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ㅣ최수빈 기자] 배우 박지환에게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과정만 즐겁고 만족스러우면 그 외의 것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단다. '강매강' 또한 마찬가지였다.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남지 않으며 오히려 오랜 기다림 끝에 시청자분들께 선보일 수 있게 돼서 행복하단다. 그럼에도 해외에서 평점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아이처럼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박지환의 순수함이 돋보인 '강매강'이다.
박지환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더팩트>와 만나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강매강'(극본 이영철, 연출 안종연)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극 중 강력 2반 형사 무중력 역을 맡은 박지환은 "공개돼서 매우 행복하다. 주변에서 작품을 사랑해 주신다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정말 감사하다"고 공개 소감을 밝혔다.
'강매강'은 전국 꼴찌 강력반과 초엘리트 신임 반장이 만나 최강의 한 팀으로 거듭나는 코믹 수사물이다. 작품은 총 20부작으로 9월 11일부터 매주 수요일마다 2회씩 공개됐다. 이후 지난 30일 마지막 4개의 에피소드가 시청자들과 만났다.
박지환이 분한 무중력은 모든 사건에 불도저처럼 직진하는 형사다. 하지만 사건을 멋대로 해석하는 바람에 신임 반장 동방유빈(김동욱 분)에게 '똥촉' 소리를 듣지만 어느 순간 'K.O의 사나이'다운 한방을 발휘한다. 또한 무중력은 산적 같은 외모와 달리 '겉바속촉'(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박지환은 이런 무중력이 가진 마성의 매력을 표현할 때 많은 고충을 겪었다고 밝혔다. 그는 "정말 부끄러워서 죽는 줄 알았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촬영하면서 너무 부끄러워서 정말 많이 웃었어요. 진짜 못 하겠더라고요. 하지만 감독님께서 '너는 이런 팜므파탈 매력을 가진 인물이야. 믿어'라고 말씀해 주셔서 그런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정말 너무 부끄러웠어요.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오그라든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스스로도 정말 못 참겠더라고요. 계속 웃으면서 촬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박지환은 부끄럽다고 해서 안 할 수는 없는 거니까 더욱 최선을 다해서 촬영에 임했단다. 특히 절절한 러브스토리에 더불어 팀원들과의 환상적인 '케미', 짙은 감성이 담긴 눈빛과 표정 등 다양한 요소를 섬세하게 그려내 더욱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그냥 그 순간마다 '무중력다운 게 뭘까?'를 계속 생각했던 것 같아요. 지나치지도 덜하지 않은 느낌으로요. 하지만 저한테는 훌륭하고 든든한 동료들이 있었기에 그 친구들이 가진 힘과 잘만 맞춘다면 최적의 것이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무언가를 우선순위에 두고 '잘 해내야지'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아요."
박지환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파격적인 신분 위장 수사도 서슴지 않는 무중력의 모습까지 완벽하게 그려냈다. 특히 노숙자 분장부터 '일본 미술계의 큰손' 고바야시 회장 변신까지 도전해 큰 웃음을 자아냈다. 박지환은 많은 분장 중에서 고바야시 회장이 제일 기억에 남는단다.
"그전까지는 '그냥 분장하네'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즐기기 시작했어요. 분장을 놀이처럼 받아들여서 어색함도 덜했던 것 같아요. 또 하다 보니 배우들끼리 경쟁의식도 생겼어요.(웃음) 세완이는 노숙자 분장을 하고 나와서는 '다시 해야겠다'고 말한 뒤 더 망가져서 오기도 했어요. 동욱이는 문신도 몇 날 며칠 안 지워지는 강한 걸로 하고 오는 등 되게 열정적으로 임하더라고요."
'강매강'의 큰 매력 포인트는 단연코 '팀워크'와 '웃음'이다. 문제점만 가득했던 강력반이 최강의 원 팀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리기 때문에 배우들의 팀워크 또한 굉장히 중요했다. 박지환은 "'강매강'의 팀워크는 정말 완벽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현장이 굉장히 즐거운 토론 분위기였어요. 연기 관련해서 조언할 때 서로 부딪히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그런 것도 망설이지 않고 다 얘기했죠. 정말 신나는 현장이었어요. 감독님께서 가끔 저희한테 '지금 뭐 하는 거냐. 왜 내 얘기는 안 듣고 너희끼리 얘기하냐'고 말할 정도였어요.(웃음) 감독님께서도 잘 이끌어주셔서 저희는 거기에 잘 따라갔고, 되게 좋은 팀이었어요."
그렇지만 박지환은 따로 작품을 촬영하고 나서 모니터링을 진행하지는 않는단다. 스스로가 어떻게 나오는지 대충 알고 있고 어떨 때는 몰라야 더 좋은 장면이 탄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상대방을 통해 발전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믿고 간다"고 강조했다.
"저는 제 실수까지도 저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해야 하는 것들만 명확하게 잘 그려내려고 노력해요. 모니터링 같은 경우는 제가 다 아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확인하고 수정을 가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냥 감독님과 상대 배우를 믿고 임하는 것 같아요."
박지환은 영화 '범죄도시4'에서도 장이수 역으로 코믹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이번 '강매강'에서도 코믹 연기의 정수를 보여줘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정받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박지환은 "저는 제가 연기 못 하는 걸 알고 있다"고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저는 제가 열심히 한 노력만 믿어요. 결과는 시청자분들의 몫이기 때문에 그걸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오직 과정만 생각해요. 제가 그동안 한 노력이 좋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까 그냥 더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현장에서 많이 배우고 또 성장하려고 하죠."
인터뷰 내내 박지환은 '겸손함'을 놓지 않았다. 많은 시청자들에게 코믹 연기로 인정을 받았음에도 그는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하며 자신의 연기를 더욱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그렇기에 박지환 표 코믹 연기가 완성될 수 있었고 '강매강' 또한 사랑받을 수 있었을 터다.
"저는 연기할 때 정말 최선을 다해요. 거짓 없이, 비겁하지 않게요. 어떻게 보면 정면승부죠. 연기는 어떤 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를 해보고 그중에 더 나은 걸 결정하죠. 제 연기가 막 우아하지 않은 편이라서 더 건강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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