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규, 선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비결[TF인터뷰]


'아마존 활명수'에서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 役
"제가 갖고 있는 것과 하고 싶은 연기의 폭이 큰 편"

배우 진선규가 영화 아마존 활명수 개봉을 기념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더팩트|박지윤 기자] 진선규는 그 누구보다 배우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진선규의 강점이 됐다. 이를 바탕으로 선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며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그는 '아마존 활명수'로 또 하나의 새로운 얼굴을 꺼내며 대체 불가한 존재감을 발산했다.

진선규는 지난달 30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아마존 활명수'(감독 김창주)에서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 역을 맡아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개봉을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있는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난 그는 "오랜만에 영화를 개봉하기도 하고, 승룡이 형과 함께해서 사람들의 기대치가 있을 것 같아서 더 떨리고 설레요"라고 말문을 열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작품은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구조조정 대상인 전 양궁 국가대표 진봉(류승룡 분)이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과 신이 내린 활 솜씨의 아마존 전사 3인방을 만나 제대로 한 방 쏘는 코믹 활극이다. 영화 '발신제한'으로 연출 데뷔한 김창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진선규는 한국계 볼레도르인 통역사 빵식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주)바른손이앤에이

극 중 빵식은 볼레도르인 할머니와 한국인 할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으로, 통역뿐만 아니라 '아마존 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그는 진봉과 아마존 전사들 사이에서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한 층 좁혀주는 가교로 활약한다.

이를 연기한 진선규는 파격적인 헤어스타일과 화려한 의상으로 지금껏 본 적 없는 외적 비주얼을 완성했고, 3세들이 쓸 법한 한국어부터 과라니어와 포르투갈어를 완벽하게 구사하며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의견을 냈다는 그는 "브라질이나 남미를 생각했을 때 외형적인 특징이 머리라고 생각했어요"라며 "빵식이가 유튜브를 하기 때문에 외향적이고 화려한 게 아이덴티티라고 봤고요"라고 설명했다.

과라니어를 습득하는 데도 많은 시간을 쏟았다고. 그는 "과라니어는 구글 번역기에만 나오는 언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이를 쓰시는 분이 한 분 계시더라고요. 우리나라로 시집오셔서 대구에서 살고 있는 분을 섭외했어요"라며 "전체적인 걸 번역하고 녹음해 주시면 저는 계속 연습했어요. 저희가 흔히 듣는 언어가 아니라서 음정 하나하나를 통으로 외우면서 준비했죠"라고 회상했다.

무엇보다 외국인 캐릭터를 희화화하지 않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 진선규다. 유튜브를 통해 다른 유형의 사람들을 찾아봤다는 그는 "저희가 그동안 접했던 외국인 노동자의 말투가 있잖아요. 기시감이 들지 않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라며 "그런데 진짜로 다들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걸 느끼면서도 나름대로 제 스타일로 바꾸려고 노력했어요. 그렇게 보이지 않으려고 노력했죠"라고 강조했다.

진선규는 아마존 활명수를 출연하게 된 이유로 류승룡을 꼽았다. 그는 5년 전에 좋은 작품으로 만나서 좋은 호흡을 맞췄으니까 더 편안하게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특히 '아마존 활명수'는 '극한직업'(2019)으로 1626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류승룡과 진선규의 재회만으로 많은 기대감을 심어준 작품이다. 이에 진선규는 "'극한직업'때 승룡이 형은 대장이자 기둥이었어요. 정극과 코미디를 넘나들면서 잘하는 분이라 의지를 많이 했죠"라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로 류승룡을 꼽았다.

"사실 저는 코미디를 잘 못해요. 상대에 따라 달라지는 스타일이죠. 승룡이 형이 하지 않았다면 출연을 결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 같아요. 그런데 형과 하면 제가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것 그대로 만들어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 전에 좋은 작품으로 만나서 좋은 호흡을 맞췄으니까 더 편안하게 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러면서 진선규는 브라질 로케이션의 생생한 후기도 전했다. 아마존에 발을 딛고 환경 문제를 몸소 느꼈다는 그는 "저희가 갔던 곳은 원주민이 땅을 못 짚을 정도로 바닥이 뜨거웠어요. 산불도 난 걸 보면서 직감적으로 지금 환경이 어떤 상태인지 느꼈죠"라며 "이런 부분이 저희 영화와 맞닿아있어요. 개발로 인해 무너져가고 있었죠. 그래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기후 변화에 관심을 갖고 플로깅(조깅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 행사도 참여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진선규는 상대 배우를 바라보고 연습하면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가는 게 배우로서 저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주)바른손이앤에이

2004년 연극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로 데뷔한 진선규는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그리고 뮤지컬까지 종횡무진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다. 특히 그는 '범죄도시'(2017)에서 조선족 조폭 위성락으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한데 이어 영화 '극한직업'과 '공조2: 인터내셔날',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 등을 통해 선악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저는 극 I(내향형)의 사람이에요. 그런데 추구하는 연기는 빵식이거든요. 제가 갖고 있는 것과 하고 싶은 연기의 폭이 크니까 넘나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은 저를 '착하다'고 말하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제가 맡았던 역할들이 갖고 있는 마음의 씨앗을 다 품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배역을 맡았을 때 이를 확장시키는 작업을 하고 그 사람의 시선과 가치관을 갖는 것부터 시작하죠."

"사실 저는 기술적으로나 지식적으로 뛰어난 배우가 아니에요. 제 무기는 동물적인 감각이죠. 상대 배우를 바라보고 연습하면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가는 게 배우 진선규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사전에 준비해서 만들어가는 걸 잘 못해요. 현장에서 상대 배우와 친해지고 그 배역을 바라보는 눈을 갖고 맞춰가면서 가장 좋은 것을 찾아가려고 노력하죠."

영화 개봉을 앞둔 진선규는 홍보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특히 영화 상영 전 '아마존 활명수'의 스핀오프이자 현대차의 숏 드라마 '큐피드의 애로사항(arrow)'이 공개돼 취재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는 한국 양궁 기술을 두고 큐피드와 형사 간 치열한 대치 상황을 유쾌하게 담아낸 것으로, 진선규는 큐피드로 변신해 파격적인 외적 비주얼을 보여줬다.

이와 관련해 진선규는 "영화에 관한 관심도가 코로나19 이전과 많이 달라졌잖아요. 영화를 하는 사람으로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이 끊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영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서 홍보해야 된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영화는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만든 게 아니라 어린이들도 볼 수 있는 영화니까 좋은 기억을 갖고 나갔으면 좋겠어요"라고 많은 관람을 독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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