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팩트|박지윤 기자] '전 세계 유수 영화제 19회 초청'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운 작품이 드디어 국내에서 베일을 벗는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감과 동시에 전 세계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관심과 호평을 받은 이유를 알게 된다. 메가폰의 디테일함이 돋보이는 연출과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 그리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묵직한 질문까지 담긴 '보통의 가족'이다.
16일 스크린에 걸린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다. 영화 '봄날은 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을 연출한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서로 다른 신념을 추구하지만 흠잡을 곳 없는 평범한 가족인 네 사람이 있다. 물질적 욕망을 우선시하며 살인자의 변호도 마다하지 않는 변호사 재완(설경구 분)과 원리 원칙을 중요시 여기는 소아과 의사 재규(장동건 분), 성공한 프리랜서 번역가이자 아들의 학업과 시어머니의 간병도 해내는 재규의 아내 연경(김희애 분) 그리고 가장 객관적인 시선으로 가족들을 바라보는 지수(수현 분)가 그 주인공이다.
네 사람은 정기적으로 식사 자리를 갖는다. 멀리서 보면 화목해 보이고 남부러울 것 없이 모든 걸 가진 듯하지만 가까이서 보면 그렇지도 않다. 그러던 어느 날 네 사람은 재완의 딸 혜윤(홍예지 분)과 재규의 아들 시호(김정철 분)의 범죄 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고 사건을 둘러싼 이들의 갈등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매사 완벽해 보였던 네 사람은 자신의 신념을 지킬지 부모이자 인간으로서 본능을 따를지 고민에 빠지며 모든 것들이 무너져 가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범죄 사건을 알게 된 후 인생의 모든 기준이 흔들리기 시작한 네 사람이 과연 어떤 결말을 맞이할까.
오프닝에서 등장하는 사고 장면은 짧지만 작품 전반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이다. 이후 작품은 네 캐릭터의 감정 변화가 밀도 있게 담긴 세 번의 식사 장면을 중심으로 흘러가면서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모두가 정답을 알지만 이를 쉽게 내놓지 못하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설경구와 장동건의 연기도 인상적이다. 설경구는 안정적으로 극을 이끌고, '창궐'(2018) 이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장동건은 가장 급변하면서 충격적인 엔딩을 장식하는 인물을 설득력 있게 그려낸다. 이들의 자녀로 등장하는 홍예지와 김정철의 활약도 눈에 띈다.
'보통의 가족'은 네덜란드 인기 작가 헤르만 코흐의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네덜란드와 이탈리아 그리고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네 번째로 '더 디너'를 영화화한 허진호 감독은 한국 사회에 전반적으로 녹아든 자녀 교육과 입시 등의 문제를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담으며 한국 관객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러닝타임 내내 '만약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지게 만든다. 또한 작품이 끝남과 동시에 제목인 '보통의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렇지만 무겁게만 흘러가지 않는 것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이다. 곳곳에 블랙코미디 요소를 배치해 예상치 못한 구간에서 관객들을 빵 터지게 만든다.
'보통의 가족'은 제48회 토론토국제영화제부터 제26회 우디네극동영화제와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까지 전 세계 유수 영화제 19회 초청이라는 독보적인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로부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국내 언론에 처음 공개된 후 호평이 끊이질 않으며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관객들의 선택도 받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15세 이상 관람가이며 러닝 타임은 109분이다.