭터 소화력과 듣기만 해도 신나고 벅차는 넘버들은 극의 몰입도를 한껏 끌어올린다. 여기에 동부 영국의 노포크라는 광활한 대지에 900만 송이의 튤립을 직접 심는가 하면 58톤의 무게를 자랑하는 거대한 기차를 시계 장치의 정밀함이라는 콘셉트와 녹색의 세련된 이미지를 결합해 에메랄드 시티 익스프레스를 탄생시키는 등 환상적인 마법 세계를 완벽히 구현해 내며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원작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엘파바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녹여내는 등 새롭게 추가된 것들이 있어서 긴 러닝타임을 지루하지 않게 만든다. 또한 그동안 관객들의 상상에만 맡겼던 여러 배경이 실제로 구현되면서 뮤지컬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원작 팬들에게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지점들이 분명하다. 여기에 적재적소에 춤과 노래가 배치되면서 더욱 풍성한 영화로 탄생됐다.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아리아나 그란데의 사랑스러운 매력이 가득 담긴 'Popular(파퓰러)'와 대미를 장식하는 엘파바의 'Defying Gravity(디파잉 그래비티)'다. 특히 '누구나 세상을 날아오를 수 있어'라고 외치는 'Defying Gravity'는 짜릿한 전율과 깊은 여운을 선사하며 파트2의 기대감까지 심어준다.

뮤지컬 '위키드' 한국 초연부터 엘파바와 글린다를 연기했던 박혜나와 정선아를 비롯해 고은성 남경주 정영주 등 국내 정상급 뮤지컬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했다. 원작 팬들이라면 원어 버전과 더빙 버전의 각기 다른 매력을 만끽하며 'N차 관람'을 할 듯하다. 작품은 전체관람가이고 러닝타임은 160분이며 파트2는 내년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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