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은 남녀노소 꾸준히 사랑받는 장르다. 아이들에게는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고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지켜준다. 이 가운데 단순히 '보는' 것을 넘어 다양한 경로로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디즈니는 특별전으로 색다른 경험을 선사하고 있으며 제26회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세계 각국 애니메이션을 한곳에 모았다. <더팩트>가 애니메이션을 조금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정리해 봤다.<편집자주>
[더팩트ㅣ문화영 기자] 디즈니 100년史의 경이로움, 환상의 세계를 느끼고 싶다면 '디즈니 100년 특별전'에 가면 된다. 월트 디즈니의 철학을 탐구하는 건 물론 새롭고 흥미로운 방식으로 디즈니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10월 18일 개장한 '디즈니 100년 특별전'은 1923년 설립된 월트디즈니 컴퍼니를 기념하고 디즈니 100년 역사를 담은 전시회다. 캐릭터 탄생 비화와 스케치 초안, 영화에 사용된 소품, OST와 영화 속 소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이 담겼다. 지난해 미국 독일 영국에서 개최됐으며 올해 서울에 상륙했는데 이는 아시아 최초다.
미국의 만화영화 제작자 월트 디즈니는 형 로이 디즈니와 함께 1923년 10월 16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당시 실사 아역배우가 카툰랜드에서 겪는 모험을 담은 무성 단편 시리즈 제작을 계약했는데 이것이 월트디즈니 컴퍼니 창립의 시초가 됐다.
이후 월트 디즈니는 디즈니의 아이디어와 철학을 확장해 단편·장편 만화, 극영화, 기록영화, 동물 실사 필름에 의한 드라마, TV 프로그램, 자연 다큐멘터리, 각종 애니메이션 사업과 테마파크의 상품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최근 '디즈니 100년 특별전'을 직접 관람하기 위해 서울 압구정로데오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을 방문했다. 시작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평점 4점대 이상을 기록하며 뜨거운 인기를 자랑 중이다. 대기 줄에 서있던 20대 커플은 "나이가 그렇게 많진 않지만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동심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전시회는 총 4층으로 구성돼 있으며 4층부터 한 층씩 내려오며 관람하는 형식이다. 먼저 3분가량의 영상을 감상하는데 월트 디즈니의 '멈추지 않은 탐험과 실험 정신'을 전한다. 이후 본격적으로 전시가 시작되며 월트디즈니 컴퍼니의 시작, 초기 제작된 작품들, 초기 삽화 등을 볼 수 있다.
특히 원본 아트워크와 전시품을 통해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작품으로 탄생했는지, 작품이 가진 메시지 등이 담겼다. 1928년 미키마우스가 데뷔하는 '증기선 윌리'로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1930년대 초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다. 이후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1937)' '피노키오(1940)' '신데렐라(1950)' '잠자는 숲속의 공주(1959)' '곰돌이 푸(1966)' '미녀와 야수'(1991) 등을 배치했다.
전시회 곳곳에선 영화에서 사용된 소품을 볼 수 있다. '신데렐라' 유리구두, '미녀와 야수' 시계와 촛농, '백설공주' 실사 레퍼런스 배우 촬영에 사용된 의상 보디스 등이 관람객들의 이해를 돕고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람객들은 "엠마 왓슨이 이렇게 나오지 않았어? 야수는 더 험악했던 것 같은데" 등 '미녀와 야수'를 실사 영화-애니메이션으로 비교하기도 했다.
3층엔 연필과 픽셀로 그린 캐릭터들을 볼 수 있다. 디즈니, 스타워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캐릭터들이 가진 각자의 개성과 진화하는 모습이 담겨 마치 살아 숨 쉬는 캐릭터와 함께 관람하는 듯한 분위기를 만든다. 미키 마우스의 초안을 통해 25센트 동전을 활용해 그려졌다는 점, '아기 돼지 삼형제(1933)'의 돼지들의 개성,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일곱 난쟁이의 각자 다른 성격을 알려준다.
이 가운데 조연 캐릭터들도 조명함으로써 관객들에게 작품 보는 새로운 시각을 선물한다. 팅커벨, 말레퍼센트, 미라벨 등의 이야기를 자세히 전한다. 또 '101마리의 달마시안 개' 속 크루엘라의 이야기를 확대하고 영화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사이드킥'으로 큰 사랑을 받은 올라프도 전시돼 있다.
영화 속 OST를 직접적으로 감상할 수도 있다. 작품과 관객을 더 깊게 연결하기 위해 월트디즈니는 음악을 스토리에 자연스레 녹였다. '피노키오' 속 희망에 찬 노래 '별님을 보며 소원을 빌면'부터 '겨울왕국'에서 엘사가 진정한 자아를 찾는 과정을 담은 'Let it Go(렛 잇 고)'까지 노래를 통해 관객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들고 캐릭터와의 유대감을 크게 만든다.
OST의 리드 시트, 사운드트랙 앨범 등을 볼 수 있고 '증기선 윌리' '미키마우스 클럽 행진곡' '비비디 바비디 부(Bibbidi-Bobbidi-Boo)' 등 현재까지 다양한 매체에서 사용되고 있는 삽입곡을 들을 수 있다.
이 밖에도 '엔칸토: 마법의 세계'의 '입에 담지 마 브루노', '모아나'의 'How Far I'll Go(하우 파 아윌 고)' 등이 다양한 언어로 번역돼 있어 디즈니 작품을 글로벌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음향 효과 기술을 소개해 스크린 속 애니메이션 몸짓에 따른 소리의 비밀을 공개한다. '밤비' 속 불 소리는 대나무로, '피터 팬' 속 빅벤 종소리는 못 쓰는 브레이크 드럼으로, '미키마우스' 증기기관차는 호루라기로 재현했음을 알 수 있다.
끝으로 디즈니 월드: 파크(이하 디즈니랜드) 탄생 배경과 현재 존재하는 디즈니 랜드 소개로 전시회는 마무리된다. 디즈니랜드 초기 기획 작업과 그간 디즈니가 만든 콘텐츠들을 어떻게 테마 파크에 녹여낼지 고민한 흔적과 단순히 몰입형 환경을 넘어 관객들에게 새로운 모험을 위한 무대를 선사하기 위한 노력들이 담겼다.
이곳에서 디즈니는 단순한 애니메이션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희망과 꿈을 꾸게 한다. 창립 100주년을 맞이한 만큼 앞으로 디즈니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시사하고 '시작은 지금부터'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현장체험학습을 온 고등학생들은 "(캐릭터를) 스케치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미술) 관련 업계를 꿈꾸고 있어 더욱 와닿았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20대 A씨는 "올라프와 곰돌이 푸 캐릭터를 실제로 구현해놓은 인형을 봤는데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신기했다"고 말했다. B씨는 "알라딘을 가장 좋아해 전시회에 오게 됐다. 전 세계에 있는 디즈니랜드를 도장 깨기 할 만큼 디즈니를 좋아하는데 한국엔 (디즈니랜드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다만 아쉬운 부분도 존재했다. C씨는 이동 동선을 꼬집으며 "디즈니가 주는 메시지가 '모든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인데 계단으로만 이동해야 해 장애가 있는 분들은 불편할 것 같다. 또 2~4층에 있는 콘텐츠들이 주제적으로 묶이지도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디즈니 100년 특별전'은 12월 31일까지 K현대미술관에서 진행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볼 수 있으며 연중무휴이며 매표 및 입장 마감은 오후 7시다. 티켓 가격은 24개월 미만은 무료, 성인과 청소년은 3만원, 12세 미만 아동은 26000원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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