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강일홍 기자] 이효정은 94년 '새벽달'을 발표하며 가요계를 노크한 30년차 가수다. 맑고 깨끗하면서도 간절함과 애절함을 내뿜는 구성진 보이스가 매력이다. '미스트롯3'에서 정서주가 결승전 1위곡으로 불러 화제된 노래 '우리 어머니' 원곡가수이기도 하다.
대표곡인 '우리 어머니'를 비롯해 '내 어머니', '영산포 사랑', '농부의 아내', '눈물의 연평도', '송두리째', '고향 아줌마' 등 토속적인 노랫말 사연을 담은 노래를 많이 불렀다. 8살 때부터 트로트 가수의 꿈을 키웠지만 데뷔하기까지 불행한 사연도 많았다.
"두 오빠가 사춘기때 연달아 조현병을 앓고 그 충격에 아버지까지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나는 17살부터 아버지 병간호를 했는데 두 오빠의 잇단 죽음에 이어 아버지마저 작고하셨다. 너무 어린 나이에 죽음을 엿봤고,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화불단행'(禍不單行, 재앙은 겹쳐 온다)이란 말처럼 불행은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친언니에게 당한 금전적 착취와 언니 대신 의지했던 남편의 잦은 외도와 갑작스런 죽음, 아버지에 이은 어머니의 장기간 치매 간병 등이 그를 옭아맸다.
이 때문에 가수로 데뷔해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그의 주변에는 시련이 늘 따라다녔다. 대신 그는 과거 KBS1 다큐 프로그램 '인간극장'을 통해 27년간 치매 노모를 극진하게 모시는 모습이 알려져 '효녀가수'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가수들도 내면의 고통과 시련을 많이 겪으면 목소리부터 더 애절해진다. 이효정이 어머니를 떠올리며 직접 작사한 '우리 어머니'는 이런 아픈 사연을 담은 노래다. 이효정의 모친은 오랜 투병 끝에 떠났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기대고 의지했던 기둥이었다.
'긴 머리 땋아틀어 은비녀 꽂으시고/ 옥색 치마 차려 입고 사뿐 사뿐 걸으시면/ 천사처럼 고왔던 우리 어머니/ 여섯 남매 배곯을까 치마끈 졸라 매고/ 가시밭 길 헤쳐가며 살아 오셨네/ 헤진 옷 기우시며 긴 밤을 지새울 때/ 어디선가 부엉이가 울어대면은/ 어머니도 울었답니다'(이효정의 '우리 어머니' 가사 1절)
이 곡은 97년 5월 발매된 이효정의 정규 3집 '우리 어머니' 타이틀 곡으로, 애절하고 간절한 사모곡(思母曲)이다. 현철의 '사랑은 나비인가봐', 하춘화의 '날 버린 남자', 유지나의 '저 하늘 별을 찾아', 나훈아의 '고장난 벽시계' 등을 작곡한 스타 작곡가 박성훈이 썼다.
좋은 노래는 언젠가 반드시 히트하게 마련이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때를 만나면 그 시기를 훨씬 더 앞당길 수 있다. 이 노래는 발표될 무렵에는 치매 부모님을 버리는 매정한 자식들이 뉴스로 자주 등장할만큼 이슈였다.
무엇보다 여성들의 한을 불러냈다. 관련 뉴스가 KBS '9뉴스'에 다뤄진 직후엔 '삶에 쫓겨 부모님 생전 잘 보살피지 못했다'는 사연 엽서가 전국에서 산더미처럼 밀려오고 '노래를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이 쇄도했다.
이 노래가 주목을 받고 사연이 알려진 뒤 이효정은 97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효행상 시상식에서 서울시장상을 수상하고, 2006년 한국연예협회가 주관한 제6회 예술인스승님 추대식에서도 효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이효정은 가수 데뷔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여고 3학년때 MBC 창작가요제에 출전해 '우리춤 우리가락'이란 노래로 영예의 금상을 수상하고, 87년 KBS '쇼 스타'에 도전해 최우수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현재 마포구 대흥동에서 한방 찻집 겸 노래교실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