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계와 광고계에 이어 영화계에도 AI(Artificial Intelligence·인공지능)가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AI 섹션을 신설했고,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AI 특별부스가 마련됐다. 또한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으로 만든 영화들만 참가하는 영화제가 개최됐다. 이에 <더팩트>는 영화계에서 점점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AI의 영향력을 조명하고, 이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을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박지윤 기자] 국내 최초 인공지능으로 만든 영화들만 참가하는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가 막을 올렸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의 AI 국제영화제답게 고도로 발달한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즐기고, 새로운 창작의 기회를 탐구할 수 있는 장이 됐다.
지난 25일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개최된 제1회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에는 내러티브와 다큐멘터리, 아트&컬처와 자유형식 총 4개 분야에서 모두 104개국·2067건의 작품이 접수됐다. 출품작들은 전부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한 영화이며 이 가운데 해외 작품은 1636편으로, 전체 작품의 79.1%에 달했다.
그중에서 국내 16편과 해외 10편 등 총 26편이 본선에 진출한 가운데, 상금 2000만 원의 주인공이 되는 대상은 '마테오(Mateo)'를 출품한 마테오AI스튜디오에 돌아갔다. 특별상은 '리틀 마션즈 : 사랑하는 나의 인간, 나의 뮤즈(Little Martians : Dear Human, My Muse)'라는 작품을 출품한 브라질의 바네사 로사씨가 받았다.
'스토리(Story)'는 내러티브 분야에서, '동굴의 신화, 연애(The Myth of the Cave, A Love Affair)'는 다큐멘터리 분야에서, '기억의 잔영'은 예술&문화에서, '가을이 오면(When Autumn Comes)'은 자유형식에서 1등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날 김동연 경기지사는 "영화산업이 갖고 있는 상상력과 스토리에 이어 이제는 AI 기술까지 얹어서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것 같다. 기술의 진보라는 커다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AI 국제영화제를 만들었다"고 의미를 되새겼다.
'마테오'는 가난한 노동자 아버지를 외면하고 성공을 위해 불법도 서슴지 않는 주인공 마테오의 인생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마약 카르텔과 손잡고 거대한 자본을 움직이는 아보카도 시장에 뛰어든 마테오가 삶에서 진정으로 추구해야 할 가치를 찾게 되는 여정을 그린다. 러닝타임은 16분 18초다.
마테오 AI 스튜디오는 <더팩트>에 "3명이 3주 동안 각자 15시간씩 작업을 했다. 그리고 후반에 두 분이 더 힘을 보태주시면서 총 한 달 반 동안 작업했다. 제작비는 다섯 명의 프로그램 구독료로 300~500만 원 정도 들었다"며 "작품의 이미지를 먼저 생성한 후에 영상 생성 프로그램에 넣고 돌리면 다양한 영상이 나온다. 그 안에서 좋은 영상과 저희가 의도한 영상을 모아서 편집하고 만든다. 목소리도 제가 녹음을 하고 AI에 돌린 후 입히는 방식"이라고 작업 과정을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에 많은 노래를 삽입하고 대사를 영어로 설정한 이유도 설명했다. 마테오 AI 스튜디오는 "뮤지컬 AI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그래서 주인공의 서사를 담은 노래를 생성했는데 립싱크 기술이 개발되지 않아서 직접 노래하는 걸 뺐다. 그래도 뮤지컬로 만들려다 보니 음악이 좋다는 감상평이 많아서 이를 살리다 보니 작품에 노래가 많이 들어간 것"이라며 "아직 한국어로 연기하는 건 어색한 부분이 많다. 앞으로 데이터가 많이 쌓이면 자연스러운 연기 구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AI 영화를 제작하고 있는 입장에서 국내 영화 산업과 AI의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마테오 AI 스튜디오는 "본질적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게 성공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AI만이 구현할 수 있는 장르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멜로나 로맨스 등 사람의 감정을 많이 담아내야 하는 장르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기술이 발달됨에 따라 가능해질 것이라고 본다. 다양한 인간의 내면을 담은 이야기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이어 "한국의 역사를 담은 사극도 만들어보고 싶고 언어의 한계도 극복하고 싶다"며 "극장에서 장편 AI 영화를 상영하고 싶다. 또 OTT 플랫폼에서 시청자들이 AI 영화라는 것을 인지하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콘텐츠와 동일하게 재밌으면 보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토리'는 모나리자와 현대미술, AI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예술의 의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작품이다. 이를 제작한 이진호 씨는 "저 혼자 3주 정도 작업했고 제작비는 100만 원 이하"라며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전체적인 프레임은 만들었지만 한 컷 한 컷 만들면서 대사와 그다음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작업 과정을 설명했다.
특히 이진호 씨는 3년 전 장편 영화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기존 영화와 AI 영화 제작 과정의 뚜렷한 장단점을 더욱 잘 느꼈다고. 그는 "실사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다는 거다. 하지만 제작비가 많이 든다"며 "AI 영화는 정반대다. 주인공들이 앉아서 대화하는 것과 2차 세계대전을 찍는 제작비가 똑같다. 하지만 감정 표현 기술이 서툰데 이는 2년 안에 해결될 것 같다"고 바라봤다.
또한 이진호 씨는 "AI 영화를 만들면서 생각에 한계를 두지 않고 마음껏 창의성을 펼칠 수 있었다. AI 영화 창작자들이 비용 등 현실적인 문제에 갇히지 않고 마음껏 자신의 아이디어를 펼칠 수 있는 새로운 장이 될 것"이라며 "유튜브 시장이 커지면서 기존 방송에서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새로운 감각과 감성을 접하게 된 것처럼 AI 영화도 영화 산업에서 그런 존재가 될 것 같다. 기존 실사 영화를 대체한다기보다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한민국 AI국제영화제'가 개최된 현장에는 본선진출작을 감상할 수 있는 상영부스를 비롯해 AI아카데미 부스와 쌤앤파커스 부스 등이 함께 운영되고 있었다. 현장에서 작품을 관람한 30대 여성 A 씨는 "기술의 발전을 다시 한번 체감했다. AI 영화라는 것을 모르고 봤다면 쉽게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인 작품도 있었다"며 "앞으로 AI 영화가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고 감상 후기를 남겼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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