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김태리가 드라마 흥행 보증 수표로 완벽하게 자리매김했다. '미스터 션샤인'에 이어 '스물다섯 스물하나' '악귀' 그리고 '정년이'까지 4연속 흥행 성공이라는 어마무시한 기록을 세웠다. 심지어 한 가지 장르만 고집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역할로 연기에 변주를 줌으로써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인상을 안겼다. 앞으로 그가 또 어떤 연기력으로 모두를 놀라게 할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김태리는 지난 12일 첫 방송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에서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 역을 맡아 시청자들과 만나고 있다. 작품은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정년이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찬란한 성장기를 그리는 드라마다.
정년이는 목포에서 엄마 용례(문소리 분), 언니 정자(오경화 분)와 함께 바닷일을 하고 생선을 팔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그는 자신이 가진 소리의 재능이 돈벌이가 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소리를 하는 것을 질색하는 엄마로 인해 이를 금기시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정년이는 시장에 찾아와 자릿세를 내라고 위협하는 불량배 창호(오대환 분)의 행패에 발끈해 '소리'라는 자신이 가진 유일한 무기를 꺼낸다. 이를 우연히 들은 당대 최고의 국극단인 '매란 국극단'의 간판스타 문옥경(정은채 분)은 정년이의 재능을 알아보고 그를 국극 세계로 끌어들인다.
그렇게 정년이는 '매란 국극단'에 입성했지만 신입이라는 이유로 오디션 기회를 받지 못했으며 이제 막 연구생이 된 그에게 배역도 주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 주목 받는 정년이를 향한 연구생들의 시기 질투도 시작됐으며 '매란 국극단'의 가장 실력이 뛰어난 영서(신예은 분)와 숙명의 라이벌이 되는 등 위기가 계속된다.
그럼에도 정년이는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거침없이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무엇보다 평생 가까워질 수 없을 것 같던 영서와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옥경의 뒤를 이어 차세대 국극 스타를 꿈꾸는 두 사람이 앞으로 어떤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될지 궁금해진다.
'정년이'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워낙 인기 있는 웹툰을 바탕으로 제작된 만큼 '정년이'는 방송 전부터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웹툰 속 주요 캐릭터인 부용이를 삭제했다는 점, MBC에서 tvN으로 편성이 옮겨지면서 불거진 갈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 등 불안요소도 있었다.
또한 전작인 '엄마친구아들'이 최고 시청률 8.5%(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종영하면서 큰 후광도 받지 못했다. 악조건 속에 '정년이'는 시청률 4.8%로 출발했지만 매회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계속 상승해 지난달 27일 방송한 6회는 13.4%까지 올랐다. 총 12부작 중 이제 반환점을 돌았음에도 불구하고 8.6%P 상승이라는 놀라운 중간 성적표다.
이같은 인기의 중심에는 김태리의 열연이 있다. 김태리는 꿈을 향해 직진하는 목포 소녀부터 무대에 올라 관객을 휘어잡는 국극 배우 정년이까지 캐릭터의 다양한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또한 그토록 원하던 무대에 올라 더는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소리를 하는 장면은 그동안 봐왔던 천진난만한 정년이와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매란 국극단' 연구생 자선공연인 '춘향전'도 진짜 국극 배우인 것처럼 완벽하게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국극에 완전히 몰입해 리듬도 자연스럽게 탔으며 시선을 사로잡는 단단한 소리 발성으로 보는 눈과 듣는 귀 모두 즐겁게 만들었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때도 몸을 사리지 않았으며 깊은 감정선 또한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목할 점은 김태리는 극 중 어느 누구와 있더라도 '케미'가 살아난다는 점이다. 국극단 내에서 동급생 중 유일하게 정년이의 편에 서주고 늘 함께해주는 홍주란(우다비 분)과는 '찐친' 우정을 보여줘 뭉클함을 안겼다. 또한 정년이의 동급 연구생이자 그에게 항상 시비 걸기 바쁜 박초록(현승희 분)과는 티격태격 '케미'로 웃음을 자아냈으며 정년이를 항상 응원해 주고 그를 믿어주는 문옥경과는 존경심 가득한 선후배 '케미'로 훈훈함을 자아냈다.
또한 정년이가 국극단에서 나와 가수 생활에 도전했을 때 그의 스승이 돼줬던 패트리샤 김(이미도 분)과도 사제 지간의 훈훈한 '케미'를 보여줬다. 무엇보다 그의 라이벌이자 눈만 마주치면 으르렁거리기 바쁜 허영서와는 상처가 되는 말을 쏟아붓다가도 도움이 필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나타나주는 등 라이벌이지만 친구이기에 보여줄 수 있는 '케미'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극 중 연령대부터 성격까지 모든 게 다 다른 인물이 다수 등장하지만 김태리는 모든 캐릭터와 환상적인 '케미'를 자랑했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인물일지라도 김태리는 상대 배역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며 대체 불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2014년 CF '더바디샵'으로 데뷔한 김태리는 2016년 영화 '아가씨'에 출연해 대중에게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대체 불가한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드라마 면에서 김태리의 활약은 더욱 도드라진다. 2018년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을 시작으로 '스물다섯 스물하나' '악귀'까지 이어진 3개의 작품을 모두 히트시켰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로는 제58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악귀'로 2023년 SBS 연기대상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태리의 이러한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는 언급된 세 개의 작품 모두 장르가 완벽하게 다르다는 점이다. '미스터 션샤인'에서 김태리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한 사대부 영애 고애신 역으로 열연했다. 김태리는 고상한 말씨와 기품 있는 자태 뒤로 왜구와 맞서 총으로 싸우는 고애신의 강인함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자타공인 김태리의 '인생작'이다. 김태리는 IMF로 팀이 없어졌지만 열정과 패기로 똘똘 뭉친 펜싱 꿈나무 나희도 역을 맡았다. 꿈을 쫓기 위해서 불안해하면서도 앞을 향해 무한히 달려가는 청춘들의 모습을 대변해 호평받았다.
'악귀'에서 김태리는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20대 청춘 공시생 산영 역으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귀신의 존재를 믿지 않았던 산영은 자신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로 인해 조금씩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다. 김태리는 악귀에 씌였을 때와 기존의 구산영이라는 캐릭터 간의 간극을 섬세한 연기력으로 완성했다.
이같은 김태리의 완벽한 필모그래피에 '정년이'도 추가됐다. 조선 시대극에 이어 펜싱과 오컬트 장르까지. 다양한 배역으로 변주를 꾀하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김태리이기에 이번 여성 국극 또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김태리가 '정년이'로 또 어떤 신기록을 세울지, 더 나아가 이후에는 어떠한 작품으로 또 한 번 시청자들을 놀라게 할지 궁금해진다.
총 12부작인 '정년이'는 현재 6회까지 방송됐으며 매주 토, 일요일 오후 9시 20분 시청자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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