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친자' 채원빈, 진심을 다해 완성한 '인생캐' 장하빈[TF인터뷰]


프로파일러 父와 심리전 벌이는 딸 장하빈 역
"한석규와 베스트 커플상 받고싶어"

채원빈이 18일 <더팩트>와 만나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우터유니버스

[더팩트 | 공미나 기자] "이 작품에서 제가 잘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정말 진심었다고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어요."

배우 채원빈은 18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소속사 아우터유니버스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마친 소감을 묻자 이같이 말했다.

지난 15일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이토록 친절한 배신자'(극본 한아영, 연출 송연화, 이하 '이친자')는 국내 최고 프로파일러 장태수(한석규 분)가 딸 장하빈(채원빈 분)을 수사 중인 살인사건의 피의자로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와 배우들의 호연, 감각적인 연출로 호평받은 이 작품은 마지막 회 시청률 9.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막을 내렸다. 자체 최고 시청률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극 중 채원빈이 연기한 장하빈은 장태수의 딸로, 어린 시절 남동생 하준이 실종되면서 아버지 장태수에게 살인자로 의심을 받고 내면의 상처를 품고 있는 인물이다. 이후 또 장태수로부터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받으면서 속내를 알 수 없는 묘한 얼굴로 팽팽한 심리전을 펼쳤다.

채원빈은 "이 작품을 하며 체중이 4kg정도 빠졌다"며 "그 정도로 진심을 담아 연기했다. 면역체계가 무너질 만큼 힘들게 촬영했다"고 떠올렸다.

시종일관 감정을 숨긴 장하빈을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채원빈은 캐스팅이 된 뒤 "해내지 못할 것 같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털어놨다. 심리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장하빈을 온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채원빈은 장하빈의 내면에 다가가기 위해 많은 연구를 했다.

"하빈이는 제가 그간 연기한 어떤 인물보다 친해졌던 것 같아요. '하빈이가 왜 이럴까' 알게 된 순간부터 캐릭터가 이해됐어요. 다시 보면 다르게 들리는 대사들이 많아요. 어쩌면 저도 아빠 태수처럼 하빈이를 색안경 끼고 본 것 같아요."

채원빈은 극 중 아버지 장태수와 심리전을 펼치는 장하빈 역을 맡았다. /MBC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미스터리한 장하빈이라는 캐릭터를 두고 '소시오패스나 사이코패스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채원빈은 "하빈이를 어떠한 특징에 가두려 하지 않았다. 평범하진 않지만 그뿐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저도 처음엔 장하빈이라는 인물의 형체가 없다 보니, 이 인물을 담을 수 있는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감독님이 '여기서 중요한 건 하빈이가 사이코패스인지 소시오패스인지가 아니야'라며 거기에 집중하지 말자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을 이해하는데 좀 늦게 걸렸어요. 그러나 연기하다 보니 그런 건 중요하지 않게 됐어요."

시청자들도 장하빈을 오해하도록 극 중 그가 살인사건의 진범으로 비치는 장치들도 여럿 있었으나, 진범은 김성희(최유화 분)로 드러났다.

채원빈 역시 연기를 하며 진범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고 한다. 그는 "진범이 한 명이라고 생각 못 했다. 감독님도 계속 숨겼다"며 "감독님께서 진범에게만 정체를 알려줬다고 해서 '저 모르고 있으니 저는 진범이 아니네요'라고 했더니 감독님이 당황하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채원빈은 부녀호흡을 맞춘 한석규에 대해 주변 공기를 달라지게 하는 힘을 가진 배우라고 표현했다. /아우터유니버스

이 작품에서 채원빈은 34년 차 배우 한석규에게도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이며 함께 극을 이끌어갔다. 채원빈은 한석규에 대해 "슛만 들어가면 눈빛뿐만 아니라 주변 공기가 달라지는 힘을 가지신 분"이라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채원빈은 제작발표회에서 한석규와의 호흡에 대해 "부담이 되면서도 내 안의 무언가를 꺼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연기를 하며 한석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채원빈은 "저는 선배님이 이끌어주신 대로 연기를 했다"며 고마워했다.

"선배님께서 촬영하실 때 장태수 그 자체로 계셔주셨어요. 어떤 날은 미운 감정이 들 만큼 장태수의 그런 눈빛과 감정을 보여주시기도 했어요. 하빈이의 감정을 쌓는 데에 선배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죠. '사람이 의심을 받으면 이런 느낌이구나' 싶었어요. 저는 살면서 언니가 '냉장고에 내 거 누가 먹었냐' 정도의 의심만 받았거든요. 하하. 선배님도 그런 연기를 하시며 힘들지 않았을까 싶어요."

사실 채원빈과 한석규의 인연은 특별하다. 한석규의 친딸과 채원빈이 같은 산부인과에서 이틀 차이로 태어났다. 이를 안 한석규는 채원빈을 친딸처럼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제 생일 이틀 뒤에 촬영이 있었는데 선배님께서 '원빈이 이틀 전에 생일이었지'라고 하시면서 축하를 해주셨어요. 그러면서 '나는 매년 우리 딸 생일마다 원빈이 생각을 하겠구나'라고도 말씀하셨고요. 그날 촬영이 울면 안 되는 신이었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채원빈의 연기를 지켜본 실제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을까. 채원빈은 "저희 어머니는 '내가 저 집에 하루만 갔으면 하빈이가 안 저랬을 텐데'라고 하셨다"며 "친구들은 하빈이가 금쪽이가 아니라 악귀에 씌었다고 했다. 오은영 박사님을 찾아가도 해결이 안 된다며 구마를 해야하는 수준이라고 했다"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채원빈은 KBS2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 최하나 역으로 출연을 앞두고 있다. /아우터유니버스

이번 작품을 통해 채원빈은 연말 연기대상의 강력한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작품을 연출한 송연화 감독은 인터뷰에서 '채원빈이 신인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채원빈은 "감독님의 인터뷰를 보고 이미 신인상을 받은 기분이었다"고 말하면서도 "신인상도 좋지만 한석규 선배님과 베스트 커플상을 받고 싶다"고 다른 상을 욕심냈다.

채원빈의 차기작은 12월 처음 방송되는 KBS2 수목드라마 '수상한 그녀'다. 이 작품은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를 시작하기 직전인 지난 3월 촬영을 마쳤다. 채원빈은 극 중 전교 1등을 하던 모범생이었으나 학업을 포기하고 가수의 꿈을 위해 연습생의 길을 걷는 최하나 역을 맡는다.

채원빈은 "상반된 캐릭터를 연이어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다"며 "사실 저는 하빈이보다 하나에 가깝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보다는 제가 눈치가 있는 편"이라고 말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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